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브루클린'·· 거리의 음악가, 기적의 희망歌

머니투데이 이언주 기자 | 2013.01.05 12:40

[이언주 기자의 공연 박스오피스] 펑크·록·R&B 등 어우러진 콘서트 뮤지컬

↑뮤지컬 '브루클린'은 원작자이자 작곡가인 마크 쉔펠드의 자전적 이야기를 뮤지컬화 한 작품으로 어른들을 위한 동화로 불린다.
"뮤지컬 청계광장, 뮤지컬 홍대거리, 뮤지컬 탑골공원은 좀 그렇잖아? 하지만 '뮤지컬 브루클린' 하면 다들 좋아한다고요!"

자동차 빵빵대는 소리, 지하철이 뚫고 지나가는 소리 등 도시의 소음들이 한 데 뒤섞여 들려온다. 이때 객석 출입구를 통해 등장한 배우들, 한눈에 봐도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거리의 가수들이다. 무대까지 가는 동안 관객들과 일일이 눈을 마주치며 하이파이브를 하거나 인사도 나누고, 친해지기를 한다. 빈 기타 케이스를 내밀며 "알아서 좀 도와달라"고 애교 섞인 협박도 한다. 뉴욕 브루클린을 떠돌며 거리공연을 하는 이들은 객석과 먼저 호흡하며 관객들을 극 속으로 끌어들인다.

2006년 한국 초연 이후 6년 만에 무대에 오른 뮤지컬 '브루클린'의 시작은 이렇게 활기차다. 순식간에 배우와 관객이 가까워져 어느덧 뉴욕 어느 길거리에 함께 와있는 것 같다. 300여 석 규모 중극장의 둥근 무대 덕분인지 배우들의 미세한 표정과 숨소리까지 가깝게 느껴져 포근함마저 든다.

원작자이자 작곡가인 마크 쉔펠드의 실제 삶을 바탕으로 그린 이 작품은 '콘서트 뮤지컬' 형식을 띈다. 공연이 펼쳐지는 약 2시간 동안 펑크, 하드록, 팝, 가스펠, R&B 등 다양한 음악장르가 라이브 밴드의 연주와 배우들의 거침없는 가창력으로 전해진다.

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배우들의 공연은 동화 같은 이야기와 함께 한 곡 한 곡 잔잔한 울림을 준다. 이야기는 미국인 테일러가 프랑스로 건너와 파리의 무용수 페이스와 사랑에 빠지고, 이 둘 사이에서 '브루클린'이라는 딸아이가 태어나면서 시작된다. 테일러는 곧 미국으로 돌아가고 홀로 자신을 키우던 엄마 페이스마저 자살하자 브루클린은 얼굴도 모르는 아빠를 만나기 위해 미국으로 떠난다. 미국에서 유명한 가수가 된 브루클린은 아빠가 작곡한 미완성 자장가를 연주하는 거리의 가수를 만나게 되면서 극은 절정으로 흐른다.

↑2006년 한국 초연 이후 6년 만에 재공연되는 뮤지컬 '브루클린'은 중극장 무대에서 객석과 더 가깝게 호흡하며 콘서트뮤지컬의 진수를 보여준다.
뉴욕의 풍경을 담은 영상이나 특별한 무대세트가 마련된 건 아니다. 하지만 음악만으로도 뉴욕이 풍기는 멋과 아티스트들의 에너지가 느껴진다. 길게 늘어진 세무코트와 체크스커트, 니트, 가죽재킷 등 자연스러운 의상도 뉴요커 스타일인지는 모르겠으나 편안하다.

뮤지컬 '브루클린'은 기존 뮤지컬 작품과는 확실히 다른 색깔이다. 요즘 유행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콘셉트를 차용하는가 하면, 이야기를 친절하게 풀어서 설명해주고 장면이 바뀔 때마다 센스 있게 숫자를 표기해 알려주기도 한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에 심취한 뮤지컬 팬들이라면 흠뻑 빠져들 만하다. 비슷비슷한 요소들로 구성된 틀에 박힌 공연은 아니라는 얘기다. '원스 어폰 어 타임'(Once upon a Tim) '매직맨'(Magic Man) '슈퍼 러버'(Super Lover) 등 화려하고 감미로운 넘버들은 무대를 꽉꽉 채우며, 공연이 끝난 후에도 여운을 남긴다.

극 중 매직맨이 "우리 모두 마법이 조금씩은 필요하잖아요"라고 했듯, 한 해를 시작하는 지금, 마법 같은 희망과 에너지가 필요하지 않을까. 뮤지컬 '브루클린'과 함께 음악이 주는 감동으로 올해를 시작해 보는 것도 좋겠다.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에서 다음달 24일까지. 4만~6만원. 1588-5212.

↑뮤지컬 '브루클린' 공연장면.
(사진제공=오디뮤지컬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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