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감자 90% 성격장애…성격에도 '건강'이 있다

머니투데이 이지현 기자 | 2012.04.14 07:19

[이지현의 헬스&웰빙]건강한 성격 만들기

최근 수원에서 끔찍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용의자 오씨에 대한 수사 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해당 범죄의 잔인함이 낱낱이 공개되면서 사람들의 충격 역시 커지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오씨에게 '성격 장애'가 있을 수 있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죽은 피해자에게 미안함보다 원망 등의 비상식적 감정을 드러내는 것으로 볼 때 인격 형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각종 범죄, 자살 등 극단적 선택의 이면에는 '개인의 성격'이라는 심리적 요인이 밑바탕 된다고 설명한다. 실제 교도소 수감자의 70~90%는 성격장애가 있으며 범죄 및 살인의 증가에도 관련이 있다는 유럽과 미국의 연구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특히 감정변화가 극단적이고 자기학대적인 사람, 은둔형 외톨이, 남들에게 의존하지 않으면 불안해하는 사람, 상대에게 지나치게 무책임한 사람, 다른 사람들을 조종하고 이용하려는 사람 등은 성격장애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평소 건강한 성격을 형성하려고 꾸준히 노력하면 성격 장애를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다. 건강한 성격을 위해선 먼저 성격에 대해 명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

강제욱 인제대학교 부산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사람의 성격은 딱히 한가지로 명확히 정의하는 것은 매우 어려우며 다양한 개인의 특성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성격, 개인 특유의 행동 및 사고 양식=강 교수에 따르면 성격은 '한 인간이 환경에 적응해 나가는 과정에서 비교적 일관성을 가지고 나타나는 개인 특유의 행동 및 사고 양식'으로 정의된다.

성격은 개인을 대표하는 고유한 특성으로 유전적으로 동일한 일란성 쌍둥이일지라도 개인마다 성격적 특성이 각각 다를 수 있다.

사람은 이 같은 성격에 따라 비교적 일관성 있고 지속적인 행동 패턴을 보인다. 이를테면 소심하고 융통성이 없는 성격인 사람의 경우 어떠한 사건이나 문제를 마주해도 비슷한 행동과 생각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개인이 속한 문화, 주변 환경, 개인의 역할 등에 따라 성격은 언제든 변할 수 있다. 학창시절에 얌전히 공부만 하고 주변 친구와 잘 어울리지 않던 사람이 오랜 경찰생활로 활달하고 주도적인 성격으로 변하기도 한다.

매우 똑똑하고 리더십이 있던 학생이 실패를 거듭한 후 소극적이며 사람을 기피하는 성격으로 변하기도 한다. 즉 유전 및 생물학적 요인과 후천적인 환경이 사람의 성격에 영향을 주는 셈이다.

◇개인의 성격은 평생을 거쳐 변화되고 수정돼=1963년 토마스 등의 연구진은 갓 태어난 아이들을 생후 1년간 면밀히 관찰해 기질이 순한 아이, 까다로운 아이, 느린 아이 등으로 구분했다.

부모로부터 받은 특정 유전자가 성격 형성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전문가들은 개인의 신체상태, 영양, 내분비 호르몬 등도 성격형성에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환경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인간은 태내의 수정체일 때부터 끊임없이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태교'가 임신 중 중요한 것도 환경적 요인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출생 후엔 뱃속 환경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환경자극을 받는다. 부모나 양육자가 아이를 어떻게 키우느냐에 따라 성격 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 성장하면서 교사나 형제, 또래들의 영향 역시 아이의 성격형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강제욱 교수는 "한 사람의 성격은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또는 직업을 통해서 변화될 수 있으며 평생을 거쳐 변화되고 수정 된다"고 설명했다.

◇밝은 성격, 함께 있으면 기분 좋고 편안해져=성격은 평생에 걸쳐 변화할 수 있는 만큼 좋은 성격, 건강한 성격을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

건강한 성격은 △사람이 스스로 행복하다고 느끼고 △평화로운 마음을 가질 수 있고 △환경에 적응하고 △성공하는 데 매우 중요한 밑바탕이 된다.

사람들은 이처럼 밝은 성격을 가진 사람과 함께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편안해진다.

전문가들은 △다른 사람이 되려고 하지 않고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일 수 있으며
△자신과 타인의 강점과 약점을 관대하게 수용하며 △자신의 행동을 합리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며 △과거에 머물러 있지 않고 현재에 충실하며 △새로운 목표와 새로운 경험을 항상 추구하는 것을 '건강한 성격'의 특징이라고 설명한다.

스스로 판단했을 때 이 같은 기준에 '그렇다'고 응답하는 비율이 높다면 건강한 성격이라고 할 수가 있다.

◇사고의 유연성, 건강한 성격의 핵심=건강한 성격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사고의 유연성(flexibility)'이다. 강 교수는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요구들에 대해 자기 자신이 가진 생각을 언제나 변화시킬 준비가 되어야만 한다"고 설명했다.

어떤 상황에서는 옳고 적절한 반응이라 할지라도 또 다른 상황에서는 그것이 틀릴 수 있다는 것을 받아 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내 생각이 옳다면 다른 사람의 생각도 옳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도 중요하다.

틈틈이 이를 연습하는 것도 도움 된다. 다른 사람의 상황을 가정하고 스스로 훈련하는 것이다.

강제욱 교수는 "내가 가진 단점이 때로는 장점도 단점도 될 수 있다는 차이를 인정할 수 있다면 건강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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