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가 훈장이 된 건 친구인 서재경 아름다운 서당 대표의 권유 때문이다. "우리은행 도쿄지점장을 끝으로 은행을 은퇴하고 중소기업 임원으로 있던 2005년에 서 대표가 전남대에서 학생들에게 재무전략 특강 한번 해달라고 하더군요. 대학생들을 가르친다는 게 두렵기도 하고 해서 거절하다가 결국 강연을 했죠. 제 경험을 중심으로 강연을 해보니 어렵지 않고 보람도 느끼게 되더라구요."
서 대표는 내친 김에 김씨에게 아름다운 서당 교수를 맡아 일주일에 한번씩 제주대에서 강의를 해달라고 제의했다. 하지만 김씨는 한번의 특강에는 성공했지만 지속적으로 학생들을 가르칠 용기는 나지 않았다. "나는 말하는 쪽은 아니라고 늘 생각해왔죠. 서 대표가 제의할 때마다 손사래를 쳤습니다." 그러다 "달변인 사람들은 숱하게 많지만 그보다는 진실하고 경험 많은 사람이 젊은 친구들에게 더 많은 이야기를 해줄 수 있다"는 서 대표의 설득에 수락을 했다. "토요일에 나가서 강의만 하는 게 아니라 수요일까지 과제를 학생들에게 내주면 학생 당 20장 넘는 리포트를 금요일까지 다 보고 멘트를 붙여넣고, 또 별도로 매주 강의안을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도 못한 채 제의를 덥석 물었지요."
이렇게 해서 김씨는 2009년부터 토요일 하루 제주 강의를 위해 평일 며칠을 할애해야 했다. 학생들의 질문을 예상해 어떻게 대답해줄지도 치밀하게 고민했다. 몸이 힘들기도 했다. 하지만 김씨는 이 모든 과정이 즐거웠다. "전혀 후회하지 않습니다. 이런 기회가 아니면 이 나이에 20대들과 언제 웃고 떠들며 가르침을 나누겠습니까."
김씨의 제주 강의에는 비행기 값만 지원됐다. 학생들에게 수강료를 받지 않기 때문에 모든 경비는 아름다운서당 후원자들이 낸 돈으로 지급됐고, 강의는 기업임원이나 언론인 출신들의 재능기부로 진행됐다. 그래서 김씨는 대부분 강의 경비를 자비로 충당해야 했다. 그는 수업이 끝나면 가끔씩 학생들과 올레길을 걸으며 함께 읽었던 책의 내용에 대해 토론도 하고 수업에 지치면 제주 시내로 나가 학생들과 소주 한잔 하며 삶을 이야기했다. 금전적으로만 보면 김씨에게는 마이너스였던 셈이다.
김씨는 그러나 "내 돈을 내서 아깝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한번도 없었다"며 "오히려 젊은 친구들과 소통한다는 자체가 그저 즐겁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1년동안의 제주 강의를 마치고 지난해부터는 서울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김씨의 부인도 서당 활동을 적극적으로 응원해주고 있다. "가끔 멘토링해주는 학생들을 집으로 데려와 저녁식사 함께 하는데 아내가 그렇게 좋아할 수 없어요. 비록 무임이지만 젊은이들과 어울리는 게 아내도 마음에 드는 것 같아요. 덕분에 주말마다 집안 일정 안 챙기고 편하게 강의하러 나가고 있죠."
하지만 김씨는 취업이 눈앞에 닥친 학생들이 수업을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있어 안타깝다. 그는 "서당에서는 경영실무뿐 아니라 문학 역사 철학 등 다방면을 가르치는데 당장 기업에 가야 하는 학생 입장에서는 답답함을 느끼는 것 같다"며 "하지만 아름다운서당에 1년을 투자해서 다양한 커리큘럼을 소화하면 자신만의 경쟁력을 갖춰 기업에서 인정 받는 데에도 더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연 재능기부를 해주겠다는 교수진이 부족한 것도 김씨에게 고민이다. 아름다운 서당은 현재 서울과 제주에서 각각 1개씩의 강좌를 열고 있는데 내년부터는 서울과 제주에 1개씩 추가로 열고, 수원에서도 강좌를 열기로 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지금까지 서 대표가 희망제작소나 금융기관 출신, CEO 출신 등을 알음알음 섭외를 해왔지만 이제는 더 많은 교수진이 필요하다"며 "여러 방면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많은 뜻 있는 분들이 우리 세대가 놓쳤던 젊은이들의 성품교육과 같은 부분을 아름다운 서당 강연을 통해 많이 가르쳐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씨 자신에게는 청년들에 대한 강연 재능기부가 어떤 의미일까. "매 주말마다 강연을 한다는 것이 부담도 되고 시간도 많이 들죠. 하지만 젊은 학생들에게 경험을 나눈다고 단순히 나누는 게 아닙니다. 학생들에게 젊은 패기와 열정을 배우는 게 더 많습니다."
[아름다운서당은]···
살아온 경험 교재로 인재 키우는 '재능기부처'
기업임원·대학교수 등 27명 강사진 활동
학생들은 매해 여름 면접을 통해 선발되며 1년 코스를 마친 수료자는 올해까지 170명이 넘는다. 커리큘럼은 인문학·경영학·한국경제이력·경영서 리뷰·영어 암송·한문 등으로 구성된다. 인문학 분야는 주로 전현직 언론인들과 대학 교수들이 가르치고 경영 전반은 퇴직한 대기업 임원 출신이 맡는 식으로 운영된다. 매주 토요일 아침 9시에 모여 사회계약론 등 고전을 읽고 한문을 공부하다보면 금세 점심시간. '잠실 야구장을 벤치마킹해 서울FC의 관람객 증대 방안을 논하라' '수입 와인가게의 수입, 입점 절차를 도상으로 제시하고 수요 예측과 수익성 분석을 하라'는 등의 케이스 스터디와 열띤 토론을 진행하다보면 어느새 저녁 6시가 된다. 방학에는 기업체 현장실습과 제주도 캠프도 진행한다. 강연장소는 서울에 거주하는 전라남도 대학생 기숙사인 남도학숙과 제주대학교에서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현재 아름다운 서당이 개설한 강좌는 서울 YLA(Young Leaders Academy)와 제주 HRA(Human Resources Academy)다. 아름다운 서당은 2012년까지 서울에 있는 경기 출신 학생들의 기숙사인 경기도장학관, 경기 수원시, 제주 탐라영재관 등에서 3개의 강좌를 더 열 예정이다. 김윤석씨는 "뜻있는 분들이 재능기부로 자신의 경험을 살려 젊은이들에게 가르침을 주며 소통했으면 좋겠다"며 "다만 매주 청년들을 위해 시간을 투자해야 되는만큼 사명감과 의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름다운 서당 서재경 대표는 "강사들이 모두 처음에는 '잘 할 수 있을까' 걱정하다가 나중에는 '정말 잘 왔다'며 고마워 한다"며 "전인교육이 실종된 한국사회에서 젊은이들에게 부족한 성품과 인성을 가르쳐 아름다운서당 강좌를 졸업할 때가 되면 훨씬 더 좋은 젊은이가 되는 걸 보면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아름다운 서당에서 강연하기를 원하는 재능기부자는 (031)897-2139 또는 jksuh@jksuh.co.kr로 연락해 강연 의사를 밝히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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