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억 웃돈붙던 송도…바닥찍고 '들썩'?

머니투데이 송도(인천)=민동훈 기자 | 2012.12.15 08:16

[부동산'후']송도국제도시

편집자주 | #지난 10월20일 오전 9시30분 인천 송도컨벤시아에 환호성이 울려퍼졌다. 이날 개최된 유엔 녹색기후기금(GCF) 2차 이사회에서 송도국제도시가 GCF 사무국 유치지로 최종 선정됐다는 소식이 알려져서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GCF 사무국이 들어서는 초기엔 300~500명, 기반이 잡히면 최대 8000명 넘는 유엔 직원과 가족들이 상주하고 연간 120회 정도의 국제회의가 열린다. 총 기금 규모만 8000억달러로, 규모 면에서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과 맞먹는 GCF의 사무국 유치로 연간 경제적 효과가 3800억원(한국경제연구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송도 부동산시장도 들썩거렸다.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국제도시 전경 ⓒ송도(인천)=민동훈 기자

 ◇친환경 녹색도시의 꿈 '송도'
 2003년 참여정부는 '동북아 경제 허브(중심) 추진'을 목적으로 인천 송도·영종·청라, 부산·진해, 광양만권의 3개 경제자유구역을 지정했다. 송도국제도시는 이중에서도 21세기 동북아사아를 대표할 수 있는 국제업무중심지구로 개발계획이 짜였다.

 인천 연수구 인근 공유수면을 매립해 만든 57억2000㎡ 부지에 조성되는 송도국제도시는 총 9만5087가구, 인구 약 25만명을 수용하는 첨단 자족 신도시로 계획됐다.
서울에서 약 64㎞ 거리며 인천국제공항에서 불과 9㎞ 떨어져 있다.

 비행기로 3시간반이면 전세계 인구 3분의1이 살고 있는 동북아시아 어디든 갈 수 있다는 입지적 장점이 부각되며 한때 한국을 대표하는 국제도시로 주목받았다.

 당시 포스코건설은 미국의 부동산 개발업체 게일인터내셔널과 함께 '송도국제도시개발유한회사'(NSIC)를 설립, 송도국제도시의 마스터플랜을 짰다. 약 24조원의 개발비용이 투입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민간 주도 신도시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송도국제도시는 2009년 8월7일 국제업무지구 1단계 개발이 완료되며 그 첫 모습을 드러냈다. 송도국제업무단지(IBD)에는 컨벤션센터, 국제학교, 박물관, 생태관, 문화센터, 잭니클라우스 골프코스, 동북아트레이드타워(NEATT), 퍼스트월드주상복합, 센트럴파크, 송도인천타워 등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주상복합 등 주거시설 건립도 속도를 내고 있다.

 송도국제도시는 친환경 녹색도시를 콘셉트로 건설되고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2020년까지 전체 개발면적의 30%를 공원과 녹지로 조성하겠다고 공언했다. 실제로 송도국제도시 마스터플랜을 담당한 콘페더슨폭스(KPF)는 40만㎡의 중앙공원 등 전체 사업부지 중 녹지공간을 전체 개발면적의 40%에 달하는 242만8156㎡로 설계했다.

 최근엔 미국그린빌딩협회의 '지역 개발을 위한 에너지·환경 디자인 리더십 프로그램'인 LEED-ND 시범 프로젝트로 선정됐다. 이 프로그램은 현재 북미지역을 제외하고 세계적으로 238곳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송도국제업무지구가 아시아 최대 규모다.

 국제회의장인 송도컨벤시아, 쉐라톤인천호텔, 채드윅국제학교 , 주상복합아파트 더샵 센트럴파크I , 업무용빌딩 인터내셔널비즈니스스퀘어(IBS) 빌딩 등이 개별 LEED인증을 받았다.

 송도개발을 총괄하는 NSIC는 "최고 수준의 도시 개발 및 지속가능 개발 설계를 토대로 송도국제업무단지는 주민, 기업인 그리고 방문객에게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겠다"고 자신했다.

 ◇롤러코스터 탄 '동북아 경제허브'
 마스터플랜이 발표되고 본격적인 개발이 진행되면서 송도 부동산시장은 들썩거렸다.

 2005년부터 분양에 나선 신규단지들은 대부분 수십~수백대1의 경쟁률로 마감하기도 했다. 당시 '포스코 더샵 퍼스트월드'는 최고 260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송도국제업무단지 내 최초로 공급된 주상복합아파트로, 공급면적 기준으로 3.3㎡당 평균 1300만원대로 공급돼 인천 연수구 평균 매매가에 비해 훨씬 높았음에도 인기를 끌었다.

지난 2007년 4월 코오롱건설이 인천 송도신도시에 분양하는 오피스텔 '더 프라우'에 청약하기 위해 몰려든 청약 대기자들이 청약 하루전날부터 모델하우스에서 1km이상 떨어진 곳까지 장사진을 이뤘다. 이 오피스텔은 당시 전대미문인 4855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송도' 분양열풍의 정점을 나타냈다. ⓒ머니투데이 포토DB

 덩달아 다른 단지도 3.3㎡당 1200만원 후반대 높은 분양가를 고수하며 송도 부동산가격 상승세를 이끌었다. 정점은 4855대1이라는 전대미문의 경쟁률을 기록한 코오롱건설의 '더 프라우' 오피스텔이다.

