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리벡 독점시대 종료…불붙은 백혈병藥 대전

머니투데이 김명룡 기자 | 2011.10.06 16:35

효과좋은 스프라이셀 1치 치료제로 출시…보험약가는 부담

백혈병 치료제 시장에서 노바티스 '글리벡'의 10년 독점체제가 깨졌다. BMS의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 스프라이셀이 백혈병환자를 대상으로 한 1차 치료제로 출시된데 따른 것이다.

이는 글리벡이 독점해오던 연간 1000억원 규모의 백혈병치료제 시장의 변화를 의미한다. 여기에 국내 제약사 일양약품도 백혈병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어 관련 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BMS는 6일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 스프라이셀이 국내에서 1차 치료제로 출시됐다고 밝혔다. 스프라이셀은 지난 2007년 국내에 도입됐으며 글리벡과 같은 선행 요법으로 더 이상 치료할 수 없거나 그에 대한 저항성이 있는 환자들에게 2차 치료제로 사용돼 왔다.

국내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는 2500명에 이르며 매년 300여명의 신규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2차 치료제 환자는 전체 백혈병 환자의 15~20%에 불과해 시장규모가 미미했다.

BMS는 스프라이셀의 효능이 글리벡보다 우수한 것을 강점으로 꼽고 있다. BMS는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 중 치료제 복용 경험이 없는 환자 519명을 대상으로 스프라이셀 100mg(259명)과 글리벡 400mg(260명)의 치료 효과를 비교한 다국가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임상시험을 통해 백혈병을 일으키는 필라델피아 염색체가 완전히 없어진 상태를 의미하는 완전세포유전학적 반응율과 반응시간에서 스프라이셀이 글리벡보다 우수하다는 결과를 얻었다.

약효만 따지면 스프라이셀이 우수하다는 평가지만 환자가 부담해야하는 약값과 관련해서는 글리벡이 유리하다. 1차 치료제로 처방되는 스프라이셀 50mg 1정의 가격은 이전과 동일한 4만6000원이며, 100mg 1정은 6만6550원으로 결정됐다. 글리벡 100mg 1정의 가격은 2만2214원이다. 단순 가격만 비교해도 글리벡이 더 저렴하다. 하지만 환자 본인부담금을 따지면 환자의 부담차이는 더 벌어진다.

글리벡과 스프라이셀에 대해 건강보험공단은 약값의 95%를 지원하고 있다. 여기에 노바티스가 백혈병 환자에게 글리벡 약가의 5%를 지원하고 있어 환자는 사실상 공짜로 약을 복용할 수 있다.

반면 스프라이셀은 본사 차원의 약값 지원이 되지 않아 환자들은 스프라이셀을 투여 받을 경우 100mg을 기준으로 한 달에 9만9825원을 부담해야 한다. 환자들이 오랫동안 무료로 공급받던 약물 대신 약값을 지불하면서 새로운 약물을 선택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을 감안하면 스프라이셀의 글리벡 시장 공략이 만만치 않다는 분석이다.


이밖에 노바티스는 글리벡보다 효능이 향상된 '타시그나'라는 백혈병치료제를 보유하고 있다. 노바티스는 타시그나에 대해 올해 초 식약청으로부터 1차 치료제로 허가 받았지만 건강보험공단과의 약가협상이 지연돼 아직까지 약가를 받지 못한 상태다.

노바티스 관계자는 "스프라이셀이 1차 치료제가 됐다고 해서 글리벡 관련 전략이 바뀌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제약사 일양약품도 백혈병치료제의 막바지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어 조만간 백혈병치료제 시장에 뛰어들 태세다.

일양약품은 백혈병 치료제 슈펙트(성분명 라도티닙)에 대해 지난 8월11일부터 임상 3상 시험을 시작했다. 1년여의 임상시험을 거치면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의 1차 치료제로서 적응증을 추가하게 된다.

일양약품에 따르면 임상2상 시험 결과 기존 치료제보다 주요세포유전학적 반응률이 2배 이상 높아 내성환자에 강한 효과를 나타냈고 부작용은 낮게 나타났다.

일양약품 관계자는 "1차 치료제로 허가를 받게 되면 기존 약물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약을 공급할 계획"이라며 "경쟁약물에 비교되는 뛰어난 효능과 경제적인 약가를 무기로 아시아 시장에 집중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 백혈병 치료제 시장에서 노바티스 '글리벡'의 10년 독점체제가 깨졌다. 왼쪽부터 노바티스의 글리벡, BMS의 스프라이셀, 일양약품의 슈펙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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