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감독과 고양 원더스의 심각한 위기 고찰

머니투데이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2012.01.07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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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호의 체인지업]

↑ 2011년 12월12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 제1전시관에서 열린 한국 최초 독립야구단 고양 원더스 창단식에서 초대 감독을 맡은 김성근 감독이 구단기를 건내받고 있다. ⓒ 이동훈 기자↑ 2011년 12월12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 제1전시관에서 열린 한국 최초 독립야구단 고양 원더스 창단식에서 초대 감독을 맡은 김성근 감독이 구단기를 건내받고 있다. ⓒ 이동훈 기자


지난 크리스마스에 부산에서 김용희 현 SK 2군 감독의 딸 결혼식이 있었다. ‘미스터 올스타’라는 별명을 가진 김용희 감독은 1982년 프로야구 원년 멤버로 롯데 삼성 감독을 거쳤으며 인기 해설가로 활동, 야구계는 물론 전 계층에 폭 넓은 인맥을 가지고 있다. 많은 야구인들이 개혼(開婚)을 하는 김용희 감독을 찾아 축하해줬다.

그런데 이날 식장서 필자가 오랜 만에 만난 모 야구인이 김성근 감독이 이끄는 한국 최초의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에 대한 얘기를 하며 걱정을 했다. 그의 주장을 들으면서 토론을 해보니 예상치 못한 심각한 위기 상황이 벌어질 수 있어 우려가 됐다. 뚜렷한 대비책이 없다는 것도 문제이다.



자칫 오해를 살 수 있어 이름을 못 밝히는 야구인은 “내년 시즌(2012년, 올해)부터 ‘고양 원더스’가 프로 2군 경기인 퓨처스 리그 팀들과 번외 경기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과연 프로 2군 팀들이 고양 원더스와의 경기에 최고 전력을 투입해 최선을 다하는 경기를 펼칠 지 의문이다. 번외 경기여서 공식 기록도 안 남고, 선수들 연봉 산정에 포함되지도 않을 뿐더러 혹시 최선을 다했다가 지면 망신만 당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 한국 최초 독립야구단 고양 원더스 초대 감독을 맡은 김성근 감독. ⓒ 이동훈 기자↑ 한국 최초 독립야구단 고양 원더스 초대 감독을 맡은 김성근 감독. ⓒ 이동훈 기자
이에 갑자기 지난 해 12월12일 열렸던 고양 원더스 창단식 때가 떠올랐다. 구본능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가 참석했는데 막상 프로야구 구단 사장 들은 대부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기존 프로야구계가 보는 고양 원더스에 대한 시각을 느낄 수 있게 해준 바 있다.

경기 일정은 최종 확정되지 않았으나 현재 고양 원더스는 퓨처스리그 북부5팀 들과 각 6게임 씩 30경기, 제9구단 NC 다이노스가 포함돼 있는 남부 6팀들과 각 3게임 씩 18경기 등 모두 48경기를 치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고양 원더스가 목표로 삼고 있는 프로2군과의 경기를 과연 제대로 할 수 있느냐 이다. 신생 NC 다이노스를 제외하면 기존 8개 구단들은 실질적으로 잔류군으로 분류되는 3군 형태의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다. 고양 원더스의 상대 팀이 잔류군으로 구성된다면 당초의 구상에서 어긋나게 된다.


반대의 시각으로 보면 프로 2군 감독들이 고양 원더스와의 경기에 최선을 다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가령 2군에 있는 최고 투수를 고양 원더스전에 투입하겠느냐를 예상해보자. 고양 원더스전은 2군 기록이 남지 않고, 2군 리그 성적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런 경기에 에이스를 투입할 명분이 없다. 선수 본인도 기꺼이 나서려고 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고양 원더스’는 말 그대로 독립 구단이다. 기존의 한국프로야구 제도권에 진입한 것은 아니다. 제9구단인 NC 다이노스는 50억원의 가입비를 내고 한국프로야구에 들어왔는데 고양 원더스는 다르다.

↑ 한국 최초 독립야구단 고양 원더스의 선수들. ⓒ 이동훈 기자↑ 한국 최초 독립야구단 고양 원더스의 선수들. ⓒ 이동훈 기자
한국야구의 저변 확대와 선수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준다는 명분은 크지만 한국프로야구 정식 회원 구단들이 고양 원더스와 경기를 해줘야 할 의무는 없는 것이다. 독립 구단이 처음으로 생겨 이제 겨우 하나 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독립 구단끼리 맞붙는 ‘독립리그’가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난처한 상황이다.

한편으로는 ‘고양 원더스’의 안정된 운영으로 다른 독립리그 팀들이 창단되고, 그들의 ‘독립리그’가 출범하면 기존 한국프로야구 구단들의 시각에서는 어쨌든 ‘경쟁 리그’가 등장하는 것이 된다. 메이저리그의 아메리칸리그, 일본의 퍼시픽리그 등이 비슷한 상황에서 생겨나 양대리그 체제가 이뤄졌다.

독립리그 팀의 창단은 고양 원더스의 경우와 같이 지자체의 지원을 받고 선수 수급만 이뤄지면 어려운 일이 아니다. 기존 프로야구 구단이 연 200억원 안팎을 쓰지만 고양 원더스의 경우 20억원 미만이면 운영되기 때문이다. 고양 원더스는 김성근 감독을 사령탑으로 영입하고, 일본 전지 훈련까지 하기 때문에 예상보다 많은 돈을 쓴다. 연간 15억원 정도의 운영비라면 중견 기업들이 독립구단에 대해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한편으로는 제도권 내의 프로야구 구단들이 2군 번외 경기를 위해 원정을 왔을 때 숙박비 등 발생하는 비용도 논란이 되고 있다. 정규 경기가 아니라 다른 각도에서 보면 상대 팀이 없는 ‘고양 원더스’를 위해 경기를 해주러 원정까지 가는 것인데 프로구단들이 추가로 돈까지 쓰면서 왜 하느냐는 주장도 나온다.

고양 원더스가 허민 구단주의 구상대로 발전하지 못하고 기존 프로야구계의 외면을 받게 되면 오히려 제2, 제3의 독립 구단 창단이 가속화되거나 혹은 독립구단 자체가 존폐 위기를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야구 전체의 발전 측면에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장윤호는...
서울 중앙고등학교 시절 고교야구의 전성기를 구경했으나 그 때만 해도 인생의 절반을 야구와 함께 할 줄 몰랐다. 1987년 일간스포츠에 입사해 롯데와 태평양 취재를 시작으로 야구와의 동거가 직업이자 일상이 됐다. 한국프로야구 일본프로야구 취재를 거쳐 1997~2002년까지 6년 동안 미국특파원으로 박찬호의 활약과 메이저리그를 현장에서 취재하고 귀국한 후 일간스포츠 체육부장, 야구부장, 편집국장을 지냈다. 2003년 MBC ESPN에서 메이저리그 해설을 했고 2006년 봄 다시 미국으로 떠나 3년 동안 미 프로스포츠를 심층 취재하고 2009년 돌아왔다. 현재 국내 최고의 엔터테인먼트미디어 '스타뉴스(Starnews)' 대표, 대한야구협회 홍보이사, 야구발전연구원이사, 야구발전실행위원회 위원 등을 맡고 있다. 2006년 3월 '야구의 기술과 훈련(BASEBALL Skills & Drills)'을 번역 정리해 한국야구 100주년 특별 기획으로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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