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살 美초딩, 국영수 대신 과외받는' 이것'

머니투데이 실리콘밸리=유병률 특파원 | 2013.01.14 06:00

[유병률의 체인지더월드] <30> 코딩 과외를 받는 미국 초등학생들을 보며

토요일 오후 미국 캘리포니아의 스탠포드대학교내 야외카페. 여덟 살짜리 백인 소년이 과외수업을 받고 있다. 한국인 컴퓨터 프로그램 개발자인 박모씨로부터 아이폰용 앱 개발을 위한 코딩을 배우고 있는 것. 시간당 수업료 60달러이다. 한 시간의 앱 개발 수업이 끝나면 또 다른 과외 교사가 도착한다. 이 소년은 바로 이어서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코드)인 자바를 배운다.

이 백인 소년의 과외 프로그램이 미국에서 매우 특별한 케이스가 아니다. 여름방학이면 스탠포드대학에서 코딩 캠프가 열리는데, 이게 또 장난이 아니다. 7살 이상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참가할 수 있는데, 참가비가 한화로 거의 100만원. 하지만 워낙 인기가 많아 연초부터 등록을 받는다. 미국의 상위권 대학, 인기 학과에 가려면 코딩은 어릴 때부터 갖춰야 할 스펙이기도 하다.

실리콘밸리 학부모들의 극성에 대해 소개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 극성의 방향성에 대해 얘기하고자 함이다. 한국에서 국영수 사교육에 돈을 퍼붓고 있는 동안 어쨌든 이곳 청소년들은 코딩을 배운다는 것이다. 자바 같은 코드를 배워서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고, 웹사이트를 설계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국영수보다 컴퓨터가 세상을 더 강력하게 지배할 것임을 익히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국영수 학원 다닌 홍길동이 코딩을 배운 존과 경쟁해야 할 10년 후엔 부모를 원망할지도 모르겠다.

무료로 코딩을 가르쳐주는 '코드카데미(Codecademy)' 사이트의 초기화면. 지난해에만 45만명이 수강을 했고, 올해는 유튜브 등이 자사의 API를 활용할 수 있는 강좌를 개설했다.
사실 이런 코딩 사교육은 미국에서 일고 있는 거대한 코딩 열기에 비하면 곁가지에 불과하다. 무료로 코딩을 가르쳐주는 사이트 코드카데미(Codecademy.com)에서는 지난해 45만 명의 미국인들이 수강을 했다. 이들은 전문개발자들이 아니다. 코드를 배워본 적도 없는 직장인, 가정주부, 저소득층 청소년들도 많다.

코드카데미의 모토 자체가 ‘’사람들이 코드가 별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때, 그래서 컴퓨터로 뭔가를 만들 수 있을 때 세상은 더 나은 곳이 된다’이다. 그래서 환갑의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 시장조차 지난해 새해 첫 트윗이 “나의 새해 결심은 코드카데미에서 코드를 배우는 것”이라고 했다. 백악관은 지난해 여름 코드카데미와 함께 빈곤층 청소년들 수천 명에게 코딩을 가르쳤다. 이들이 혁신적인 앱을 만들고, 일자리를 얻고, 회사를 설립할 수 있도록 말이다.


드디어 올해부터는 유튜브, 트윌로, 스트라이프, NPR(미국공영라디오방송) 등 쟁쟁한 기업과 단체들이 자신들의 API(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를 공개하며 코드카데미에 강좌를 개설했다. 아마추어 프로그래머들이 이들 기업이 이룩한 기술성과(API)를 이용해 현실 세계에서 구현 가능하고, 만든 즉시 어떻게 쓰일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유튜브의 동영상을 활용하는 자신만의 앱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코드카데미 창업자 자크 심스의 말이 의미심장하다. “코딩의 본질은 배워서 뭔가를 만들어 내는 것, 그래서 공동체와 다시 나누는 것(learning, building and sharing back with community).”

앞서 ‘코딩 열기’라고 말했지만, 부정확한 표현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패러다임 전환이라는 말이 더 맞을 지도 모르겠다. 마치 손으로 베껴 쓴 책을 일부만 돌려보다가 인쇄술이 발전하면서 세상이 바뀐 것처럼 말이다. 예전처럼 베이직, 포트란, 코블 다 배워야 코딩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큰 품 들이지 않고 앱과 사이트를 만들 수 있고, 페이스북이나 유튜브도 사용자 개인이 자신의 필요에 맞게 개선할 수 있는 시대이다. 인쇄술의 발전으로 텍스트가 민주화되고 읽기와 쓰기가 대중화되었듯이, 지금은 테크놀로지 자체가 민주화되면서 코딩과 창조도 대중화되는 시대이다.

사람들이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마음껏 배우고 활용할 수 있는 기회와 자유가 주어진다면, 세상의 많은 문제들이 해결될지도 모른다. 사회의 민주주의가 후퇴해도 기술의 민주주의는 계속 진전하는 것이고, 기술의 민주주의는 본질적으로 개방과 공유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그 안에서는 유전무전과 상관없이 많은 기회들이 만들어질 것이다. 테크놀로지에 대해 조금 더 진취적인 생각을 갖는 것, 이것은 대한민국이 평등한 사회, 건전한 진보로 가는 데 가장 돈 안 드는 빠른 방법 중에 하나 일 수도 있다. 아니 최소한, IT교육을 등한시 하다가 10년쯤 후에 땅을 치고 후회할 일은 만들지 말아야 한다.

<유병률기자 트위터계정 @bryuvall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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