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출중단 여파 돈줄 막혀 '탈서울' 잇따라
아파트 전셋값이 수천만원에서 수억원까지 오르면서 관악·구로·노원·도봉·은평구 등 서울 외곽지역 거주자들이 산본·평촌·일산·의정부·구리 등 인접한 경기도로 옮기는 사례가 늘어난 것. 졸지에 전셋집을 뺏긴 산본·평촌·일산 등 서울 인접지역 세입자들은 또다시 안산·화성·김포 등 경기 외곽지역으로 밀려나고 있다.
◇전셋집 때문에 서울 떠나 경기도로
전세난이 장기화되면서 이씨와 최씨처럼 서울에서 전셋집을 찾지 못해 수도권 외곽으로 눈을 돌리는 수요자가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최근 시중은행이 신규대출을 사실상 중단하면서 돈줄이 막힌 서민들의 '탈 서울'이 잇따르는 것. 이른바 '전세유민'이다.
서울 노원구 월계동 A중개업소 관계자는 "한동안 기존 세입자들이 재계약하는 비율이 높았는데 요즘은 눈에 띄게 줄었다"며 "반전세 전환 물건이 대부분이고 간혹 나오는 물건은 보증금 인상폭이 워낙 커서 기존 세입자들이 집을 비워주고 싼 집을 찾아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한 대형 포장이사업체 임원은 "예년에는 같은 자치구나 바로 인근 지역으로 이사하는 비율이 높았지만 올해는 서울에서 경기도로 시계를 넘는 고객이 유난히 많다"며 "서울에서 수도권 외곽으로 밀려나서인지 현장 분위기도 예년보다 훨씬 어둡다"고 말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7월 국내 인구이동' 조사에도 이같은 상황이 반영돼 있다. 지난 7월 서울로 전입한 인구는 12만3680명인데 비해 전출한 인구는 13만2400명으로 총 8720명이 서울을 빠져나갔다. 반면 경기·인천은 각각 6328명, 2341명이 순유입해 서울 전출인구 대부분이 이들 지역으로 전입한 것으로 분석됐다.
◇전세난 '도미노'…짝수해 재계약 많아 내년이 더 '문제'
서울 외곽지역 주민들이 인근 경기권으로 전셋집을 옮기면서 수도권 전역의 전셋값은 오름세를 보인다. 특히 산본 평촌 등의 경우 전셋집을 찾는 대기수요가 줄을 섰지만 물건이 부족해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주(8월29일∼9월3일) 산본과 평촌의 전셋값은 각각 0.20%, 0.14% 올라 서울(0.12%)과 신도시(0.08%) 지역의 평균 변동률을 웃돌았다.
1기 신도시 등 서울 인접지역의 전셋값 오름세는 도미노식 세입자 이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경기 군포시 산본동 B중개업소 대표는 "산본과 평촌에 살던 세입자들이 급등한 전세보증금을 마련하지 못해 화성, 안산 등 서울에서 더 먼 경기 외곽으로 옮기고 있다"며 "전세물건이 꽤 많던 동탄신도시도 요즘은 물건이 귀해 수천만원씩 가격이 뛴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부동산 중개업계는 내년이 더 '문제'라는 지적이다. 통상 짝수해에 전세 재계약이 많다는 점에서다. 산본 C중개업소 사장은 "전세매물이 너무 없어 내년에는 집을 못구해 결혼 못하는 커플이 많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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