 청약증거금만 수조원이 넘었다는 후문도 있다. 당시 3억5000만원대 프리미엄이 형성됐지만 송도신도시 입성을 위해 더 많은 웃돈을 요구해도 지급했을 정도다. 송도 아파트는 말 그대로 '로또'였다.

 그러던 2008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는 송도 부동산시장을 급격히 냉각시켰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06년 3.3㎡당 1690만원까지 치솟았던 매매가격은 2007년 1721만원을 정점으로 2008년 1560만원대로 떨어지더니 지난 11월 말 기준으로 1221만원까지 추락했다. 일부 단지는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붙은 지 오래다.


 청약성적표도 형편없었다. 2010년 1월 '송도 롯데캐슬'이 1순위 마감에 성공한 후 2012년 6월까지 총 8개 단지가 분양에 나섰지만 1순위 마감에 성공한 사업장은 단 한곳도 없었다. 덩달아 미분양도 급격히 늘었다.


 올 초만 해도 6개 단지에 2700여가구에 달했다. 지난해 말 인천도시개발공사가 공급한 웰카운티5단지는 총 1063가구를 모집했으나 63가구만 청약하는 데 그쳤다. 그마저도 실제 계약은 16가구에 그치며 계약률이 1.5%에 머물렀다. 결국 인천도시개발공사는 공공분양으로서는 최초로 분양을 취소하기도 했다.

 초기 몰려든 외국기업들의 관심도 급격히 사그라졌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2003년 경제자유구역 지정 이후 송도에 투자한 외국인 투자는 지난 9월 기준으로 전체 투자액 27조원의 4%에 불과한 1조1000억원에 머물렀다. 거주 외국인도 송도 전체 주민 5만7000여명의 1.5%에 그쳐 체면을 구겼다.

 대규모 프로젝트도 어려움을 겪은 건 마찬가지다. 151층 규모의 인천타워는 2008년 6월 착공 이후 사업비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며 여전히 공사중이다. 동북아트레이트타워 역시 자금난으로 공정률이 80%에도 못미친다.

 ◇GCF사무국 유치에 '환호'
 그나마 지난 10월 GCF 사무국 유치는 찬 기운이 돌던 송도 부동산시장에 훈풍을 몰고 왔다. 현지 분양관계자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11월 한달간 1000여가구가 계약을 마쳤다. 특히 미분양의 대부분을 차지한 중대형 아파트들도 속속 팔려나갔다.

 분양시장도 간만에 활기를 띠었다. GCF 사무국 유치 이후 송도에서의 첫 신규분양으로 관심을 모은 대우건설의 '송도 글로벌캠퍼스 푸르지오 오피스텔'은 평균 11.3대1, 최고 24.9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포스코건설이 지난달 분양한 '송도 더샵 마스터뷰'도 펜트하우스인 전용면적 196㎡형은 5가구 모집에 1순위 55명이 몰려 11대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순위 내 평균 1.66대1을 나타냈다.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위치한 한 부동산 중개업소 외부 전광판에 UN GCF(녹색기후기금) 사무국 유치를 환영하는 문구가 나오고 있다. ⓒ머니투데이 포토DB
 재외교포를 상대로 한 '동포타운' 조성이 탄력을 받는 점도 호재로 꼽힌다. 현지 분양업체에 따르면 송도가 국제도시, 외국인학교 등을 표방한 데다 GCF 사무국 유치 확정으로 재외동포들의 관심이 쏠리면서 매달 3~5가구가 팔려나가는 것이다.

 하지만 GCF 효과는 채 한달을 넘기지 못하는 분위기다. 사무국 유치 이후 첫 한달간 빠르게 소진됐던 미분양 물량은 이후 정체되고 있다는 게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귀뜸이다. GCF 사무국 유치효과보다 연말 종료 예정인 취득세, 양도소득세 한시감면 혜택 효과였다는 지적이다.

 송도 H부동산 중개사무소 대표는 "GCF 사무국 유치 발표 이후 서울 투자자들은 물론 인천지역 실수요자들의 문의도 늘었고 실제 계약사례도 나타났다"면서도 "지금은 문의가 좀 있긴 하지만 실제 계약을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GCF보다 세제혜택 연장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도 GCF 효과에 기대어 투자를 결정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조언한다. 여전히 대규모 미분양 물량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예정된 공급물량도 상당해서다. GCF 사무국 관계자들이 입주를 한다 해도 아파트 매입보다 장기임대 형식이 대다수일 것으로 관측되는 상황에서 이를 집값 상승의 호재로 판단하기엔 무리가 따른다는 것이다.

 침체에 빠진 송도 부동산시장을 살리기 위해선 최초 개발계획 당시 세운 외자 및 선도기업 유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민이 에이플러스리얼티 팀장은 "송도가 국제도시로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GCF 사무국 뿐만 아니라 당초 계획됐던 영리병원이나 글로벌 선도기업 등의 유치에 보다 주력할 필요가 있다"며 "장기적으로 명실상부한 국제도시 기능을 갖춘다면 침체된 부동산시장도 충분히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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