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당 마이너스 100만원' 김포 한강신도시, 지금은

머니투데이 김포(경기)=민동훈 기자 | 2012.09.15 08:15

[부동산'후']김포 한강신도시

편집자주 | 경기 김포 한강신도시는 김포시 장기동, 운양동, 구래동, 마산동 일대 1085만4179㎡ 부지에 조성 중인 2기 신도시다. 당초 '한국의 베니스'가 될 것이란 기대 속에 2008년 첫삽을 떴지만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어닥치면서 미분양이 속출, '건설사들의 무덤'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부동산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이미 준공된 아파트임에도 여전히 불꺼진 집들이 즐비하다. 김포한강로 개통과 김포도시철도 확정 등 개발호재가 이어지고 있지만 택지를 분양받아놓고도 분양일정조차 잡지 못하는 건설사들도 수두룩하다.


◆'건설사 무덤' 오명
'최초 수로도시' 청사진 불구
"분양만하면 미달" 흥행 실패
기반시설 부족 · 접근성 지적

◆"다시 분위기 탔다"
김포한강로 전면개통 접근↑
2017년 도시철도 완공 호재
'9·10대책' 미분양해소 기대


↑김포한강신도시 전경 ⓒ민동훈 기자
 한강신도시는 단독주택 1638가구, 연립주택 3652가구, 아파트 4만7364가구, 주상복합 2770가구 등 총 5만5424가구, 15만2400여명의 인구를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계획됐다.

 지역 개발 콘셉트는 도시와 생태, 농촌환경이 조화되는 '생태환경 전원도시'와 세대·계층·지역간 문화소통 중심의 '문화 교류도시'였다. 수로와 실개천이 흐르는 캐널시티(Canal-city), 수도권 최대 규모의 조류생태공원, 차량동선과 분리된 자전거도로 등이 설계에 반영됐다.

 당초 정부는 김포시내 김포대수로와 가마지천 등 수변공간을 활용, 차별화되고 경쟁력있는 도시 건설을 위한 특화 방안의 일환으로 수로도시를 국내 최초로 건설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밝혔다.

 특히 탁 트인 한강변 조류생태공원은 한강신도시가 표방하는 친환경도시의 대표적인 상징이다. 철새 수만마리가 김포에서 따뜻한 겨울을 보내는 점을 고려해 한강변에 63만㎡ 규모로 조성중이다.

 ◇"분양했다 하면 미달"…'건설사의 무덤'
 부푼 기대감 속에 첫삽을 떴던 한강신도시는 2008년 첫 분양 때부터 공급만 하면 미분양이 속출하며 건설사들의 속을 태웠다. 한강신도시에서 가장 먼저 분양에 나섰던 '우남퍼스트빌'은 당시 1193가구 모집에 780명이 청약, 평균 0.65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예로부터 마을이 청석(靑石)으로 돼 있어 청석에서 솟는 물이 맑다고 해 청수(靑水)마을로 불렸던 경기 김포 운양2동 일대(사진 왼편)가 한강신도시 개발계획에 따라 아파트단지로 탈바꿈하고 있다. ⓒLH 제공, 민동훈 기자
 이어진 동시분양 성적도 처참했다. 1순위 마감은커녕 3순위까지 가서도 주인을 찾지 못한 아파트가 즐비했다. 임대아파트도 부진했다. 김포한강신도시 내 첫 중형 임대아파트로 관심을 모은 '중흥S-클래스 리버티'도 3순위까지 1434가구 모집에 고작 263명만 신청했다.

 김포 고촌읍 신곡리 일대엔 정규 분양일정이 한참 지난 아파트의 모델하우스들이 여전히 영업중이다. 미분양 해소 대책이 줄기차게 나왔지만 위축된 수요는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는 게 현지 부동산업계의 설명이다.

 메이저 브랜드들도 고전하긴 마찬가지다. '래미안 한강신도시2차'와 '한강신도시 롯데캐슬' 등도 청약에선 선방했지만 저조한 계약률에 울상을 지었다. 그나마 전매제한 완화와 양도소득세 감면 등의 정부대책이 나오면서 숨통이 트이게 됐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게 분양 관계자들의 하소연이다.


