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 용서를" 차범근의 부탁이 거절당한 이유

머니투데이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2012.03.3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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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호의 체인지업]

↑박주영은 그라운드에서 가장 빛이 난다. 그가 당당하게 병역 의무에 나섰다면 그 빛에 명예를 더했을 것이다.↑박주영은 그라운드에서 가장 빛이 난다. 그가 당당하게 병역 의무에 나섰다면 그 빛에 명예를 더했을 것이다.


세계 무대에서 한국 축구를 상징하는 스타인 차범근 감독(59)이 '(국민들에게?) 박주영에게도 한번만 너그러운 모습을 보여주면 정말 좋겠다'는 부탁을 하면서 박주영의 병역 회피 논란은 진정 국면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욱 거세졌다.

지난 16일 모나코 왕국으로부터 10년간 장기 체류 자격을 얻어 병역의무를 2022년 12월31일까지 10년간 연기한 박주영(27)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35세 이전에 현역 입대하겠다'며 자신의 진정성을 강조한 바 있는데 반응이 냉담했다.



이후 차범근 감독까지 나서 박주영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하자 우리 사회 지도자급 인사의 시각에 대한 회의론이 대두됐다.

박주영의 병역 복무 2년이 마치 다른 모든 젊은이들의 2년 기간보다 더 고결한 가치가 있는 것처럼 받아들여지는 상황이다.



차범근 감독은 사생활 문제로 물의를 일으킨 타이거 우즈를 박주영에 비유했다. 미국의 팬들은 타이거 우즈의 골프를 보며 그에 대한 실망감을 넘어 그에게 박수를 보냈다는 것이다.

차범근 감독이 왜 느닷없이 우즈와 박주영을 비교했는지 의문이 든다. 사생활과 한국 국민의 의무인 병역 문제는 전혀 상관이 없다. 미국인들이 타이거 우즈를 용서할 만큼 너그러운지 알 바 아니지만 박주영의 병역 연기에 문제점을 제기한 한국인들에게 미국인처럼 너그러움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자체부터 받아들이기 어렵다.

상식적이고 보편적인 판단을 하고 있는 많은 한국 남자들, 특히 젊은이들은 차범근 감독의 '간절한 부탁'을 강하게 거절하고 있다.


박주영 논란에 대해 수없이 나오는 기사를 읽다가 모 축구인의 '박주영이 지금 당장 군대에 가서 나라를 위해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주장을 보면서 어처구니가 없어 말이 안 나왔다. 그렇다면 학업이나 생업을 중단하고 국민의 의무를 다하고자 집을 나서는 젊은이들은 국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군대에 가주는 것밖에 없고 박주영은 고고하게 축구만 계속하면 된다는 것인가.

차범근 감독은 '누군가가 합법적인 방법을 찾아낸 모양입니다. 그것을 거부할 만큼 성숙하지 못한 걸 많은 분들이 아쉬워하고 꾸짖는 것이지요. 저도 안타깝고 아쉽습니다. 주영이도 더 열심히 자신의 이기심과 무책임했던 결정에 진심으로 죄송한 마음을 가지고 혼을 담아 뛰어야 할 것입니다'라고 지적했다.

차 감독의 말대로 박주영은 우리 나이로 스물여덟이다. 그 나이의 젊은이가 성숙하지 못해 잘못된 것을 거부하지 못했다면 우리 사회에서는 농담처럼 '군대를 안 갔다 와서 그래'라고 한다.

박주영의 결정이 이기적이고 무책임했다는 것을 차범근감독도 인정하면서도 이를 용서하라는 것은 본인은 할 수 있지만 생각이 다른 이들에게 부탁(?)할 수는 없다.

현역 복무 중인 연예계의 스타들이 있다. 세계적인 가수 '비'도 현역 입대했고 '현빈'은 30세의 나이에 해병대에 자원했다. 그들과 박주영은 뭐가 다른가.

만약 '비'나 '현빈'이 '꼼수'로 10년간 병역 연기를 하는 작업을 했다면 단언하건데 그들의 연예계 생활은 즉시 끝이 날 것이다.

축구 선수로서 절정기에 군대를 가는 것은 물론 아쉽고 안타깝다. 그러나 한국의 많은 젊은이들은 지적이나 육체적으로 가장 왕성해 무엇인가 꿈을 가지고 도전할 시기에 조국을 지키러 나선다.

스포츠 선수들에게는 그래도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같은 명예롭고 합법적인 병역 특례의 길이 있다. 축구의 월드컵과 야구의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은 아마추어 세계 선수권 대회 등과의 형평성 문제로 병역 혜택에서 제외됐다. 박주영이 돈을 버는 프로선수라는 사실도 병역 의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박주영이 왜 상무에 입대해 2년간 병역의무를 수행하면서 금년 런던올림픽,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 국가 대표 공격수로 출전하는 명예로운 길을 택하지 않았을까?

병역을 장기 연기하는 '꼼수'를 씀으로써 올림픽 대표팀의 홍명보감독, 월드컵의 최강희 감독 모두 박주영을 발탁하기 어려워졌다. 차범근 감독은 부탁을 할 것이 아니라 박주영에게 올바른 조언을 해줬어야 했다.



장윤호는...
서울 중앙고등학교 시절 고교야구의 전성기를 구경했으나 그 때만 해도 인생의 절반을 야구와 함께 할 줄 몰랐다. 1987년 일간스포츠에 입사해 롯데와 태평양 취재를 시작으로 야구와의 동거가 직업이자 일상이 됐다. 한국프로야구 일본프로야구 취재를 거쳐 1997~2002년까지 6년 동안 미국특파원으로 박찬호의 활약과 메이저리그를 현장에서 취재하고 귀국한 후 일간스포츠 체육부장, 야구부장, 편집국장을 지냈다. 2003년 MBC ESPN에서 메이저리그 해설을 했고 2006년 봄 다시 미국으로 떠나 3년 동안 미 프로스포츠를 심층 취재하고 2009년 돌아왔다. 현재 국내 최고의 엔터테인먼트미디어 '스타뉴스(Starnews)' 대표, 대한야구협회 홍보이사, 야구발전연구원이사, 야구발전실행위원회 위원 등을 맡고 있다. 2006년 3월 '야구의 기술과 훈련(BASEBALL Skills & Drills)'을 번역 정리해 한국야구 100주년 특별 기획으로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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