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게임 개발업체 파프리카의 김동신 대표(31)는 "역설적이지만 한국에서 너무 잘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선순위가 한국이었기 때문에 서비스 사양 역시 국내용이었고 문화가 다른 외국인들에겐 설득력이 떨어졌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김 대표가 내린 결론은 '시작부터 글로벌해야 한다'는 것. 그는 게임 개발 때부터 미국인들에게 맞췄다. 미국인이 좋아할만한 스토리와 캐릭터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덕분에 최근 출시한 페이스북 게임 '히어로 시티'는 전 세계 사용자가 7주만에 100만 명을 돌파했다.
페이스북보다 수년 먼저 선보였지만
'우물 안 개구리'…해외시장 대응 늦어
전문가들은 파프리카처럼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하지 않으면 명품 벤처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내수시장 규모 자체가 작을 뿐 아니라, 소셜네트워크와 모바일 등 최근 정보기술(IT)에 소위 네트워크 효과가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용자가 많을수록 비용은 저렴해지고, 콘텐츠는 풍부해져, 세계 표준이 된다는 것이다. 한국기업의 실리콘밸리 진출을 지원하는 오션스인터내셔널의 배기홍 대표는 "로컬(지역)과 글로벌을 구분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어졌다"며 "창업을 하면 당연히 세계인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이라는 말 자체가 촌스러워진 셈이다.
문제는 국내에서 성공했다고 그대로 들고 나갔다간 백전백패일 수밖에 없다는 것. 처음부터 프로그래밍과 플랫폼을 전세계인들이 수긍할 수 있도록 구축해야 한다. 김동신 파프리카 대표는 "우리 제품이 성과를 내고 있는 건 홍길동, 전우치가 아니라 미국 슈퍼히어로에서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인들은 영웅을 설정한 다음 악당을 만들지만, 미국인들은 악당을 먼저 만든 다음 영웅을 생각한다. 또 우리 눈에 투박하고 원색적인 캐릭터가 미국에서 더 먹힌다"며 "문화적인 갭을 극복하지 않고서는 글로벌화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를 위해 창업초기부터 미국 개발자들과 공동으로 게임을 개발했다.
스토리·캐릭터 등 국내-외 선호도 달라
플랫폼 구축때부터 글로벌 겨냥 필요
소셜네트워크 플랫폼 개발업체인 마이후도 지난해 1월 국내에 회사를 설립하자마자 실리콘밸리에도 법인을 세웠다. 임석영 대표(42)는 "싸이월드가 글로벌시장에서 실패한 건 현지문화 수용에 실패했기 때문"이라며 "글로벌 진출은 도전정신만 있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라, 내 서비스를 소개해줄 현지 네트워크가 없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미국 현지인들을 경영진으로 확보해 미국 법인을 본사로, 한국은 연구개발(R&D) 센터로 활용할 계획이다.
그러나 대부분 청년 창업가는 자신의 제품이 외국에서도 먹힐 지 물어볼 데도 없는 게 현실이다. 신생기업 해외진출을 지원하는 엔젤투자회사 넥스트랜스의 홍상민 대표는 "글로벌시장에서 성공한 선배들이 신생기업의 네트워크가 돼줘야 하는데 아직은 부족한 게 현실"이라며 "외국인 개발인력, 마케팅 인력과 공동으로 팀을 구축하고 현지의 자본투자를 받기 위해 노력하는 것 말고는 다른 지름길이 없다"고 말했다.
게임빌 공동창업자이자 현재 오라클 시니어매니저로 재직중인 조성문씨는 현지에서 창업하는 '본(born) 글로벌 벤처'도 대안 중 하나라고 조언했다. 조 매니저는 "지방보다 서울에서 창업하는 게 낫듯 처음부터 실리콘밸리 창업에 도전해볼 필요가 있다"며 "그러나 어떤 경로이든 실리콘밸리 등에서 성공한 한국인들이 많이 배출돼 이들이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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