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형, 20년만에 연극무대‥50년 내공 펼친다

머니투데이 이언주 기자 | 2012.02.18 05:08

연극 '3월의 눈'··· 백성희-박근형, 48년만에 호흡맞춰

↑ 3월1일부터 연극 '3월의 눈'에서 연기할 배우 백성희와 박근형(왼쪽부터) ⓒ국립극단
"마음속에 늘 '연극'을 가지고 살았습니다."

TV드라마로 친숙한 연기파 배우 박근형(72)이 20년 만에 연극 무대로 돌아왔다. 다음달 1일부터 서울 용산구 서계동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공연하는 연극 '3월의 눈'에서 '장오'역을 맡게 된 것.

지난 15일 극의 일부를 공개한 리허설 현장에서 만난 그의 연기는 차분하면서 냉철했고, 평범한 장면 속 짤막한 대사에서도 깊은 내공이 묻어나왔다. 오로지 연기와 함께 쉼 없이 달려온 배우 박근형의 삶 자체에 연극을 향한 그의 갈증과 향수가 버무려져 한껏 녹아든 것 같았다.

그는 "한번 연극계에서 빠져나와 다시 돌아가는 건 쉽지 않은데 이렇게 기회를 주셨으니 감사하는 마음으로 공연하고 평을 기다리겠다"며 "무엇보다도 제일 존경하는 '백성희 어머니'와 함께 한다는 것 자체가 좋다"고 말했다.

상대 배우인 '이순'역의 백성희(87)를 박근형은 '어머니'라고 부른다. 두 사람은 48년 전인 1964년, 국립극단이 올린 연극 '만선'에 함께 출연해 당시 39세 백성희가 엄마 역을, 24세 박근형이 아들 역을 맡아 호흡을 맞춘 적 있다. 세월이 흘러 이번엔 부부로 만나게 된 것이다.

"올해는 남편을 바꿨어요."(웃음) 이번 캐스팅은 백성희가 제안했다. 지난해 3월 초연과 5월 앙코르 공연 때 '장오'역을 한 원로배우 장민호(88)가 건강상의 이유로 무대에 설 수 없자, 그를 대신할만한 배우로 박근형이 적임자라는 생각에서다.

백성희는 "연극계 최고령 배우인 장민호가 했던 역을 다른 사람이 얼마나 자연스럽게 할 수 있겠냐"며 "'정통연극의 1번지'라 하는 국립극단 연수원 배우들을 차례차례 떠올려봤지만 장오 역에 박근형 만한 사람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다만 개런티가 문제였는데 '어머니 걱정하지마세요, 제가 할게요'라며 선뜻 받아들였다"며 "박근형이란 사람 상당히 괜찮죠?"라며 꼭 친아들을 자랑스러워 하 듯 말했다.

백성희는 연극은 재공연을 한다고 해서 관객들이 같은 공연을 보는 게 아니라며 배우를 통해 작품의 다른 면과 배우가 가진 관록, 연륜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 "제 새 남편 박근형 배우의 표현력을 보게 될 것이고, 저 역시 새로운 기분으로 새 작품을 창조한다는 생각으로 한다"고 말했다.

박근형은 요즘 연습실을 오갈 때 전철을 타고 다니며 대본을 본다. 작품을 하기로 해놓고선 정작 겁이 났다는 그는 역시 완벽을 추구하는 철저한 노력파다. 50년 연기를 한 폭에 담아낼 이번 작품은 배우로서의 그의 삶에도 새로운 방점을 찍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는 "(백성희) 어머니만큼 연극계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남고 싶고, 언제든 기회가 되면 모든 걸 털고 나설 생각"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이번 작품 속에서 '희망'과 '기다림'을 다시 보게 됐다"고도 했다.

장오·이순 부부 역은 백성희-박근형 커플과 오영수-박혜진 커플이 번갈아 연기한다.



연극 '3월의 눈'은...

"비극적인 정서를 표현하려고 한 건 아니지만 연극 자체는 '사라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소멸은 아주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윤회' 즉, 돌아가고 다시 돌아오는 것을 말하는 것이지요."

연출을 맡은 손진책 국립극단 예술감독(사진)은 작품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자극적인 내용도, 극적인 반전도 없는 이 작품은 잔잔하면서도 가슴을 찡하게 하는 감동이 있다. 존재만으로도 무대를 가득 채우는 노배우들의 열연과 전통 한옥을 재현한 무대, 압축적인 대사는 수많은 침묵 속에서도 긴장감이 흐른다. 외침도 눈물도 없지만 감정의 큰 파장을 객석에 고스란히 전하는 작품이다. '3월의 눈'은 그렇게 침묵과 느림의 미학을 전한다.

↑ 지난해 '3월의 눈' 초연에는 배우 장민호와 백성희가 연기했다. ⓒ국립극단
<시놉시스>

"이젠 집을 비워줄 때가 된 거야, 내주고 갈 때가 온거지..."

재개발 열풍이 한창인 어느 동네에 저물어가는 집 한 채가 있다. 오래 묵은 집에 살던 '장오'는 유일한 소생인 손자를 위해 마지막 남은 재산인 집을 팔고 다른 곳으로 곧 떠나야 한다.

조용하던 골목은 몇 해 전부터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관광지가 돼버리고, 이 집의 새 주인은 그 자리에 건물을 올려 카페와 액세서리 가게, 음식점 따위를 들일 계획이다. 쓸 만한 문짝과 마루, 목재들을 조각조각 내어 주며 이 집은 하나 둘 제 살점을 내어준다.

'장오'와 그의 추억 속 아내 '이순'은 문창호지를 새로 바르는 등 그들의 일상을 지속한다. 결국 앙상한 뼈대만 남은 집을 뒤로 하고 3월의 눈 내리는 어느 날, 장오는 아내가 떠준 팔 없는 스웨터를 입고 그 집을 떠난다.


△3월 1~18일, 백성희장민호극장, 일반 3만원·청소년 2만원. (02)3279-2233
△작: 배삼식 △연출: 손진책 △출연: 백성희 박근형 오영수 박혜진 염혜란 정진각 박경근 박성준 조주경 성노진 이선정 서제광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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