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SH공사 '숫자놀음 개혁' 안돼

머니투데이 민동훈 기자 | 2012.10.22 06:35
 최근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들에게 가장 많이 지적당한 사항 중 하나는 박원순 시장이 공약으로 추진 중인 '부채감축 7조원'과 '임대주택 2만가구 추가 확대 계획'의 달성 여부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 기준 SH공사의 총부채는 17조5254억원이며, 이중 채무는 12조2672억원에 달한다. 이런 가운데 박 시장이 공약한 2013년까지 SH공사 부채감축 목표는 당초 1조3981억원이었으나 지난 5월 3조5924억원으로 대폭 수정됐다. 즉, 빚 청산규모를 당초보다 2.5배가량 늘려잡은 셈이다.

 반면 박 시장 임기내 임대주택 8만가구 건설에 필요한 사업비는 11조8800억원이며, 이중 서울시 예산투입분 4조6000억원을 제외하면 SH공사가 부담할 몫은 1조5000억원이다.

 임대주택 건설은 앞서 투입된 아파트 건설비용 등을 분양대금과 보증금 회수 등으로 충당하면 된다는 게 시의 입장이지만 현실은 다르다. 당장 최근 SH공사는 마곡도시개발지구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1조8000억원대 공사채를 발행키로 했다. 일부 만기도래 채권 상환분을 제외하면 SH공사의 채무규모가 또 늘어난다.

 부채감축도 쉽지 않다. 시와 SH공사는 마곡도시개발지구, 문정도시개발지구 등의 용지 매각과 은평뉴타운·가든파이브 등 장기 미분양 문제 해결 등을 통해 해결한다는 입장이지만 시장상황이 녹록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SH공사는 꼼수를 썼다. SH공사는 지난해 12월 SPC(특수목적회사)인 'SH하우징 제일유동화 전문회사'를 설립, 5300억원의 ABS(자산유동화증권)를 발행해 SH공사의 채무 일부를 상환했다.

 SH공사가 공사채를 발행하면 당연히 채무로 잡히지만 SPC를 통해 ABS를 발행하면 서울시와 산하기관 채무 계산 시 제외된다는 점을 교묘히 이용한 것이다. 물론 이는 정상적인 회계절차로 편법은 아니지만 ABS도 실질적으로 SH공사가 갚아야 할 빚이란 점은 변함없다.

 현실적으로 임대주택 8만가구 공급과 부채감축을 동시 달성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목표치를 맞추기 위해 '숫자놀음'을 하기보다 목표를 수정하더라도 실현 가능한 정책을 입안해서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김호중 콘서트 취소하려니 수수료 10만원…"양심있냐" 팬들 분노
  2. 2 이 순대 한접시에 1만원?…두번은 찾지 않을 여행지 '한국' [남기자의 체헐리즘]
  3. 3 11만1600원→44만6500원…미국 소녀도 개미도 '감동의 눈물'
  4. 4 [영상] 가슴에 손 '확' 성추행당하는 엄마…지켜본 딸은 울었다
  5. 5 '100억 자산가' 부모 죽이고 거짓 눈물…영화 공공의적 '그놈'[뉴스속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