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을 넘자]중국에만 있는 한국마트 '1004마트' 아시나요?

머니투데이 상하이=홍찬선 특파원 | 2013.01.09 06:00

[중국 내수시장 프론티어]<2-1>상하이 베이징 톈진 난징 항저우 등 공략

편집자주 | 중국은 한국에게 기회의 땅이다. 한중수교가 맺어진 뒤 20년 동안, 중국의 수출주도 성장전략에서 한국은 발전의 계기를 잡았다. 중국 동부 연안 지역에 자리 잡은 수출기업들에게 중간재와 자본재를 수출했다. 이제부터는 새로운 성장단계에 직면해 있다. 바로 내수주도 성장전략이다. 중국은 수출에서 내수로, 양적 성장에서 질적 발전으로 성장발전모델을 전환한다는 목표다. 의지도 강하다. 시진핑(習近平) 총서기와 리커창(李克强) 차기 총리를 쌍두마차로 하는 ‘5세대 리더’는 개혁과 모델전환을 화두로 제시했다. 도시화, 소득분배구조 개선, 지역 균형발전, 내수산업 확대 등이다. 중국 내수는 향후 20년 동안 한국 기업에게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다. 식품 교육 화장품 의류 SOC 등…. 발 빠르게 이미 중국 내수시장에 진출해 성과를 내는 한국 기업이 적지 않다. 그들의 성공 사례는 중국 내수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으려는 한국기업에게 나침반이 될 것이다.

중국 벤처캐피탈로부터 54억원을 투자받아 중국인 마음 사로잡기에 나선 1004마트. 사진은 작년 12월12일 오픈한 베이징 왕징점.
"한국에 가서 쇼핑하는 기분을 느끼기 위해 저장(浙江)성 닝보(寧波)에서 친구들과 함께 버스를 전세 내서 왔습니다. 이곳 상품은 믿을 수 있는데다 TV드라마에서 나오는 한국말을 들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경제 수도로 불리는 상하이(上海)시 민항(閔行)구 홍취안(虹泉)로. 이곳의 ‘1004마트’ 금수강남점(본점, 1호점)과 풍도국제점(4호점)에선 중국인을 자주 만날 수 있다. 닝보와 원저우(溫州) 등 인근 도시에서 쇼핑하기 위해 일부러 찾은 사람들이다. "한국까지 가기에는 시간과 경비가 많이 드는데 한국에 가서 느낄 수 있는 쇼핑 분위기를 1004마트에서 맛볼 수 있기 때문"(닝보에 사는 쟈오(趙) 여사)이다.

1004마트가 중국에 한국마트를 심고 있다. 중국내 1004마트 매장은 현재 9개. 본점이 있는 상하이에 4개가 있고, 난징(南京, 3호) 톈진(天津, 6호) 쑤저우(蘇州, 7호) 베이징(北京, 8호), 항저우(杭州, 9호) 등 전국 핵심 도시에 자리 잡고 있다. 오는 1월말에 톈진 2호점을 오픈하는 것을 비롯, 올해 15개 정도 새로 개점할 예정이다.

김종성 1004마트 사장.
김종성 1004마트 사장은 "지역이 넓어지면 물류비와 관리비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에 올해는 지금까지 진출한 거점 도시에 점포를 늘리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거점별로 1~2개씩 더 오픈하면서 내년부터 다른 지역으로 확장하는 준비를 한다"는 설명이다.

점포가 늘어나면서 매출도 급증하고 있다. 올해 매출액 목표는 3억~4억위안(540억~720억원). 지난해 매출액(1억5000만위안)보다 100~167% 늘어난 규모다(매출액 목표를 범위로 잡은 것은 추가점포 오픈 시기에 따라 매출액이 달라지기 때문. 상반기에 오픈하는 점포가 많으면 매출이 많겠지만 10월 이후에 오픈하면 매출이 본격화되지 않는다).

1004마트가 뜀뛰기 성장을 할 수 있는 비결은 크게 2가지. 하나는 중국의 벤처캐피탈회사에서 3000만위안(54억원)을 투자하기로 할 정도로 비즈니스모델을 인정받은 것이고, 다른 하나는 ‘4F'로 대표되는 경영원칙이다.

중국의 벤처캐피탈인 윙스캐피탈(Wing's Capital)은 2011년말, 천사마트를 찾아와 3000만위안을 투자하겠다고 제의했다. 1차로 1500만위안(27억원)을 2012년에 납입한 뒤 자금이 필요할 때 2차로 1500만위안 더 투자하겠다는 것이었다. 투자조건은 3년 뒤인 2014년에 매출액 5억위안(900억원), 당기순이익 2100만위안(37억8000만원)을 달성한다는 것. 이 정도면 중국의 선전증권거래소에 상장시켜 투자금액을 회수할 수 있다는 게 윙스캐피탈의 계산이었다. 1차 투자할 때 주당 가치는 액면금액의 10배였고, 2차 때는 높아진 회사가치를 감안해 다시 결정하기로 했다.

김 사장은 "현재 상황으로 볼 때 윙스캐피탈 투자 조건은 조기에 달성할 것"이라며 "다른 투자회사들도 자본 참여하겠다는 곳이 많아 조건이 맞으면 투자를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1500만위안이 납입된 뒤 윙스캐피탈의 천사마트 지분율은 25%이며 추가로 투자받으면 1004마트의 지분율을 더 떨어지겠지만 지분율 51% 정도만 유지해도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어 한국인이 운영주체가 되는 데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1004마트의 다른 하나의 핵심경쟁력은 ‘F4'. F4는 신선한(Fresh) 제품을, 친절하고(Friendly) 빠르게(Fast) 서비스하며, 고객이 불만이나 건의사항 등 고객의 목소리를 경청(傾聽)한다(Feed Back)한다는 것.

김 사장은 "중국 마트를 이용해본 사람들은 울화통 터지는 경험을 많이 한다. 유통기한이 지났다든지, 포인트 누적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든지 해서 따져야 하는데 말도 잘 안 통하니 그저 참아야지 하며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중국 마트가 부족한 2%를 충족시키는 게 천사마트의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천사마트에는 한국 사람이 있다. "천사마트에 가면 무엇이든 된다"는 것을 고객들이 느끼게 하기 위해서다. "맛없는 과일은 팔지 않고 신선하지 않은 채소는 팔지 않으며 손임에게는 무조건 친절하게 한다"(김 사장).

세금도 꼬박꼬박 낸다. 3년 뒤에 공개할 예정이니 매출과 이익을 숨길 수가 없다. 관할 세무서에서 세금을 너무 많이 낸다며 조금만 내라고 할 정도다. 인근에 있는 중국인 마트보다 규모가 작은 천사마트가 세금을 많이 내면 곤란하다는 것.

세금을 내고 한국인 판매원이 있으니 제품 가격이 약간 비싼 편이다. 그래도 중국인들이 즐겨 찾는다. 제품을 믿을 수 있고 서비스도 받는 ‘안전지대(Safety Zone)’을 만들자, 가격에 개의치 않는 중국 중산층이 몰린다.

"가족이 함께 편하게 쇼핑할 수 있는 곳. 온 가족이 함께 천사마트에 가서 편안하게 쇼핑하며 하루를 마무리함으로써 화목한 가정을 만드는 1004마트"(김 사장). 중국에서 설립한 1004마트의 중국인 마음잡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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