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좋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세계적인 투자자 짐 로저스도 그랬다. '월가의 인디애나 존스'로 불리는 그 역시 젊은 시절, 그러니까 조지 소로스와 함께 퀀텀펀드를 만들어 활동하던 초창기에 뼈저린 경험을 했다.
1970년 초 로저스는 주가 하락을 내다보고 풋옵션을 매수했는데 시장은 그의 예상대로 떨어졌고 그해 5월 마침내 바닥을 치자 그는 풋옵션을 처분해 300%의 수익률을 거뒀다. 그는 스스로 천재라고 칭하며 "제2의 버나드 바루크는 바로 나!"라고 외쳤다. 그러고는 시장이 반등하기를 기다렸다. 이번에는 풋옵션 매수가 아니라 공매도를 할 참이었다.
6월 들어 랠리가 찾아왔다. 월가에서 흔히 말하는 "죽은 고양이도 한번쯤 반등하는"(dead cat bounce) 시기였다. 어느 정도 올라왔다고 생각되자 그는 신용까지 동원해 공매도에 나섰다. 그러나 두달 만에 두 손을 들고 말았다. 48달러에 공매도한 메모렉스 주가가 72달러까지 치솟은 것이다. 그에게는 더이상 견딜 힘이 없었다. 심리적으로도 그랬고 무엇보다 자금여력이 부족했다.
공매도를 청산한 뒤 메모렉스는 96달러까지 올랐다가 곧 곤두박질쳐 2달러까지 폭락했다. 로저스는 정확히 맞춘 셈이었다. 그의 공매도는 환상적일 정도로 정확했다. 그러나 그는 빈털터리가 됐다.
시장은 그가 정확히 맞췄는지는 따지지 않는다. 주가는 늘 생각하는 것보다 더 높이 올라가기도 하고, 그럴 것이라고 내다본 것보다 더 밑으로 떨어지기도 한다. 시장에서는 무슨 일이든 벌어질 수 있다.
로저스는 그 뒤로 자신이 무슨 일을 하려고 하는지, 어디까지 감당할 수 있는지 분명히 파악하지 않고서는 절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또 적정한 가격이 될 때까지는 참고 기다리는 게 상책이라는 점을 배웠다. 그렇게 하면 만에 하나 틀렸을 때라 하더라도 큰 상처를 입지 않는다.
그런데 로저스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자 투자자로서 뿐만 아니라 정치인으로도 성공한 바루크 역시 한창 때 결정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그는 1905년 상품시장에서 커피선물을 대거 매수했는데 앞서 1901년에 브라질 상파울루 주정부가 커피 경작을 제한해 이듬해(커피나무는 파종 후 열매를 맺는데 5년이 걸린다) 수확량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커피농사는 대풍작을 기록했고 가격은 떨어졌다.
사실 바루크는 커피선물을 잘 몰랐고 허만 실켄이라는 전문가의 예상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처지였다. 그런데도 그는 보유주식까지 팔아 커피선물을 추가 매수했고 결국 손실이 100만달러에 달하자 전부 처분해야 했다. 그는 훗날 자서전에서 돈을 날린 것보다 더 쓰라렸던 것은 그동안 누구보다 정확하고 빈틈없다고 생각해온 자기 자신에 대한 실망이었다고 털어놨다.
투자자들은 자신이 바라는 결과가 일어나기를 너무나도 기대할 때 그런 일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간과해버리곤 한다. 그 분야에 대한 지식이 많은 사람일수록 수요와 공급의 법칙보다 자신이 더 똑똑하다는 확신에 사로잡힌다. 바보들은 겁이 나서 살금살금 걸어서 들어가는 곳을 전문가라는 사람은 자신 있게 성큼성큼 들어가는 것이다.
한 해를 정리하고 새로운 한 해를 준비해야 할 때다. 돌아보면 틀림없이 숱한 실수를 저질렀을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여기서 교훈을 얻는 것이다. 자신이 무슨 일을 했는지 알아야 다시는 그런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다.
우리가 저지른 실수만큼 귀중한 자산도 없다. 과거는 우리에게 남는 확실한 실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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