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성장 30년 中, 경제개혁 늦추면 위기 맞는다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 2012.02.23 14:28

['번영의 딜레마'에 직면한 중국]①

편집자주 | 고성장을 유지해 온 중국 경제가 '번영의 딜레마'에 직면했다. 지금까지 중국 경제를 견인했던 중국식 성장모델이 점차 한계에 부딪히며 선진국 도약을 위해 필연적인 경제적·정치적 변화를 단행해야 하는 시점에 들어섰다. 더욱이 1인당 국민소득 5000달러 시대에 진입한 중국은 '중진국 함정'과 선진국 도약의 기로에 섰던 한국의 80년대와 비슷한 처지에 놓였다. 소득수준 향상으로 정치민주화요구도 거세질게 분명하다. 이렇게 중요한 시점에 향후 10년간 중국을 이끌 시진핑 체제가 조만간 등장한다. '번영의 딜레마'에 직면한 중국의 당면 과제를 3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30년간 고도성장 한 중국 경제가 중진국 함정과 선진국 도약의 기로에 섰다. 지금까지 투자 및 수출 주도로 성장해온 중국 경제의 구조개혁을 더 미룰 수 없다는 위기감이 중국 내부에서도 고조되고 있다.

세계은행과 중국 국무원 산하 연구소인 발전연구중심(DRC)은 27일 발표할 예정인 '차이나 2030' 보고서에서 중국이 강도 높은 개혁을 실시하지 않는다면 경제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대비 구매력평가(PPP)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

자료:펜월드테이블, GK드래고노믹스, 월스트리트저널

◇투자·수출주도형 모델 봉착…구조개혁 불가피

차이나 2030은 중국의 성장률이 급속하게 둔화될 수 있는 위험을 경고한다. 개발도상국이 경제발전 초기 순조롭게 성장하다 중진국 수준에 와서 장기간 정체하는 '중진국 함정(middle-income trap)'에 빠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필리핀 등이 1970년대 이후 이 같은 과정을 겪었다.

중국이 고성장을 지속할 수 있을지 여부는 자본투입을 근간으로 발전해 온 중국 경제가 고부가가치산업으로의 구조조정과 소비위주의 경제로 전환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는 게 중론이다.

중국은 개혁개방을 시작한 1978년 후 30여 년 간 고성장을 꾸준히 이뤄 왔다. 중국 경제는 평균 연 10%의 성장률을 유지해 왔으며, 4억4000만 명이 빈곤에서 벗어났다. 역사상 최대의 빈곤탈출이다.

그러나 투자·수출 중심의 경제성장을 이뤄온 중국은 1인당 국민소득이 5000달러대에 진입하며 구조적인 성장률 둔화 위험에 처했다.

모간스탠리는 자본투입 확대를 통한 중국 경제의 고도성장기가 2007년을 기점으로 막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도 지난해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과잉투자와 과잉설비로 2013년 중국 성장률이 급격히 둔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은 이 난국을 중서부 지역 개발로 뚫고자 한다. 서부대개발 장기추진계획을 세워 추진 중인 중국 정부는 2010년부터 2050년까지 3단계로 나눠 서부지역 개발을 장기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중국 전체적으로는 아직 도시화 율이 낮고 동부를 제외한 지역의 인프라 수요가 높다는 점은 중국의 성장률이 급격하게 둔화될 위험을 제한한다.

그러나 한국·일본의 선례에서 보듯 투자와 수출 주도형 성장은 추가 자본투입에 따른 생산성이 감소하기 시작하며 필연적으로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이른바 '수확체감의 법칙'이 중국도 예외가 아니라는 것이다


◇국영기업 혁신 뒤따라야…국가 자본주의의 미래는?

중국 기업들이 고부가가치 산업 대신 외국기업들의 가공 무역 위주라는 점도 극복해야 할 대목이다.

도이치은행의 마준 이코노미스트는 "외국 기술을 복제한 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고 자체적인 제품을 생산하지 못하는 중국 경제가 급격한 침체에 취약하다"고 말했다.

마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이 지금 중국의 1인당 소득 5000달러일 때 계속해서 빠른 성장을 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혁신을 꼽으며 "중국은 혁신의 주요 지표인 1인당 특허수가 한국에 한 참 뒤쳐져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기업의 혁신 문제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중국 국영기업 지배 구조 이슈는 중국 경제에서 가장 민감한 문제 중 하나다.

차이나 2030보고서는 국영기업의 한계를 지적하며 국영기업들이 자산관리업체들의 감독을 받아야 한다는 대안을 내놨다. 민영화보다는 훨씬 소극적인 '처방전'이나 자산 운용담당자들을 고용해 이들 업체가 정치적 목적이 아닌 상업적인 목적으로 경영되고 있음을 보증토록 해야 한다는 취지다.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가 지난달 시카고에서 "중국은 국영기업의 역할을 제한하고 독점기업들 다각화 해 민간 업체들의 진입 장벽을 낮춰야한다"고 밝힌 대목과 일맥상통한다.

지난 10년 간 후진타오 국가주석 휘하에서는 에너지, 천연자원, 통신, 인프라스트럭처 등에서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중국의 국영기업들은 국영은행으로부터 낮은 이자에 대출을 받아 사업을 수행하며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

국영기업을 통해 경제의 상당 부분을 정부가 통제하는 이른바 '국가자본주의'는 서구 국가들에게 비판의 대상이 돼 왔다.

티모시 가이트너 미 재무부 장관 등 서구 정부 관계자들은 중국 당국이 국영기업에 제공하는 보조금이 국제 경쟁을 왜곡시키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중국 국내적으로는 이 같은 국영기업이 국제 경쟁력을 저하시키고 부의 집중을 야기한다는 주장이다.

북경 소재 투자회사인 프리마베라캐피탈의 르에드 후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의 국영기업은 기로에 서 있다"며 "중국 정부는 대형 국영기업들에 의한 국가주의적 자본주의와 자유시장의 기업가정신 중 하나를 결정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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