↑입주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김포한강신도시 현대성우 전경. ⓒ민동훈 기자
 그러다보니 대부분 분양단지는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붙은 상태다. 우남퍼스트빌은 2008년 당시 분양가격이 3.3㎡당 1070만원 수준이었던 데 비해 최근 선보인 래미안과 롯데캐슬은 이보다 100만원 낮은 3.3㎡당 970만원선에 분양했다. 인근 아파트 시세도 3.3㎡당 930만~980만원대에 머물러 있다.

 이처럼 한강신도시가 부진한 이유로 대부분 사람은 역시 기반시설 부족을 꼽는다. 지난해부터 입주가 본격화됐지만 한강신도시 내 대형마트는 단 한곳뿐이다. 중심상업지구도 아직 조성중인 데다 단지내 상가도 여전히 텅텅 비어 있다.

 현지 부동산업계에선 동탄이나 광교 등 다른 2기신도시에 비해 김포도시공사 같은 개발주체의 적극적 지원이 부족한 점도 아쉬워하고 있다.

 김포 고촌읍 D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사실상 개발청사진을 보면 다른 신도시에 비해 친환경밖에 내세울 게 없다"며 "그나마 부동산시장의 위축으로 3.3㎡당 900만원대 중반으로 떨어진 분양가로 근근이 버티는 실정"이라고 푸념했다.

 ◇교통환경 개선, 인근 신도시와 연계성 등 숙제
 그나마 김포한강로가 전면 개통되고 김포도시철도계획이 확정된 점은 호재다. 당초 한강신도시는 광역교통계획의 미비로 서울로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었다. 산본보다 멀지만 광교보다 가깝다는 입지적 장점이 교통불편이란 심리적 거리감에 희석됐던 것이다.

 출·퇴근시간대를 제외하면 김포한강로를 통해 강남까지 차량으로 이동할 경우 40분 안팎이면 도달할 수 있다. 수도권광역버스(M버스)가 지난 5월 개통된 점도 서울에 직장이 있는 입주민들의 불편을 상당부분 해소해준다. 김포도시철도가 개통하는 2017년에는 오히려 1기 신도시에 비해 교통여건이 나아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경기 김포시 장기동 일대 김포한강신도시 위치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제공
 최근 민간사업자가 선정돼 속도를 내고 있는 '김포시네폴리스'가 조성되면 한강신도시의 부족한 자족기능을 보강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계획단계인 수도권제2외곽순환도로도 인천과 수도권 남부 수요를 흡수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지난 10일 정부가 발표한 한시적 취득세 인하와 미분양아파트 취득시 5년간 양도세 면제 대책도 한강신도시 미분양 해소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한다.

 B건설 분양소장은 "9·10대책 발표 이후 계약에 머뭇거리던 투자자들의 방문과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이번 대책으로 모든 미분양을 일거에 해소할 수는 없겠지만 일단 분위기를 탔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같은 호재들이 한강신도시가 본모습을 갖추게 될 2014년 이후에 몰려 있다는 점이다. 김포한강로와 연결되는 올림픽대로 확장계획은 여전히 안갯속인 데다 김포시네폴리스 조성과 김포도시철도, 수도권제2외곽순환도로 등도 빨라야 2017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관측돼서다.

↑한강신도시 3.3㎡ 시세 추이(단위: 3.3㎡/만원) ⓒ부동산114
 그럼에도 현지 부동산 중개업계에선 "지금이 바닥"이라며 투자자들을 설득하고 있다. 김포시 장기동 H부동산 사장은 "실수요가 아닌 투자자 입장이라면 2015년 이후 입주하는 물건을 알아보는 게 좋을 듯싶다"며 "2015년 입주시 전세를 내주고 2년 후쯤이면 도시기반시설 등이 모두 완비되면서 제대로 된 신도시 모습을 갖출 것"이라고 설명했다.

 9·10대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미분양아파트에 대한 양도세 감면도 취득 이후 5년간 발생한 양도소득에 대한 감세라는 점에서 현재와 같은 부동산시장의 침체가 이어진다면 세금감면 혜택 자체가 유명무실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민이 에이플러스리얼티 팀장은 "현재와 같은 시장상황에서는 미분양아파트를 매입해 단기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며 "부족한 기반시설 조성과 광역교통계획 확충, 자족기반 마련을 위한 인근 신도시와의 연계성 개선 등이 김포한강신도시 성패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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