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위기'?.. 우리가 마냥 부러운 일본

머니투데이 조철희 기자 | 2011.09.26 16:06

원화 약세에 한국 수출기업 가격경쟁력 강화…산업공동화 우려 日 "근심만 쌓이네"

멈추지 않는 환율 급등에 국내에선 리먼 브러더스 파산 때의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 그러나 이웃 일본이 우리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부러움과 질시가 가득 차 있다. 글로벌 경제 우려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엔고가 여전한 가운데 원화가 급락하자 경쟁관계인 한국 수출기업들의 가격경쟁력이 더욱 강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재무상 시절 한국이 원화 약세를 위해 시장에 개입하고 있다고 비판했던 노다 요시히코 신임 일본 총리. 그는 취임 후 엔고에 따른 산업공동화를 막겠다고 백방팔방 뛰고 있다. 그러나 뾰족한 수가 없어 한국이 원화 약세에 따른 반사효과를 누리는 것을 넋 놓고 지켜만 보게 됐다. "엔고 때문에 한국기업들에게 다 빼앗기게 생겼다"고 하소연하는 자국 수출기업들을 달래기에 급급하다.

한국의 전경련 격인 게이단렌의 요네쿠라 히로마사 회장은 26일 기자회견에서 "달러와 유로 대비 엔고뿐만 아니라 한국 등 신흥국들의 통화도 덩달아 평가절하되고 있어 기업으로서 온갖 고통의 상황에 몰려 있다"며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에 개입을 포함한 단호한 엔고 대책을 호소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블로그인 마켓비트는 최근 한국과 일본의 환율 관계에 대해 "원화가 지난 몇주간 하락해 당황스러웠지만 한국 수출기업들에게는 매우 좋은 것"이라며 "반면 라이벌인 일본의 수출기업들은 또다른 큰 타격을 입었다"고 분석했다. 마켓비트는 "대부분 달러 대비 원화 약세에 초점을 맞추지만 더 중요한 것은 엔화 대비 원화의 수준"이라며 현대자동차와 혼다, 삼성전자와 소니 등의 대결에서 한국 기업들이 유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의 노무라증권은 이코노미스트 분석에서 "달러 대비 엔화 강세 상황에다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까지 엔화 대비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한국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확대될 것"이라며 "지난 2008~2009년 때처럼 현대차와 같은 한국 기업들이 일본 기업들보다 우위에 있는 가격경쟁력을 즐기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실 최근 상황은 엔화 대비 원화 약세라는 장기적 경향의 일부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엔화 가치는 지속적으로 올라 일본 수출기업들은 경쟁력을 크게 잃었다. 특히 원화 대비 엔화 가치는 무려 80%나 급등했다.


반면 한국은 이로 인해 제조업은 물론 기술과 마케팅 등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게 됐다. 또 국내 관광산업도 엔고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한국이 해외시장에서 일본보다 상품을 더 잘 팔고 고용시장도 향상시키고 있는 것이 엔고를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는 징후라고 풀이했다. 특히 중국시장에서 한국이 일본을 압도하고 있다는데 주목했다. 실제로 지난달 한국의 중국 수출 증가율은 16.5%로 일본에 비해 6배가 넘었다.

이에 양국간 환율 갈등이 심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상재 현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수출업체들은 약한 통화를 즐기고 있지만 일본 업체들은 엔고에 고통을 받고 있다"며 "일본이 환율 격차에 대해 불만을 더 제기할 것이기 때문에 양국 사이의 긴장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수출업체들은 미국과 유럽 경제의 둔화에 덜 취약한 반면 일본은 여전히 선진국 경제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지난 1~2주 동안은 기존과는 다소 다른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일본은 그동안 한국 정부가 원화 약세 정책을 펼쳤다고 탓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지난주 원화 약세를 저지하기 위해 시장에 개입했다. 일본의 요미우리신문도 수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자국 통화 절하를 유도하던 기존의 환율전쟁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일본이 엔고에 고민하고 있지만 신흥국들은 달러 대비 자국 통화 약세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황"이라며 "한국과 인도, 러시아, 폴란드가 이미 자국 통화 약세 저지를 위해 시장에 개입했고, 브라질을 비롯해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싱가포르, 대만 등도 앞으로 시장에 개입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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