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작은 바이오기업들의 아름다운 도전

머니투데이 황동진 메디포스트 사장 | 2011.05.20 08:00
눈이 녹으면 꽃이 피고, 꽃이 지면 매미가 우는 것처럼 시간이 흐르면 누구나 늙고 병들고 죽는 것은 자명한 자연의 이치이다.

선천적으로 건강을 타고난 사람이 철저한 관리를 한다고 하더라도, 나이가 들면서 인체의 각 기관은 기능이 약해지고 때론 스스로 파괴된다. 이는 수만 년간 모든 인간을 상대로 단 한 번의 예외도 허락되지 않았을 만큼 강력한 신의 섭리이다.

그러나 최근 전 세계적으로 바이오 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오랫동안 닫혀져 있던 신의 영역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이 조금씩 열리고 있다.

그 비밀은 줄기세포에 있다. 줄기세포는 다분화능(多分化能)을 지니고 있는 미분화 세포이기 때문에 파괴 혹은 노화된 인체 조직을 재생(再生)하는 열쇠가 된다.

많은 첨단의학 전문가들은 조만간 전 세계 의약계의 주 화두로 재생 의학이 부각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이에 미국과 유럽 등 제약 선진국들은 물론이고 중국과 일본, 싱가포르 등 많은 아시아 국가들도 미래의 국가 경제를 이끌 차세대 동력으로 바이오산업을 설정하고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줄기세포 분야에서 꾸준한 연구를 진행하며 현재 세계 2~3위권의 경쟁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현재 퇴행성관절염 치료를 위한 연골재생 치료제의 임상시험을 완료하고 품목허가를 준비 중인 필자의 회사를 비롯해 국내 많은 바이오 기업들과 제약회사 등이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무대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늙으면 닳아 없어지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던 연골 조직의 재생이 가능해지고, 원인조차 정확히 가늠하지 못했던 치매 치료의 해법이 보이기 시작했다. 또 운명을 탓할 수밖에 없었던 미숙아(未熟兒)의 폐질환 분야에서도 임상 환자 투여가 진행 중이다.

그리고 현재 국내 기업의 이 같은 연구에 대해서 해외 대형 제약사와 병원 의료진은 물론 선진국의 정부기관과 언론사 등에서도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이 같은 현재의 성과는 물론 자랑할 만한 것이지만, 그 이면에는 무수히 많은 기업과 연구가들의 명멸(明滅)이 있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나라 줄기세포 분야의 현 위치는 열악한 초기 환경에서 시작해 실패와 위기를 반복하면서도 우직하게 한길을 걸어온 인내와 고통의 산물이다.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한다는 것은 곧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말이 된다. 그러나 줄기세포의 개념과 인식조차 없던 나라에서 불과 10여 년 만에 이뤄낸 현재의 연구 업적들을 가지고 인류에게 희망을 주기까지, 그리고 기업 입장에서 경제적 가치 창출로 연결시키기까지 아직 몇 번 더 실패해야 할지도 모른다.

바이오 중에서도 줄기세포 치료제 분야는 높은 기술력이 필요하며, 때로는 우수한 연구 성과를 거뒀더라도 시장에서 실패할 수 있을 만큼 진입이 쉽지 않다.

특히나 주된 연구를 담당하는 대부분의 바이오 벤처기업은 인력과 경험 면에서 어려운 점이 많다. 한 사람이 두세 사람 몫을 해야 하는 경우도 많지만, 그보다도 자기가 경험해 보지 못한 일도 자기가 아니면 다른 사람이 해 줄 수 없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많은 실수가 발생할 수 있고 때론 한 번의 실수를 회복하는 데에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수도 있다.

따라서 바이오 기업과 생명공학 연구가들이 과정상의 위기를 극복하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다른 분야의 몇 배에 이르는 열정과 정신력이 요구되기도 한다.

다행히 최근에는 바이오 분야에 대해 정부와 대기업의 관심과 지원이 늘어나고 있고, 조금씩 연구 결실이 가시화면서 연구원들의 의욕도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이 경영 환경이 계속 더 좋아지고, 기업과 연구가들도 미래 가치에 대해 확신을 잃지 않는다면 우리나라 바이오산업의 국제 경쟁력은 더욱 상승할 것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작지만 강한’ 기업들의 ‘아름다운 도전’에 앞으로도 많은 국가적 관심이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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