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당아래 분당'? 20년만에 집값...'충격'

머니투데이 송학주 기자 | 2012.11.17 06:32

[부동산'후']분당 87년 부터 3년간 年30%상승…금융기위 여파 3년새 30%빠져


1991년 분당신도시 시범아파트 첫 입주
한때 '천당 아래 분당'으로 불리며 집값 고공행진

2007년 금융위기로 인한 부동산 침체로 1차 타격
주변 판교, 동탄 등 2기 신도시 개발에 2차 타격
3년새 집값 30% 이상 빠져

신분당선 개통 효과 기대
'노후' 이미지 벗기 위해 리모델링이 관건


↑경기 성남 '분당신도시' 개발 전후 모습.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개발전, 개발초, 개발중, 개발후 모습.ⓒLH제공
 "(1989년) 그때만 해도 여기(분당)는 논하고 산밖에 없는 그냥 보통의 농촌마을이었습니다. 그러던 곳이 갑자기 신도시가 들어선다며 모델하우스가 생기고 사람들이 벌떼같이 몰려들었습니다. 처음엔 뭐하는 사람들이기에 이런 시골까지 올까 생각했는데 그때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들은 큰돈을 벌었죠."

 경기 분당에 살고 있는 한 주민은 1989년 신도시 개발이 확정된 후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2002년 분당신도시 정자동 개발 모습. 주상복합 아파트 단지가 눈에 띤다.ⓒLH제공
◇일산과 1기 신도시로 급성장…'천당 아래 분당' 불리며 전성기
 88 서울올림픽이 열릴 무렵부터 부동산가격은 미친 듯이 뛰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87년부터 89년까지 3년간 집값과 땅값은 해마다 30~40% 상승했다.

 그 결과 부동산시장이 불안해졌고 집값 때문에 서민들의 원성이 높아지자 당시 노태우정부는 89년 4월 획기적인 주택공급 확대정책을 발표했다. 서울 남쪽과 북쪽에 하나씩 대규모 신도시를 조성한다는 계획이었다.

 분당신도시는 이렇게 탄생했다. 신도시 발표 이후 7개월 만에 시범단지가 분양됐고 2년 만인 91년엔 첫 입주가 시작됐다. 신도시로 탈바꿈하기 전에는 90% 이상이 농경지와 임야였다.

 하지만 현재는 10만가구에 40만명이 거주하는 대도시가 됐다. 분당에는 중산층을 위한 고급 주상복합부터 서민을 위한 각종 임대아파트까지 다양한 종류의 아파트가 들어섰다.

 서울과 가장 가까운 지하철 서현역 주변에는 삼성과 한신, 우성, 현대 등 민간 아파트단지가 자리잡았다. 대부분 30층 건물로 고층 아파트시대를 주도했다.

↑ 최근 10년간 분당신도시 3.3㎡당 평균 아파트값 변화.ⓒ부동산114 제공
 집값 안정을 위해 분당을 만들었지만 '천당 아래 분당'으로 불리며 부동산시장 불안을 부추기는 진원지가 되기도 했다. 분당 집값은 최초 분양가가 단지별로 3.3㎡당 180만∼220만원이었으나 최고점이던 2007년 상반기 3.3㎡당 평균시세가 2075만원까지 올랐다. 이는 분양가의 10배에 육박하는 금액으로, 매년 일년치 연봉을 거저 얻은 셈이다.

 분당에 사는 한 주민은 "92년부터 분당에 처음 입주해 지금까지 사는데 당시 분양가는 4000만원이 채 안됐다"며 "지금 시세는 3억6000만원 정도니 신도시 덕을 본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처음 입주할 당시에는 주변에 상가도 없고 편의시설도 없어 서울에 가서 장을 봤다"며 "그러던 분당이 한때 아파트 분양가가 강남보다 비싸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분당에서도 정자동이 알짜배기 지역에 속했다. 한때 '청자동'으로 불리기도 했다. 상류층을 위한 주상복합아파트 단지가 많고 카페거리와 율동공원 등 명소가 조성돼 다른 곳에 비해 아파트 값이 비싸다. 수영장과 골프연습장 등 입주민 수준에 맞는 각종 시설을 설치해 고급 아파트 시대를 열기도 했다.

