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컬처', 검은대륙 아프리카를 물들이다

머니투데이 이규창기자,카이로(이집트)김성대 통신원  | 2011.07.07 07:05

[창간기획: K컬처, 세계를 흔든다⑤-1]이집트, K컬처 확산 '전초기지'

편집자주 | 코리아의 문화 콘텐츠가 전 세계로 뻗어가고 있다. 아시아의 '한류'로 출발한 한국의 문화콘텐츠는 이제 중동, 아프리카, 미국, 유럽 세계 구석구석에서 국경,인종,종교를 초월하는 'K컬처'로 씨뿌려지고 있다. 머니투데이 엔터산업팀이 K-컬처 '퀀텀 점프'의 현장을 찾아간다.

검은 대륙 아프리카에도 'K컬처'의 바람이 불고 있다.
아프리카 민주화 '쟈스민 혁명'을 이끈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는 아프리카에 K컬처를 무서운 속도로 씨뿌리고 있다.

유럽·아시아와 인접한 이집트, 모로코 등의 북아프리카 지역이 K컬처 전파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는 중부 일부지역만 제외하고 유튜브, 페이스북 등으로 한국 아이돌그룹의 뮤직비디오를 보고 듣는 사람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특히 4대 문명의 발상지인 이집트는 이제 중동아프리카의 아랍문화권 전 지역을 통틀어 'K컬처'를 가장 빨리,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나라가 됐다.

대장금 등 드라마를 통해 한국말이 전파된 건 이미 오래 전 얘기. 이집트 카이로 시내에 위치한 4년제 명문대 아인샴스 대학교는 2005년부터 알-알순학부(어문학부)내에 정식 학과로 한국어과를 개설했다. 현재 약 110명의 학생들이 한국어를 배우고 있고 2009년부터 졸업생을 배출해 대부분 현지에 있는 한국기업에 취업한 상태다.

오른쪽에 오세종 이집트 아인샴스 대학교 알-알순학부(어문학부)내 한국어과 교수. 왼쪽은 김우진 강사이며 뒤는 재학생들의 모습이다.

이집트에서 10년이상 한국어 교육에 힘써온 아인샴스대 한국어과 오세종 교수(사진 오른쪽)는 "어문학부내 다양한 학과 중에서도 한국어과는 일본어과에 이어 두 번째로 경쟁률이 높다"며 "이집트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기업의 채용문의도 활발히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 LG 등 한국의 대기업은 한국의 대학생들이 '외국계 기업'을 바라보는 것처럼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2004년 이집트 국영방송에서 첫 방송된 '겨울연가'를 시작으로 유입되기 시작한 한국 드라마는 젊은 세대에게 한국에 대한 선망을 더욱 심어줬다.

이듬해 중동·아프리카 지역에선 최초로 이집트의 대학에 한국어과가 개설되고 한국어를 배우려는 열풍이 불었다. 지금은 한국어과 학생들이 'K-POP' 등 새로운 한국 대중문화를 전파하는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아인샴스대 한국어과 3학년인 헤바(20)양은 "한국어를 배우면 좋은 기업에 취직할 수 있어 지원했지만 공부하면서 대중문화에도 관심이 끌렸다"면서 "드라마 '꽃보나 남자'를 보면 로맨틱하면서도 뭔가 슬픈 정서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한국어과 학생들에게 좋아하는 연예인을 물어보니 빅뱅, 슈퍼주니어, 아이유, 비, 이승기 등 가수들은 물론 현빈, 이민호, 장근석, 김범, 강지완 등 배우들까지 다양한 이름들이 나왔다. 드라마, 가요 등 다양한 대중문화가 소비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집트에서는 KBS월드, 코리아TV 등 'K컬처' 전문 TV채널이 현지에서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고, 이집트국립도서관에 한국관도 개설됐다.


지금도 많은 이집트 젊은이들이 유투브와 페이스북에 개설된 에스엠엔터테인먼트의 공식 페이지에서 새로 올라오는 사진과 뮤직비디오를 감상한다. 합법적인 경로로 콘텐츠 구매가 어려운 이들은 커뮤니티와 P2P 사이트 등 비공식 경로를 통해 최신 드라마를 다운로드받기도 한다.

에스엠엔터테인먼트 소속의 아이돌그룹 '동방신기'의 팬클럽은 이집트에도 있다. 페이스북에 '이집트 동방신기 팬클럽'(TVXQ5 EGYPTIAN CASSIOPEIA)라는 클럽을 개설해 활동 중인 이 모임의 주축은 한국 대사관에서 한국어를 공부하는 학생들이다.

이집트 명문대인 아인샴스 대학교 알-알순학부(어문학부)내 한국어과 재학생들의 모습.

클럽의 회원들은 하루에 50여건의 포스팅을 올려 동방신기에 대한 새로운 소식을 공유한다. 이들은 JYJ의 이집트 공연을 추진하겠다며 개설한 페이지에도 수백명이 몰려 열성적인 지지를 보내기도 했다.

네민 나빌(23)양은 기차로 3시간 거리인 이스마일리아에서 카이로까지 찾아와 인터뷰에 응해줄만큼 열성적인 K-POP 팬이다.(아랍문화권 정서상 사진촬영에는 응하지 않았다)

네민양은 "14세이던 중학생 시절 국영방송에서 '가을동화'를 통해 처음 한국 문화를 접했는데 드라마 배경음악이 너무 좋았다"면서 "궁금해서 드라마 OST를 매번 인터넷으로 가사를 찾아 외우면서 들었고 주변 친구들을 통해 동방신기를 알게돼 팬이 됐다"고 말했다.

전세계를 통틀어 10대후반~20대초반 여성들이 '또래'로 느낄만한 연예인들은 드물다. 아이돌그룹의 원조격인 일본의 연예인들은 벌써 중년이됐고 미국, 유럽은 물론 중동, 아프리카의 현지 연예인들 역시 연령대가 높은 편이다.

왈라, 사마르, 나다, 야라, 사라, 유스라, 달리아, 아미라 등 인터뷰에 응한 19세~23세의 동방신기 팬클럽 멤버들은 한국의 젊은 가수들을 마치 친구나 오빠, 동생처럼 친숙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예능프로그램에서 솔직한 개인사를 털어놓거나 망가지며 웃음을 주는 모습들은 이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줬다.

일본의 J-POP의팬들이 식상함을 느껴 K-POP으로 취향을 바꾼 경우도 적지 않았다. K-POP은 해외 팬들에게 J-POP보다는 좀더 현대적이고 완성도 또한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라(22)양은 "원래 J-POP에 관심이 많았는데 일본에 진출한 동방신기의 음악을 우연히 듣고 색다른 매력을 느꼈다"면서 "동방신기는 K POP이라는 새로운 세계로 들어서는 게이트 역할을 해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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