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남성 잡는 '대나무 허리병', 무심코 넘기면..

머니투데이 이지현 기자 2012.03.0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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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현 기자의 헬스&웰빙]강직성 척추염이란

# 입사 5년차 김모(33)씨는 작년 말부터 허리 통증을 느꼈다. 하지만 허리 질환을 앓고 있는 가족이 여럿이어서 가족력 때문에 척추 건강이 좋지 않겠거니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아침마다 허리가 뻣뻣해 지는 정도가 심해졌다. 허리를 구부렸다 펴는 것조차 힘들었다. 병원을 찾은 김씨는 '강직성 척추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강직성 척추염은 척추에 염증이 생겨 척추와 주변의 뼈가 서로 붙어 굳는 질환이다.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류머티즘처럼 '자가 면역 체계'의 이상으로 생긴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이 질환은 주로 30세 이전에 많이 생긴다. 또 여성보다 남성에게 3~4배 발병률이 높은 편이다. 국내에서 이 병에 걸린 환자는 1만명 정도로 알려졌다.

'대나무 허리병'이라는 이름의 이 질환은 가장 건강한 나이인 20~30대 남성에게 주로 발견된다. 앞서 설명한 김 씨처럼 단순 허리통증으로 치부해 치료를 미루는 사람이 많은 편이다.



허리가 아파서 허리 디스크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병원을 찾은 젊은 남성들이 '강직성 척추염' 진단을 받으면 심한 두려움을 느끼기 마련이다. 질환의 이름이 생소하고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허리가 심하게 구부러져 보행에도 지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치료와 관리만 잘 하면 얼마든지 정상생활이 가능하다. 단 최대한 빨리,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대처법이다.

◇면역 체계가 정상세포 공격해 생겨=우리 몸의 면역체계는 종양처럼 나쁜 세포가 몸속에 생기면 이를 공격해 그 힘을 약하게 만든다. 이 활동에 이상이 생겨 종양을 죽이는 종양괴사인자가 정상 세포를 공격하면 류머티즘 질환이 생기는 것이다.


강직성 척추염도 류머티즘 질환의 일종이다. 면역 항체가 척추 세포막에 붙어 정상세포를 공격해 염증을 일으킨다. 이 염증으로 척추 뼈가 비정상적으로 자라게 되고 주변의 다른 뼈와 붙어 척추가 대나무처럼 꼿꼿이 굳게 만든다.

강직성 척추염의 경우 주로 움직임이 적은 밤에 염증이 악화된다. 초기 환자는 아침에 일어날 때 몸이 뻣뻣해지고 허리 쪽에 통증이 심하게 느껴질 수 있다.

약한 통증이 시작될 때 치료를 하지 않고 방치하면 새로 자라난 뼈들로 관절이나 뼈의 변형이 심각하게 진행될 수 있다. 이 때문에 관절운동이 아예 불가능해질 정도로 상태가 악화되기도 한다.

결국 허리가 완전히 굽어질 수 있으며 이때에는 대대적인 척추 수술 등을 해야만 정상적인 보행이 가능해진다.

◇수영, 스트레칭 등 운동 도움돼=강직성 척추염은 특이하게 사회활동을 왕성하게 해야 할 젊은 남성에게 주로 나타난다. 특히 스스로 느끼는 통증 이외엔 별다른 증상이 없어 꾀병이나 엄살로 비쳐지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강직성 척추염은 어떤 질환보다 적극적으로 조기에 치료해야 한다. 새로 뼈가 자라나 관절이 손상될 수밖에 없는 경우라면 약물을 꾸준히 복용하고 적절한 운동을 해야 한다.

종종 환자들 중에는 척추와 관절에 무리가 갈 수 있다는 걱정 때문에 운동을 하지 않고 움직임을 줄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는 치료에 좋지 않은 습관이다.

근육에 큰 무리를 주지 않는 수영, 스트레칭, 걷기 등은 뻣뻣한 근육을 풀어줘야만 혈류량을 높여 염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장기치료 필요한 만큼 치료제 꼼꼼히 선택해야=이미 발전한 강직성 척추염을 완치하는 것은 사실상 힘들다. 이 때문에 그동안 환자 치료는 통증을 줄이는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에 의존해왔다.

최근엔 생물학적 제제들이 인체의 염증 유발 작용을 억제하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환자 치료에 많이 사용되고 있다.

강직성 척추염 환자 중엔 간혹 증상이 조금 나아졌다고 치료를 쉬거나 그만두는 사람들이 있다. 이는 옳지 않은 행동이다. 병이 조금 괜찮아졌다고 약물을 중단하거나 방치하면 상태가 갑자기 나빠질 수 있다.

치료 방법을 선택할 때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강직성 척추염은 치료를 시작해 완치까지 장기치료가 요구된다. 따라서 본인에게 안전하면서도 생활패턴에 맞는 치료제를 선택해야 한다.

생물학적 제제를 사용했을 때의 부작용이 우려된다면 치료 초기 단계부터 다른 치료방법을 선택할 수도 있다. 지속적인 치료와 관리만 이뤄지면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을 만큼 상태가 호전될 수 있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전혀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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