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테스]美 신용등급 전망 하향, '블랙스완' 전조?

머니투데이 이성한 국제금융센터 소장 | 2011.04.26 10:30
얼마전 자사 펀드에서 보유하고 있던 미국 국채를 모두 매각했다고 발표한 세계 최대 채권운용사 핌코는 이번 일을 예견한 걸까. 중동국가의 정권교체, 일본 대형지진 사태, 유로존 국가들의 구제금융 등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던 '블랙스완'(black swan) 같은 이벤트가 이번에는 미국에서 일어날 조짐이다. 지난 4월18일 대형 신용평가사인 S&P가 난공불락으로 여겼던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하향한 사건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번 조치는 S&P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A로 부여한 1941년 이래, 등급전망을 도입한 1991년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해 11월 중국 신용평가사 다공이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하향했을 때만 해도 코웃음쳤던 미국 정부는 이제 자국의 뉴욕 맨해튼에 본사를 둔 굴지의 신용평가사의 폭탄 발표로 큰 충격을 받았다. 또 글로벌 금융위기 기간에 아일랜드, 스페인 등 AAA 국가들이 줄줄이 신용등급 하향을 맞고, 영국이 신용등급 전망 하향을 당했을 때만 해도 미국은 여전히 자신감을 보였으나 지금은 여타 메이저 신용평가사의 동태를 조심스레 살피고 있다.

이번 사태는 비단 미국의 자존심만 건드리는 수준의 이벤트는 아니며 더 나아가 국제 금융시장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볼 수 있다. 왜냐하면 미국의 국채는 국제 금융시장에서 무위험자산으로 알려진 대표적인 유가증권이기 때문이다.

세계 주요국의 채권들은 미국 국채수익률에 일정한 위험프리미엄을 얹어 거래가 이뤄지는데, 이러한 벤치마크가 되는 미국 국채가 안전자산이 아닌 위험자산으로 여겨져 위험프리미엄이 붙어야 한다는 것은 인식의 전환 측면에서 충격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이 실제 하향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이번 S&P의 조치는 실제 액션을 위한 전조라기보다 미국 정치권에 대해 재정적자 해결에 적극 나서라는 경고 성격이 더 큰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또 견조한 경제성장세가 지속되고 있어 세수확대, 정부지출 축소의 여력이 더 커질 수 있으며, 현재 지지부진한 재정적자 축소문제에 대해서도 위기시 빛을 발하는 미국 정치권의 협력 가능성을 과소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사례를 보더라도 실제 등급의 하향 가능성은 낮다. 민간분석기관들은 현재 60%대 초반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부채 비율이 앞으로 2년내 최고 80% 수준이 될 것으로 보고는 있으나 과거 AAA등급이 하향조정된 국가들의 당시 비율이 100% 이상이었던 점을 감안할 경우 아직까지는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만약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이 실제 하향된다면 어떻게 될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1차 충격은 있겠지만 '하늘이 무너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미국 국채와 달러화의 위상이 약화되는 가운데 시장에서 유통되는 국채 의 절반을 보유한 외국인의 매도, AAA등급 채권에만 투자해야 하는 미국 연기금과 투자펀드 자금들의 이탈이 잇따를 수 있으며, 미 국채금리의 상승은 전세계 금리상승으로 이어져 주식시장뿐만 아니라 경제 전반의 성장 둔화 등도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일단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은 한 단계 낮춰진다 하더라도 역사적으로 AAA등급과 AA등급이 15년새 디폴트에 이를 확률은 각각 1.09%와 1.15%로 투자자들이 느끼는 실제 차이는 매우 미미할 정도다. 현실적인 대체투자처가 없다는 점도 중요하다. 현재 3대 신용평가사 모두로부터 AAA등급을 받은 14개 국가 중 미국을 대체할 통화나 국채시장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불안감은 다소 커지겠지만 안전자산으로서의 미국 국채 투자는 지속되고 대체통화가 없는 한 기축통화로서의 달러화 위상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이번 S&P의 전망 하향이 주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본다. 그렇다 하더라도 안심할 수만은 없다. 국제 금융시장은 논리와 펀더멘탈만으로는 해석할 수 없으며, 시장참여자 숫자만큼 무한한 투자심리들의 조합이 어디로 튈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번 사태가 또다른 '블랙스완'으로 확대되지 않을지, 2년 전 신용등급 전망 하향 조정을 당했지만 정치권의 재정적자 감축 노력으로 5개월 만에 원상회복된 영국과 같이 전개될지 앞으로 미국 정치권의 움직임에 더욱 주목해야 한다.

우선 2주 간의 휴회 후 5월 초 다시 소집되는 의회에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되는 2012회계연도 예산안과 턱밑까지 찬 국가부채한도의 상향 전개 과정을 우리 모두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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