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후속 조치는?

머니투데이 오세조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한국유통물류정책학회 회장) | 2013.01.24 09:03
정부는 금년 초 골목상권과 전통시장 보호를 위해 대형마트에 대한 영업 규제를 강화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공포안을 심의, 의결하였다. 이 개정안은 영업제한 시간을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로 하고 의무 휴업일을 '일요일을 포함한 공휴일 월 2회‘로 규정하였다.

또한 개설 등록 시에 ‘주변상권영향평가서’와 ‘지역협력계획서’를 지방자치단체에 제출하도록 하고, 미진하다고 판단되면 지자체장이 보완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와 함께 대규모 점포 개설 시 등록 신청 30일 전에 지자체장에게 입점 사실을 알리도록 하는 ‘사전입점예고제’도 도입되었다. 그리고 대형마트가 영업시간 제한 또는 의무휴업 명령을 1년 이내에 3회 이상 위반할 경우 1개월 이내의 영업정지를 단행할 수 있도록 하고, 영업 위반 과태료를 현행 3천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 조정 하는 등 제재도 강화하였다.

이번 개정안은 기본적으로 골목 상권과 전통 시장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가 기존 법령보다 더 강화된 것이다.

그러나 영세 상인들이 주장한 오후 10시부터 오전 10시까지의 영업시간 제한과 월 3일의 의무휴업일에 비해서는 강도가 약화된 것이어서, 영세 상인들의 기대수준에는 미치지 못하였다.

또한 대형마트의 입장에서는 지경부가 주도한 유통산업발전협의회를 통하여 자율적으로 의무휴업일을 시행하고 출점을 자제 하는 등 업계 스스로 노력하려고 하였는데, 바로 그 다음날 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정부와 국회의 엇박자 모습을 지켜보고 있어야만 하였다.

국회와 정부, 그리고 업계가 서로 다른 시각과 서로 다른 해법으로 이 문제를 다루다 보니 향후 갈등의 여지는 계속 남아 있게 되었다.

본 개정안을 통하여 영세상인들 입장에서는 기대한 것보다도 규제가 약화된데 대하여 법 개정 취지가 상당 부분 훼손되었다고 불만을 나타내고 있고 경제적으로도 법 개정이 미미하여 기존 상황보다 더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는 것 같지 않다.

한편, 대형마트 입장에서는 경영이 더욱 어려워지고 영업손실이 더 늘어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다만, 개정안이 약화되어 그나마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는 의견도 있다.

코스트코 등 외국계 대형 마트도 당연히 이 개정안의 범주에 포함된다. 유통은 현지국마다 상황이 매우 다르기 때문에 외국계 유통업체는 현지화하여 사업하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렵다.


글로벌 업체라고 글로벌 스탠다드만 고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장사를 하기 위해서는 우리 법령과 관습을 가급적 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형마트의 규제가 상권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국내 경기가 침체되어 있어 서민들의 발걸음이 전통시장으로 향하는 경향과 맞물려 있어 효과는 나겠지만, 전통시장 스스로도 소비자를 유인할 수 있는 카트 구비나 주차공간 확보, 다양한 이벤트 등 서비스를 강화하여야 할 것이다.

골목 상권 살리기, 전통시장 살리기는 대형마트 규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건강한 서민 뿌리 경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추가로 대책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영세 상인들이 조직화와 협업화를 통하여 도매물류기능을 강화하여야 한다.

예컨대, 공동도매물류센터를 구축하거나 협동조합을 결성하거나 프랜차이즈 방식을 도입하거나 공동브랜드사업을 추진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통합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다시 말해서, 수직적이든 수평적이든 다양한 연계 노력을 통하여 상품이나 서비스를 개선시키거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골목 상권이나 전통시장이 모두 다 살아남기는 어렵다. 소비자들이 옥석을 가릴 것이고, 소비자의 선택을 받은 점포 만이 궁극적으로 살아남을 것이다.

정부도 법적인 차원에서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안이한 사고를 버리고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도를 찾아야 한다. 정부는 유통산업(물류 및 프랜차이즈 포함)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지정하고, 범정부 차원에서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이를 단계적이고 체계적으로 접근하여야 할 것이다.

지금과 같이 문제가 발생하면 처방하고 정치적이거나 정서적으로 주장하면 이에 동조하여서는 유통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유통 문제는 소비자 생활의 질과 안정에 직결되어 있고, 나아가 도소매는 물론, 물류업체와 제조업체, 그리고 지역과 지자체간 이해관계와도 맞물려 있다. 정부와 국회가 유통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범정부 차원에서 각 부처나 지역에 흩어져있는 기능들을 통합적으로 연계하여 유통구조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사)한국유통물류정책학회(회장 오세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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