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칼럼]우유 한잔에 담기는 배려

머니투데이 오미예 아이쿱(iCOOP)생협연합회장 | 2011.10.12 07:11

다음 세대를 위한 합리적이고 윤리적 소비

얼마 전 한 소비자단체가 유기농우유, 칼슘 등의 강화우유, PB제품 우유를 대상으로 일반우유와 비교한 가격, 품질에 관한 정보를 발표하였다. 내용은 '성분강화우유는 표시와 달리 강화된 성분이 부족하다'는 것과 '유기농우유는 몇 가지 영양소를 비교했을 일반우유에 비해 큰 차이가 없는데 가격은 2배 가까이 비싸다'는 것이었다.

이 발표의 전제는 유기농우유는 값이 비싸니까 영양성분이 일반 우유보다 더 높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기농업의 핵심은 가격이 아니다. 유기농업은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으면서 식품 안전성을 높인다. 또 가축에게 유전자조작(GMO) 곡물을 먹이지 않아 오염되지 않은 식품을 생산하게 하고 비교적 쾌적한 사육 환경을 조성해 동물의 복지를 높인다. 다시 말해 유기농은 인간과 자연을 종합적으로 배려하는 것을 말한다.

유기농업은 현재 소비자의 건강과 미래 세대에게 빌려 쓰고 있는 자연 생태계를 지속 가능하게 하는 것이 본래 목적이다. 그러므로 영양소와 가격을 단순 비교하여 물가 인상의 주범인 것처럼 발표한 것은 유기농업이 추구하는 방향과는 관계없이 왜곡된 시각을 확산시킬 수 있다.

물론 유기농우유의 가격이 가능하면 서민들이 접근할 수 있으면 금상첨화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유기농업이 추구하는 목적과 싼 가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 이런 이유로 생협에서는 단순히 유기농산물을 수입하는 것은 유기농업이 추구하는 본래의 목적과 다르므로 반대한다.

유기농우유는 일단 사료에서 차이가 있다. 유기사료는 비유전자조작(NON-GMO), 잔류농약검출이 되지 않은 곡물로 만든다. 그리고 성장촉진제와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는다. 일반 젖소 한 마리가 하루에 30kg을 생산한다면 유기축산 젖소는 23~25kg 정도로 생산한다. 17~23% 정도 적은 양이다. 유기축산 젖소의 사육 면적은 일반 젖소보다 넓다. 이런 조건이 그대로 가격에 반영된다. 그러므로 영양소에서 별 차이가 없더라도 가격은 높아지는 것이다.


유기농우유를 사는 것은 사람의 건강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환경을 보전하고 다른 생명을 존중하면서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기 위한 것이다. 아울러 다음 세대를 위한 일이기도 하다. 다음 세대의 땅과 농토를 빌려 쓰고 있는 현 세대가 농약, 화학비료로 지치고 생산력이 떨어트리지 않고 다음 세대로 물려주기 위한 것이다. 이것은 유기농우유뿐만 아니라 친환경 먹을거리를 먹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 세대에겐 친환경농산물을 더 많이 생산할 수 있도록 소비를 확대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

세계적으로 사용되는 항생제를 양으로 보면 사람에게 사용되는 것보다 축산가축에 사용되는 것이 더 많다. 이 항생제가 먹이 사슬을 통해 사람에게 들어오고 다시 자연으로 돌아간다. 이런 현실에서 영양소가 더 많으면 건강에 좋을 것이란 전제는 무색해진다. 땅과 물 그리고 공기 등 자연 환경이 건강하지 못하고 가축들이 병들고 있는데 사람들이 안전하기를 바란다는 것은 이루어질 수 없는 꿈에 불과하다.

유기농업을 바라보는 기준이 바뀌어야 한다. 유기농업의 성과는 그 농산물을 먹는 인간 개인의 건강에 영향을 주는 영양소가 아니라 사람과 동물 나아가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주는 종합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궁극적으로 실천해야 할 부분은 유기농우유를 포함한 유기농 농산물을 보다 많이 구매해서 유기농업을 하는 농가를 넓혀 가는 것이다. 그래야 인간과 생태계 모두 살 수 있다. 단순히 가격만으로 비교하는 것은 눈앞의 합리성만을 반영한 것이다. 인간의 건강과 생태계를 고려한다면 다음 세대에 물려 줄 환경까지 배려하는 긴 안목을 가져야 한다. 그것이 합리적이고 윤리적인 소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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