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SNS 원조들, 세계무대서 밀려난 이유

머니투데이 유병률 기자, 기성훈 기자, 이현수 기자 | 2011.07.07 06:00

[창간 10주년 기획] 88만원 세대를 88억원 세대로

<4회> 글로벌 진출 없이 명품벤처 없다


동화나 소설 속 캐릭터들이 움직이는 전자책(e-book) 플랫폼을 개발한 모글루는 직원 15명 가운데 4명이 미국과 프랑스 출신 프로그래머이다. 이들은 인터넷 구인광고를 보고 한국을 찾았다. 김태우 대표(23, 왼쪽에서 네번째)는 "조직을 처음부터 글로벌하게 세팅하지 않으면 글로벌 진출은 어렵다"고 말했다. 모글루는 현재 디즈니 펭귄북스 등 미국 출판사 납품을 추진중이다. /사진 제공=모글루
친구 찾기 사이트 아이러브스쿨이 세상에 나온 게 1996년. 3년 뒤인 1999년에는 인터넷 커뮤니티 싸이월드가 등장했다. 세계 최초였다. 지금 전세계 소셜네트워크의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있는 페이스북(2004년)보다 각각 8년, 5년을 앞선 서비스였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기술혁신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글로벌 스탠더드로 자리잡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소셜게임 개발업체 파프리카의 김동신 대표(31)는 "역설적이지만 한국에서 너무 잘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선순위가 한국이었기 때문에 서비스 사양 역시 국내용이었고 문화가 다른 외국인들에겐 설득력이 떨어졌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김 대표가 내린 결론은 '시작부터 글로벌해야 한다'는 것. 그는 게임 개발 때부터 미국인들에게 맞췄다. 미국인이 좋아할만한 스토리와 캐릭터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덕분에 최근 출시한 페이스북 게임 '히어로 시티'는 전 세계 사용자가 7주만에 100만 명을 돌파했다.

페이스북보다 수년 먼저 선보였지만
'우물 안 개구리'…해외시장 대응 늦어

전문가들은 파프리카처럼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하지 않으면 명품 벤처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내수시장 규모 자체가 작을 뿐 아니라, 소셜네트워크와 모바일 등 최근 정보기술(IT)에 소위 네트워크 효과가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용자가 많을수록 비용은 저렴해지고, 콘텐츠는 풍부해져, 세계 표준이 된다는 것이다. 한국기업의 실리콘밸리 진출을 지원하는 오션스인터내셔널의 배기홍 대표는 "로컬(지역)과 글로벌을 구분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어졌다"며 "창업을 하면 당연히 세계인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이라는 말 자체가 촌스러워진 셈이다.


문제는 국내에서 성공했다고 그대로 들고 나갔다간 백전백패일 수밖에 없다는 것. 처음부터 프로그래밍과 플랫폼을 전세계인들이 수긍할 수 있도록 구축해야 한다. 김동신 파프리카 대표는 "우리 제품이 성과를 내고 있는 건 홍길동, 전우치가 아니라 미국 슈퍼히어로에서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인들은 영웅을 설정한 다음 악당을 만들지만, 미국인들은 악당을 먼저 만든 다음 영웅을 생각한다. 또 우리 눈에 투박하고 원색적인 캐릭터가 미국에서 더 먹힌다"며 "문화적인 갭을 극복하지 않고서는 글로벌화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를 위해 창업초기부터 미국 개발자들과 공동으로 게임을 개발했다.

스토리·캐릭터 등 국내-외 선호도 달라
플랫폼 구축때부터 글로벌 겨냥 필요

소셜네트워크 플랫폼 개발업체인 마이후도 지난해 1월 국내에 회사를 설립하자마자 실리콘밸리에도 법인을 세웠다. 임석영 대표(42)는 "싸이월드가 글로벌시장에서 실패한 건 현지문화 수용에 실패했기 때문"이라며 "글로벌 진출은 도전정신만 있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라, 내 서비스를 소개해줄 현지 네트워크가 없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미국 현지인들을 경영진으로 확보해 미국 법인을 본사로, 한국은 연구개발(R&D) 센터로 활용할 계획이다.

그러나 대부분 청년 창업가는 자신의 제품이 외국에서도 먹힐 지 물어볼 데도 없는 게 현실이다. 신생기업 해외진출을 지원하는 엔젤투자회사 넥스트랜스의 홍상민 대표는 "글로벌시장에서 성공한 선배들이 신생기업의 네트워크가 돼줘야 하는데 아직은 부족한 게 현실"이라며 "외국인 개발인력, 마케팅 인력과 공동으로 팀을 구축하고 현지의 자본투자를 받기 위해 노력하는 것 말고는 다른 지름길이 없다"고 말했다.

게임빌 공동창업자이자 현재 오라클 시니어매니저로 재직중인 조성문씨는 현지에서 창업하는 '본(born) 글로벌 벤처'도 대안 중 하나라고 조언했다. 조 매니저는 "지방보다 서울에서 창업하는 게 낫듯 처음부터 실리콘밸리 창업에 도전해볼 필요가 있다"며 "그러나 어떤 경로이든 실리콘밸리 등에서 성공한 한국인들이 많이 배출돼 이들이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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