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 LA 다저스 인수가 불가능한 이유(상)

머니투데이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 2012.02.11 10:26

[장윤호의 체인지업]이랜드의 메이저리그 인수는 美보수와의 싸움

◇ 다저스 인수전 8팀겨루는 2라운드까지 진출

이랜드 그룹이 느닷없이 전 LA 다저스 구단주 피터 오말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LA 다저스 인수전에 참여했고 8팀이 겨루는 2라운드까지 진출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과연 성사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한 문의가 계속되고 있다.

입찰(bidding)을 통해 결정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자격에 결격 사유가 없다면 돈을 가장 많이 써내면 되지 않겠느냐고 쉽게 생각하게 된다. 과연 그럴까?

그런데 이랜드 LA 다저스 ‘인수’ 추진 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맞는가. 이랜드 측은 10~15% 지분을 확보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라고 하면 경영권을 확보하는 것으로 봐야 하는데 그 정도 지분으로 LA 다저스 경영권 획득이 가능할까.

많은 것들이 궁금하기만 하다. 필자는 ‘인수’라는 표현에 주목하고 있다. 이랜드가 ‘인수’를 하려고 한다면 ‘살벌한 서커스(Circus)에 뛰어 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랜드의 LA 다저스 ‘인수’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 더 냉정하게 평가하면 불가능해 보인다.

만약 이랜드가 LA 다저스 구단에 ‘투자’를 하는 목적이라면 한편으로는 1,500억원이 넘게 될 돈을 큰 효과가 없는 사업에 왜 투입하려 하는지 의문까지 생긴다.

↑ LA 다저스 시절 박찬호가 다저스타디움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찬호가 이랜드그룹을 피터 오말리 전 LA 다저스 구단주에게 연결시켜줬다고 한다. 피터 오말리는 1994년 구단주 시절 박찬호를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로 만들었다.


◇ '외국'을 허용 않는 메이저리그 특유의 배타적 보수성

필자는 기업의 관점에서 메이저리그 구단의 매매 과정에 대해 전문적으로 알지 못한다. 다만 1876년 내셔널리그 출범으로 시작된 메이저리그의 역사에서 일관되게 나타난 특유의 ‘배타적 보수성’을 현장에서 체험했기에 한국 기업인 이랜드의 LA 다저스 인수는 추진 자체로 무모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베이스볼(MLB)과 프로풋볼(NFL)은 미국만의 스포츠로 미국인들의 자랑이자 자부심이다.

삼성전자가 지난 6일 열린 뉴잉글랜드 패이트리어츠와 뉴욕 자이언츠 간의 NFL 챔피언십 경기 ‘제46회 슈퍼볼’에 90초 광고를 내보내면서 무려 120억원(추정)을 썼다는 것에서 NFL의 미국 내 인기를 쉽게 알 수 있다.

평균 1억명 이상이 채널을 고정하고 집중해 시청하기 때문에 그 정도의 가치를 충분히 인정받는다.

미국인들이 가장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스포츠가 NFL인데 NFL은 특이하게도 법인 소유를 허용하지 않는다.

NFL 구단의 오너 그룹은 24명 이내의 개인들로 구성 돼야하며 한 명의 주주가 30% 이상의 지분을 반드시 가지도록 규정하고 있다. 당연히 한국 국적자가 NFL 구단을 사겠다고 나서면 지분을 팔지도 않을 뿐 아니라 ‘바보’ 취급을 받게 된다.

◇ 이랜드의 10%는 인수 아닌 지분참여... 이유없는 투자?

NFL에 버금갈 정도로 인기가 높은 것이 MLB이다. 시즌이 긴 야구는 ‘미국인들의 오락(America’s pastime)’이라고 할 정도로 일년내내 생활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NFL과 다르게 기업의 구단 소유가 허용되는데 다만 외국 기업의 경우 100% 외국기업은 MLB 구단을 인수한 선례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애틀을 인수한 ‘닌텐도’, LA 다저스를 소유했던 ‘폭스(FOX)’의 경우와 ‘외국기업’은 다르다.

닌텐도의 경우 미국법인이 시애틀의 경영권을 사들였고 현재 닌텐도가 경영난에 직면해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호주 출신의 세계적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이 소유하고 있다고 해서 ‘폭스(FOX)’를 호주 기업이라고 분류하는 미국인은 없다.

과연 미국인의 생활인 MLB 구단에 대해 ‘한국 기업’의 인수가 허용될까?

4월1일 발표될 최종 후보자에 선정되는 것 자체부터 어렵지만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주 총회의 승인을 받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는 것처럼 힘들어 보인다.

LA 다저스는 뉴욕의 브루클린 다저스 시절부터 메이저리그를 상징해온 전통의 명문 구단이다.

◇ 트리플A팀조차 돈으로 살수 있는 게 아니다

실제로 필자는 지난 2006년 한국이 자랑하는 세계적 기업의 미국프로야구 트리플A 팀 인수 추진에 관여해보았다.

메이저리그 팀이 아닌 마이너리그 트리플A 팀이었다. 당시 필자는 돈을 충분히 제시하면 살 수 있다고 쉽게 생각했는데 함께 추진한 미국 내 파트너가 ‘어떤 기업인가가 더 중요하다. 미국인이나 미국 기업, 혹은 세계적 기업이 아니면 트리플A 구단주 회의를 통과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랜드가 이러한 메이저리그의 특성을 파악하고 움직이는지 알 수 없다. LA 타임스가 피터 오말리 컨소시엄에 한국의 이랜드 그룹이 참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는데 이는 한국 뉴스가 외신을 통해 역으로 알려진 것이다.

그러나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외견상 피터 오말리 컨소시엄은 경쟁에서 밀리는 분위기다. 자칫하면 이랜드그룹은 LA 다저스 구단 가치 올리는 것에 들러리만 설 수 있다.



장윤호는...
서울 중앙고등학교 시절 고교야구의 전성기를 구경했으나 그 때만 해도 인생의 절반을 야구와 함께 할 줄 몰랐다. 1987년 일간스포츠에 입사해 롯데와 태평양 취재를 시작으로 야구와의 동거가 직업이자 일상이 됐다. 한국프로야구 일본프로야구 취재를 거쳐 1997~2002년까지 6년 동안 미국특파원으로 박찬호의 활약과 메이저리그를 현장에서 취재하고 귀국한 후 일간스포츠 체육부장, 야구부장, 편집국장을 지냈다. 2003년 MBC ESPN에서 메이저리그 해설을 했고 2006년 봄 다시 미국으로 떠나 3년 동안 미 프로스포츠를 심층 취재하고 2009년 돌아왔다. 현재 국내 최고의 엔터테인먼트미디어 '스타뉴스(Starnews)' 대표, 대한야구협회 홍보이사, 야구발전연구원이사, 야구발전실행위원회 위원 등을 맡고 있다. 2006년 3월 '야구의 기술과 훈련(BASEBALL Skills & Drills)'을 번역 정리해 한국야구 100주년 특별 기획으로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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