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멀쩡한 사람이되 인간 아닌 유령 된 사연...

머니투데이 베이징=홍찬선 특파원 | 2011.09.28 19:10

강제이주 뒤 행정구역 소멸, 멀쩡한 사람 법적으로는 유령

겉으로는 멀쩡한 사람이지만 법적으로는 사람이 아니다.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은 사람이되 사람이 아닌 유령'이 현실에 등장했다.

'사람이되 인간이 아닌 유령'이 사는 곳은 중국 헤이룽(黑龍江)성 하얼빈((哈爾濱)에서 100여㎞ 떨어진 칭룽산(靑龍山)촌.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법적으로 사람으로 인정되지 않는 유령이다. 이곳이 중국 행정구역에서 완전히 없어져,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신분증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신분증이 없으니 결혼해도 결혼증명을 뗄 수 없으며, 아이를 낳아도 출생신고도 불가능하다고 지앤차르빠오(檢察日報)가 28일 보도했다.

칭룽산촌 사람들이 유령이 된 이유는 바로 강제철거. 하얼빈시는 1980년대말 대형 댐 건설작업을 하면서 칭룽산촌 주민들을 다른 지역으로 이주시키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보상금이 적은 데다 보상기준도 불투명해 100여 세대가 넘는 주민들이 끝까지 이주를 거부하고 마을에 남았다.

하얼빈시는 1998년 12월11일, 남아있는 주민들을 강제로 차에 태워 여러 지역으로 분산 이주시켰다. 그러나 보상금이 너무 적어 이주민들은 이주지역에서 생활기반을 만들지 못하고 이듬해 4월부터 몇몇이 칭룽산촌으로 돌아와 방치된 학교건물에서 살기 시작했다.

이들은 같이 자고 한 솥에서 지은 밥을 같이 나눠 먹으며 농지를 개간하면서 마을을 다시 일궈나갔다. 주민 수도 점차 늘어났다. 이 마을은 토지가 비옥해 쌀과 콩의 품질이 좋기로 유명해 경제적으로는 큰 어려움 없이 지내고 있다. 사정이 좋은 집은 태양광 발전기를 달고 있으며 위성 TV 안테나까지 설치한 집도 있다.


그러나 이들은 호구 등 신분증이 없어 정상적 사회생활을 할 수 없다. 하얼빈시는 칭룽산촌에 주민들이 다시 돌아와 마을을 재건했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이들을 뿌리가 없는 유랑민으로 취급하고 일절 관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강제철거 할 경우 주민들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혀 대형 사고가 터질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이에 따라 이곳 마을주민들은 법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 됐다. 하얼빈시는 칭룽산촌의 호구가 이미 소멸됐으니 신분증을 갖고 싶으면 이주된 지역에서 호구를 받아 그 곳 주민으로 생활하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칭룽산촌 상황은 중국 매체들의 보도로 알려졌지만 해결방안은 찾기가 싶지 않다. 앞으로 당분간 '사람 아닌 유령'으로 남아있어야 하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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