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저우는 지금 私債 대란, 29개사 사장 잠적

머니투데이 베이징=홍찬선 특파원 | 2011.09.29 13:39

[차이나 워치]내년 초까지 제조업 40%가 조업중단 또는 도산할 것

중국 제조업의 중심도시인 원저우(溫州)가 사채(私債) 대란을 겪고 있다. 피혁 전기 철강 등 전통 제조업체 사장 29명이 5000억원에 이르는 사채를 갚지 못하고 야반도주로 잠적했으며 한명은 투신자살까지 했다. 특단의 대책이 없으면 내년 초까지 원저우 제조업체의 40%가 조업중단 또는 도산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4월부터 현재까지 원저우에서 사채자금을 갚지 못해 잠적한 제조업체 사장이 29명이며, 이들이 갚지 못한 사채규모가 적어도 29억위안(약4930억원)에 이른다고 CCTV와 21세기경제보도 등 중국언론들이 29일 보도했다.

경영주가 잠적한 29개 기업 중 제혁제화업체가 11개로 가장 많고, 전기제조업이 5개사, 강제 및 구리업이 4개사, 음식업 2개사였으며 안경과 인쇄업 등도 포함됐다.

원저우에서 기업 관련 정보로 활성화돼 있는 인터넷 사이트인 ‘치링산(柒零參)’에서는 최근들어 고리대 사채와 관련된 정보들이 매우 활발하게 올라오고 있다.

이 사이트와 중국 언론에 따르면 원저우에서 가장 큰 안경기업인 저장신타이(浙江信泰)그룹의 후푸린(胡福林) 회장이 지난 22일, 20억위안을 갚지 못해 잠적했다. 후 회장의 잠적은 원저우 재계에 커다란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후푸린 회장에게 돈을 빌려준 사람이 1만여명에 이르고 저장신타이그룹과 관련된 기업도 10여개사에 이르기 때문”(저우더원, 周德文 원저우 중소기업발전촉진회 회장)이다.

실제로 후 회장이 잠적한 뒤 3일 뒤인 25일에는 3명의 제조업 회사 사장이 잇따라 잠적했다. 또 27일에는 한 제화회사 사장이 원저우시 슌진(順錦)빌딩 22층에서 투신 자살했다.

원저우 제조업체 사장들이 잇따라 잠적하고 있는 것은 △노동자의 임금 인상과 위안화 절상 등으로 원가 경쟁력이 악화되고 있는데다 △중국 정부의 강한 금융긴축 정책으로 은행에서 대출받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에서 △필요한 경영자금을 금리가 높은 고리 사채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저우 중소기업발전촉진회의에 따르면 30만개에 달하는 원저우 중소기업 중 70%가량이 사채시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촉진회 저우더원 회장은 “지난 4월 이후 사장이 잠적한 회사는 모두 금리가 높은 사채를 쓰고 있었다”고 밝혔다.

저우 회장은 지난 8월, “원저우의 중소기업 중 전통제조업체의 이윤율이 이미 5% 밑으로 떨어졌다”며 “은행 대출이 불가능하고 세금 부담 등이 높은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내년 초(설, 춘졔)가 되면 원저우 기업의 40%가 조업중단 또는 도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저우 회장은 “최근 들어 원저우 제조업체 경영상태는 지난 8월보다 악화됐다”며 “조업중단 및 도산 시기가 앞당겨지고 업체 수는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채를 갚지 못하고 잠적하는 사장들이 잇따르면서 저장성 정부도 대책 마련에 분주해지고 있다. 천더룽(陳德榮) 저장성 부성장 겸 원저우시 당서기는 지난 25일 원저우시경제신용위원회와 은행 관련자들을 초청해 긴급 좌담회를 열고 “원저우 시정부가 공안 홍보 등 14개 관련부서가 TFT팀을 만들어 관련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원저우시의 가정(家庭)중 89%와 기업의 60%는 사채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은행의 1년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3.5%이고 기업의 이익률이 5%밖에 안되는 상황에서 사채로 운용하면 100%를 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원저우 시의 사채시장 규모는 1000억위안(17조원)을 넘는다는 추정마저 나오고 있다.

사채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기업 도산은 물론이고 사채로 맡긴 돈을 떼이는 개인도 급증해 원저우시 경제가 파탄지경으로 몰릴 위험마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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