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풀려진 사업성·재산증식 수단 전락…"뉴타운은 실패"

머니투데이 이군호 기자 | 2011.04.15 07:48

[뉴타운, '10년의 방황']서울 241개 구역중 66곳은 추진위도 구성못해


- 한남뉴타운, 지정 9년째 첫 삽도 못떠
- 서울 26개 지구 준공률 8% 수준 그쳐
- 경기 4개지구 무산 12곳은 취소 소송


2003년 서울시로부터 2차 뉴타운으로 지정받은 한남뉴타운. 지정 9년째를 맞지만 전체 5개 구역 중 1곳도 첫 삽을 뜨지 못한 채 시간만 보내고 있다. 한남1구역은 구역지정 2년이 지난 현재 새로운 추진위원회의 승인을 위한 동의서를 징구하고 있다. 한남2구역과 3구역은 조합설립 인가를 추진하고 있다.

한남4구역은 최근 주민총회를 끝냈고 한남5구역은 기존 추진위, 정상화모임, 사업촉진위원회 등으로 나뉘어 사업을 정상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나마 한남2·3구역이 사업속도가 빠르지만 언제 착공할 수 있을지 예측하기 어렵다.

한국형 도시재생 모델인 뉴타운이 도입 10년을 맞아 최대 위기를 맞았다. 10년 가까운 사업 지연, 공약 남발에 따른 무분별한 지정, 극히 낮은 원주민 재입주율, 부풀려진 사업성, 주민들의 재산권 제한 등 또하나의 정책 실패 사례로 꼽힌다.

뉴타운은 기존 재개발·재건축이 민간 주도로 추진되면서 도시기반시설 부족현상이 심화되고 난개발로 이어지자 적정규모의 생활권역으로 묶어 충분한 도시기반시설을 확충하는 종합 도시계획사업 차원에서 2002년 시·도 조례로 시작됐다.

이후 2007년 정부가 '도시재정비촉진을위한특별법'을 제정해 정부 지원을 공식화하면서 뉴타운 지정이 급증했다. 선거 때마다 정치인들이 공약으로 뉴타운 지정을 남발한 것도 뉴타운이 급증한 원인이다.

2008년 총선 당시 서울 동작을 선거에서 정몽준 의원은 뉴타운 공약을 내세워 열린우리당 대선후보였던 정동영 후보를 꺾었지만 민주당으로부터 "거짓 공약을 했다"고 고소를 당해 검찰의 수사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과다하게 지정된 뉴타운은 결국 탈이 날 수밖에 없다. 서울시는 3차례에 걸쳐 총 26개 지구, 241개 구역이 지정됐지만 전체의 7.9%만 준공됐을 뿐 △추진위원회 설립 171개 구역(71%) △조합설립인가 121개 구역(50.2%) △사업시행인가 63개 구역(26.1%) 등으로 추진이 저조하다.

경기도에서는 총 23개 지구가 지정돼 4개 지구의 사업이 무산되고 12곳은 찬반 주민간 뉴타운 지정 취소 여부를 가리는 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뉴타운이 실패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부동산경기의 급속한 침체도 원인이지만 뉴타운 남발 과정에서 사업성이 부풀려진 게 가장 결정적이라는 분석이다. 기대한 만큼의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이다보니 사업 추진 동력이 떨어지면서 장기 지연사태로 이어진 것이다.

뉴타운은 원주민의 주거환경 개선이라는 본래 목적이 사라지고 외지인의 재산증식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점에서 실패로 꼽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원주민 재정착률도 극히 저조하다.

실제 길음4구역의 경우 원주민 재정착률이 15.4%에 그치는 등 평균 20% 이하다. 주민의 70% 이상을 차지하던 세입자들이 다른 곳으로 이주하면서 인근 지역의 전·월세가격을 급격히 높이는 주범이 됐고 소형·저가주택이 대거 멸실되면서 주택가격 상승을 일으키는 결과를 낳았다.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뉴타운사업을 전면 재검토, 사업성이 있고 반드시 필요한 뉴타운만 현행대로 추진하고 주거환경정비 차원에서 필요한 곳은 재개발·재건축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단국대 조명래 교수는 "과거 '뉴타운은 돈이 된다'고 무분별하게 지정되다보니 사업성이 부풀려졌다"며 "광역인프라는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으로 지원하고 전면 실태조사를 거쳐 사업성이 없으면 과감히 정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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