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 전광판에 잡힌 여자들, 갑자기 '맥주배틀'?

머니투데이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 2012.05.05 10:02

[장윤호의 체인지업]경기도중 이벤트성 마케팅.. 위험성과 적법 논란

↑ 프로야구 700만시대, 어린이와 여성들의 야구장 관람이 급증하고 있는 이때, 경기도중 '캔맥주 배틀'이 적법한지에 대해 논란이 되고있다. 사진은 지난 4월 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베어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개막전 관중석 모습. ⓒ 임성균 기자 tjdrbs23@

4월28일 잠실 구장서 열린 두산-KIA의 경기 중 양팀 응원석을 대표하는 두 여성 팬이 카스(Cass) ‘캔 맥주 배틀(battle)’을 펼치는 것이 전광판 대형 화면을 통해 생중계 됐다.

‘배틀’은 일 대 일로 맞서 싸우는 것을 이르는 말로 ‘맞짱’과 맥을 같이 하는데 서로 우열이나 실력을 겨루는 것이다. 따라서 캔 맥주 배틀은 캔 맥주를 누가 먼저 마시느냐의 경쟁이었다. 두 여성 팬은 더 빨리 취한다는 빨대(straw)를 이용하고 있었다.

필자는 다음 날 ‘줌 인 스포츠’ 사진 뉴스를 통해 이 기사를 접했는데 정말 깜짝 놀랐다. 과연 스포츠 경기가 열리는 구장에서 ‘캔 맥주 배틀’을 공개적으로 하는 것이 가능한지, 위험성은 없는지, 더 나아가 법규나 조례에 위반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웠기 때문이다.

이미 오래 전부터 프로 스포츠가 대중화된 미국에서 메이저리그는 물론 프로농구(NBA), 프로풋볼(NFL),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프리미어 리그 등 유럽 축구, 그리고 일본 프로야구에서도 공개적인 ‘캔 맥주 배틀’은 그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공격적인 마케팅의 방법이라고 해도 위험성이 너무 크고 한편으로는 위법이 될 수 있어서 이다.

물론 메이저리그 구장에서는 맥주를 판다. 그러나 1인에게 팔 수 있는 양이 정해져 있고 7회가 넘어가면 판매가 금지된다. 그 이유 중의 하나가 만약 야구장에서 많은 양의 술을 사서 마신 팬이 음주 운전이나, 술에 체하는 주체(酒滯), 급성 심장마비 등 예상치 못한 건강 이상이 발생할 경우 판매를 허용한 측에서도 책임이 크기 때문이다. 대규모 소송을 피할 수가 없다.

한편으로는 공공 체육시설에 대한 조례 등에 야구장에서의 ‘맥주 배틀’이 허용되는지도 의문이다. 표현 상으로 맥주 배틀이라는 이벤트 성격이 강하기는 하지만 실제로 공개적인 ‘일 대 일 술 실력 대결’이기도 하고 술을 누가 빨리 마시느냐를 우열과 흥미의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와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홈 구단이 법률적으로 충분한 검토를 마쳤는지 궁금하다.

특히 프로야구는 선수의 음주 운전 사고 등으로 홍역을 치른 바 있는데 마케팅 측면에서 팬들로 하여금 비록 도수가 약한 맥주이기는 해도 음주를 조장하는 듯한 분위기를 만드는 모순을 보여주고 있다.

법적인 측면에서 간단하게 문의를 해본 결과 관련 전문가는 ‘여러 조례 등을 연구해봐야 겠지만 경기장에서 공개적으로 술을 빨리 마시는 것을 경쟁시키는 것은 만일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 소재에 대한 심각한 논란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맥주와 오렌지 주스는 다르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도 있다. 700만 관중 시대를 목표로 열기를 더해가고 있는 프로야구의 새로운 팬 창출의 희망은 가족(家族)이다. 더 세분하면 여성과 어린이들이다.


어린이들이 전광판을 보고 있는 가운데 젊은 여성 팬들이 맥주 빨리 마시는 게임을 하고 있고 만일 어린이들이 지금 하는 것이 어떤 행사이며 왜 술 빨리 마시기를 하느냐고 묻는다면 부모는 어떻게 대답하고 설명해줘야 할 것인가.

한국야구위원회 차원에서도 필요하다면 법률적 검토와 자문, 그리고 조언을 해줘야 할 것으로 본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해도 한국프로야구가 추구하는 ‘어린이에게 꿈을!’이라는 목표에 부합되지 않는 이벤트라고 판단되면 중지를 하도록 구단과 조율해나가야 할 것이다.

지난 2007년 4월29일 새벽 0시35분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구단의 불펜 투수 조시 행콕(당시 29세)이 혈중 알코올 농도 0.157%의 만취 상태에서 운전을 하다가 도로 상의 견인차를 들이 받아 현장에서 사망하는 사고가 벌어졌다.

통산 102게임에 출장해 9승7패1세이브, 평균 자책점 4.20를 기록한 평범한 투수였던 그는 2006년 세인트루이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에 기여했는데 부친인 딘 행콕의 분노는 대단했다.

딘 행콕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대상 중 하나가 술을 판 ‘마이크 섀년 레스토랑’이었다. 행콕의 부친 측 변호사는 ‘레스토랑이 지나치게 많은 술을 조시 행콕에게 판 것이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다행히 세인트루이스 구단은 소송을 당하지 않았는데 아버지가 밝힌 이유는 책임 유무가 아니라 구단이 아들의 사망 이후 보여준 성의에 감동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프로야구는 음주 운전으로 미래가 유망한 투수가 중상을 입고 더 이상 선수 생활을 못하게 되는 사고도 겪었다. 메이저리그에서 대부분의 구단들이 라커룸에서의 음주를 금지했다.

음주 문화에 대한 관대함과 스포츠 경기장에서의 공개적인 술마시기 게임은 분명히 다른 것이다.

질문이다. 미 캘리포니아주 LA 인근 유명 비치인 산타모니카 모래 사장에 앉아 조국을 그리워 하며 캔 맥주를 마신다. 혹은 공원에서 가족들과 삼겹살을 구어 먹으며 소주를 마신다. 어떻게 될까? 정답은 적발되면 잡혀가거나 벌금형을 받게 된다 이다. 금지된 장소이기 때문이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남편·친모 눈 바늘로 찌르고 죽인 사이코패스…24년만 얼굴 공개
  2. 2 나훈아 '김정은 돼지' 발언에 악플 900개…전여옥 "틀린 말 있나요?"
  3. 3 "예비신부, 이복 동생"…'먹튀 의혹' 유재환, 성희롱 폭로까지?
  4. 4 불바다 된 LA, 한국인들은 총을 들었다…흑인의 분노, 왜 한인 향했나[뉴스속오늘]
  5. 5 계단 오를 때 '헉헉' 체력 줄었나 했더니…"돌연사 원인" 이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