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의 기적..심폐소생술을 가르치자

머니투데이 이지현 기자 | 2012.03.17 11:00

[이지현기자의 헬스&웰빙]당신의 관심이 생명을 살립니다

눈앞에서 누군가가 갑자기 쓰러졌다면 우리는 보통 어떻게 할까. 쓰러지자마자 바로 발견했다 해도 우왕좌왕하다 몇 분이 지나고 전화기를 찾느라 몇 분, 119에 전화를 걸고 기다리느라 몇 분이 지날 수 있다. 응급조치까지 걸리는 시간이 점점 늦어지는 것이다.

이 몇 분이 합쳐지면 당신이 발견한 그 사람은 식물인간이나 뇌사에 거쳐 사망에까지 다다를 수 있다.

심장이 멈춘 사고를 당한 사람은 '4분'이 지나면 뇌가 영향을 받기 시작한다. 뇌는 심장이 멈추면 산소를 공급받지 못한다. 산소 공급이 차단된 뇌는 살기 위해 몸 속 산소를 모두 끌어간다. 이렇게 우리 몸이 견딜 수 있는 시간은 단 4분이다.

이 시간이 지나면 점점 뇌가 손상되기 시작한다. 심박 정지 후 4~6분이 지나면 가벼운 뇌손상이 오고, 6~10분이 지나면 손상 정도가 심해진다. 보통 10분 이상이 지나면 심한 뇌손상이나 뇌사 상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 정지, 나 혹은 내 가족일수도=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06년 1만9477건이던 심 정지 발생 건수는 2010년 2만5909건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이중 60~70% 정도는 가정에서 사고를 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 심장이 멈추는 사고를 당한 후 생존해서 퇴원하는 비율은 3.3%에 그친다.

'가정'과 '3%'. 핵심은 여기 있다. 일반인들이 심폐 생존율을 익혀서 응급한 상황에 실시할 수 있도록 할 경우 3% 생존율은 한결 높아질 수 있다.

일본의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일본의 심장 정지환자 생존율은 1990년대까지는 우리나라와 비슷했다. 하지만 심장 정지에 대한 국가 정책 지원이 시작되며 생존율이 7%까지 높아졌다.

노태호 서울성모병원 심혈관센터 교수는 "심 정지 환자 90% 정도는 평소 심장 질환이 없었던 사람"이라며 "갑작스런 상황에 환자를 살리기 위해선 심폐소생술 교육을 적극적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공호흡 보다 가슴압박 중요해=심폐소생술을 제대로 시행하려면 올바른 교육이 필요하다. 많은 사람들은 심폐소생술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인공호흡을 떠올린다. 의식을 잃은 사람의 입을 통해 공기를 불어넣어 산소를 공급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인공호흡보다는 가슴압박이 심장의 기능을 살리는 핵심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인공호흡과 가슴압박을 병행한 경우와 가슴압박만 실시한 경우의 심 정지 환자 생존 확률이 유사하다는 연구 결과까지 있을 정도다.

위급한 상황의 환자를 발견하면 가장 먼저 의식을 확인하고 심장이 멈췄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만약 의식과 호흡, 반응이 없으면 심장 정지일 가능성이 높다.

이땐 우선 119에 신고해 환자 상태를 알리고 가슴을 세게 30번 압박한다. 분당 100~120회 속도로 빠르게 하는 것이 좋다.

이후 환자 머리를 뒤로 젖히고, 턱을 올려 기도를 연 후 코를 막고 숨을 불어 넣는다. 환자의 가슴이 올라오는 것을 확인해야 한다. 이 같은 인공호흡을 2번 한다.


구급대가 도착할 때까지 설명한 가슴압박과 인공호흡을 반복한다.

◇심폐소생술 실시할 경우 생존 퇴원율↑=국내의 경우 복지부와 대한심폐소생협회가 2006년부터 심폐소생술 지침을 개발해 배포했다. 2011년에도 심폐소생술 교육지침을 알리는데 주력했다.

그 결과 심폐소생술 실시율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일반인이 심폐소생술을 실시한 비율은 2008년 1.8%에서 2010년 3.2%로 늘었다.

임시로 심장에 전기 충격을 가할 수 있는 자동제세동기 사용률 역시 늘어 구급대가 자동제세동기를 사용한 비율은 2006년 6.6%에서 2010년 32.7%로 증가했다.

심장 기능이 멈춘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실시할 경우 생존해서 퇴원할 확률은 1.9배 높아진다. 자동제세동기를 사용할 경우 생존 퇴원 확률은 2.9배까지 급등한다.

심장 정지 환자의 생존율은 결국 '환자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이 4분 안에 심폐소생술을 할 수 있느냐'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

◇선진국들 선한 사마리아인 법 통해 응급조치 보호=하지만 일반인이 길거리나 주변에서 심장이 멈춘 환자를 발견한다고 해도 즉각 응급조치를 하는 것은 머뭇거리기 마련이다.

본인이 알고 있는 처지법이 올바른 것인지 순간적으로 의문이 드는가하면, 혹시 본인이 한 응급조치로 사람이 잘못될 경우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도 생긴다. 일부 의사들조차 '비행기에서 의사를 찾으면 나가지 않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를 할 정도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5조2항에는 생명이 위급한 환자에게 일반인이 응급조치를 하다가 다칠 경우 고의성이 없다면 형사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생명을 살리기 위한 분명한 목적이 있고, 고의성이 없다면 책임이 줄어드는 것이다.

미국과 프랑스, 독일 등의 경우 형법에 '선한 사마리아인 법'을 규정해 희생자를 구하는 사람을 보호하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생명이 위급한 사람에게 구급조치를 하지 않은 경우 오히려 책임을 묻는 조항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이들 나라에서는 최초 목격자가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는 확률이 40~60%로 높아졌다. 노태호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도 응급조치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한 범 국가적인 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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