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면칼럼]SK, '하이닉스의 저주'를 넘어라

머니투데이 박종면 더벨대표 | 2011.07.18 12:41
SK와 STX그룹이 하이닉스 인수전 참여를 밝힌 이래 시장 반응은 부정 일색이다. 관련 계열사들의 주가가 곤두박질치고 외국인들은 투매수준으로 주식을 팔아치웠다.
 
국내외 신용평가사들의 평가도 냉담하다. 부채가 많은 STX그룹에 대해서는 금융권이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인수전 참여를 선언하자마자 두 그룹은 '하이닉스의 저주'를 받는 분위기다.
 
그룹의 재무건전성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STX는 물론 SK그룹에 대해서조차 반응이 냉담한 데는 이유가 있다.
 
우선 사업간 시너지 효과가 없고, 재무적 부담만 늘어난다는 것이다. SK의 주력인 통신 에너지사업과 반도체 사업은 서로 시너지를 찾기 어렵다. STX의 주력인 조선 및 해운사업과 반도체 간에도 마찬가지다.
 
더욱이 반도체는 가장 대표적인 경기민감 업종이어서 수익 변동성이 심하고, 현금흐름의 부침도 크다. 반도체 사업은 지속적으로 거액의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도 안정적 배당을 원하는 주주들에게는 부정적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
 
시장 일각에서는 SK나 STX가 하이닉스를 인수할 경우 반도체 분야의 세계 1등 기업 삼성전자와 경쟁해야 한다는 점이 부담이고 위험이라는 지적도 있다. 반도체는 결국은 투자싸움이고, 삼성과 '치킨게임'에 돌입할 경우 누군들 버티겠냐는 것이다.
 
증시나 신용평가사, 여신 공여은행들의 반응을 감안하면 STX는 물론 SK그룹도 하이닉스 인수 검토를 없었던 일로 하는 게 현명하다. 실제로 그럴 가능성도 있다. 특히 중동 국부펀드와 컨소시엄 구성을 전제로 딜을 진행하고 있는 STX의 경우 중동 펀드가 심층 검토 후 수익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해 접는다면 그걸로 끝이다.

 
SK나 STX그룹은 시장의 부정적 여론을 감안해 하이닉스 인수 검토를 철회하는 게 옳을까. 이 문제는 전적으로 두 그룹의 선택이지만 몇 가지 명심해야 할 게 있다.
 
경제학자 장하준은 "경제학은 물리학이나 화학 같은 과학이 아니라 정치행위"라고 말한다. 모든 경제 행위를 둘러싼 의견표명은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반영한 정치적 견해의 표명이라는 것이다.
 
이런 시각에서 보자면 SK나 STX 입장에서는 국내외 주주 및 신용 공여은행들의 이해와 어긋나는 하이닉스 인수에 시장이 부정적인 데 대해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시장도, 신용평가사들도 당연히 리스크를 떠안는 걸 긍정적으로 보지 않는다. 시장이나 신용평가사들의 논리에 충실히 따른다면 세상에 성사될 인수합병(M&A)이 과연 몇 개나 될까.
 
증시 애널리스트나 전문가들이 입에 달고 다니는 '시너지 효과'라는 것도 재고해 봐야한다. 기업이 새 비즈니스를 시작할 때 시너지가 없으면 하지 말아야 하는가. 그렇지 않다. 시너지 보다 더 중요한 게 사업다각화다. 단적으로 SK의 주력인 통신과 에너지 사업 간에 시너지가 있는가. 삼성의 주력인 전자와 금융은 또 어떤가. 삼성 SK LG 등 한국의 대표기업들이 글로벌 경기부침에도 안정적 수익구조를 이어가고 있는 것은 시너지가 아닌 다각화 덕분이다.
 
최근 지겹도록 경험하고 있지만 SK가 통신 정유 같은 규제산업 일변도에서 벗어나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면, 또 STX가 조선 해운 같은 수주산업 위주의 수직계열화에서 벗어나려면 하이닉스든 또 다른 기업이든 M&A에 나서야한다. '하이닉스의 저주'를 극복하고, '승자의 저주'도 견뎌내고, '시장의 저주'까지 이겨내야 진정한 시장의 승자가 될 수 있다.
 
특히 최근 몇 년 새 사업이 막히고 세력이 줄어든 SK는 통신과 정유사업을 인수하고 키우던 그 당시의 첫 마음을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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