 정자동 인근 T공인 관계자는 "2003년 로얄팰리스를 시작으로 최고급 주상복합이 줄줄이 등장해 변호사, 의사 등 젊은 전문직 종사자가 대거 입주하면서 우리나라 대표 신흥부촌으로 거듭났다"며 "기업인을 비롯해 연예인, 스포츠스타 등 부자가 많이 사는 지역으로 유명하다"고 말했다.

↑현재 분당 정자동 인근 주상복합 '파크뷰' 아파트와 '파빌리온' 오피스텔 전경.ⓒ송학주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1차 타격…2기 신도시에 넉다운"
 "20년이나 된 낡은 아파트에 살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게다가 하루가 멀다하고 가격이 내려가니 얼른 집 팔고 다른 동네로 떠나려고 합니다. 최근엔 전세마저 판교나 용인의 새 아파트로 이동하는 분위기입니다."

 분당 정자동 C공인 중개업소 대표는 "'천당 아래 분당' '청자동'이란 말은 옛날이야기가 됐다"며 "올들어 계약서 한 건 쓰지 못할 정도로 거래는 없고 가격이 떨어지다보니 옛 명성이 어색해질 정도"라며 분당의 최근 부동산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로 2007년 16억원까지 호가하던 정자동 아이파크 172.62㎡(이하 전용면적)는 현재 9억원에도 매물이 나와 있다. 5년새 가격이 40% 이상 급락한 셈이다. 그런데도 아직 집을 사려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게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분당의 집값이 하락한 원인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함께 국내 부동산 경기침체, 단지 노후화 등에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대부분 입주한 지 20년이 다가오면서 엘리베이트나 배관 등이 노후화된 데다 아파트 내 편의시설 등 인근 새 아파트와 비교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판교, 광교 등 주변에 들어서는 2기 신도시 건설도 분당 집값 하락에 한몫했다. 한 판교 주민은 "원래 분당에서 살았지만 이왕이면 오래된 분당보다 새 아파트에서 사는 게 좋을 것 같아 이사했다"며 "이 지역 아파트 평면은 발코니확장형으로 돼 있어 같은 평수라도 더 넓다"고 설명했다.

 이어 "판교는 자연환경이 좋고 입주한 지 얼마되지 않은 신도시여서 쓰레기도 없고 산뜻하다"며 "지하철이 들어온 뒤 강남까지 15분 내에 들어갈 수 있고 고속도로 진입도 유리해 교통여건이 분당보다 낫다"고 덧붙였다.

 ◇분당이 살길은 리모델링?
 분당은 집값 안정을 목적으로 주택 위주로 도시를 조성, '베드타운'의 한계를 벗어나기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짧은 기간에 많은 아파트를 짓다 보니 설계와 디자인이 천편일률적이라는 단점도 있다.

 분당이 예전의 명성을 찾기 위해서는 많이 낡아 보수가 불가피한 아파트를 리모델링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일부 전문가는 단순한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을 넘어 도시 전체를 체계적으로 다시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례로 분당은 교육도시로 잘 알려져 있다. 분당에 산다고 하면 누구나 한번쯤은 대단한 교육열을 떠올리게 마련이다. 이처럼 베드타운의 한계를 넘어 특화된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서울 강남역까지 17분에 주파할 수 있는 신분당선 개통은 분당의 최고 호재로 작용한다. 분당 서현동 인근 A공인 관계자는 "이제 분당은 낡은 집을 리모델링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며 "분당 주민들은 새집을 만들어 다시금 영화로웠던 시절을 꿈꾸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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