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면칼럼]김석동 위원장의 선택

머니투데이 박종면 더벨 대표 | 2011.03.28 12:38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취임 후 3개월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해결사'와 '대책반장'의 면모를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2년 넘게 끌어온 부실 저축은행 문제를 정리하는 것도 그렇고, 강만수 전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의 거취 문제를 푸는 것도 절묘했다. 그는 "삼고초려해서 산은지주 회장으로 모셨다"고 선언함으로써 뒷말을 없애는 것은 물론 강만수 회장의 체면도 크게 살려줬다. '삼고초려'라는 말에 그렇게 오묘한 뜻이 있는 줄 몰랐다.
 
그런데 또 하나의 현안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바로 하나금융그룹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이다. 애초 문제될 게 아니었는데 대법원이 예상을 깨고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론스타 한국대표에 대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함으로써 일이 꼬였다.

김석동 위원장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며 신중한 모습이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2003년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한 후 8년이 지나도록 지금까지 대주주 적격성 심사와 승인을 미룬 것은 외환카드 주가조작에 대한 검찰 수사와 법원 판결도 원인이었지만 '먹튀 론스타'라는 말이 던지는 정치 사회적이고, 심리적이기까지 한 파괴력 때문이다.
 
'론스타 먹튀'라는 말만 나오면 정치권도, 정부도, 검찰과 법원도, 심지어 언론도 존재감은 완전 사라지고 주눅이 들고 만다. 모두 '론스타 먹튀'를 방조한 세력으로 몰리는 걸 두려워한다.
 
더욱이 이를 잘 아는 노조는 그들의 반대편에 서면 누구든 '론스타 먹튀'의 방조자 내지 조력자라는 '주홍글씨'를 갖다 붙임으로써 기득권을 지키고, M&A를 가로막는 전략을 썼다. 그 결과 노조는 론스타 지배 아래에서 외환은행을 국내 최고 수준의 급여와 보상을 받는 은행으로 만들었다.
 

상황이 이런데 누가 론스타의 대주주 자격을 인정하겠으며, 누가 국민은행과 HSBC의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하겠는가. 더욱이 국민은행이 외환은행을 인수하려던 때는 참여정부 시절이었고, HSBC가 외환은행 인수 승인을 기다리던 시기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해 촛불시위가 전국을 뒤덮던 때다. 당시 금융당국의 수장 윤증현 전광우 전 위원장을 탓할 일이 아니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G20 정상회담을 주관할 정도로 참여정부 때나 촛불시위 시절에 비해서는 그야말로 국격이 달라졌다. 특히 많은 국민은 '론스타 먹튀'라는 말을 이제 식상해할 정도다. 김석동 위원장은 따라서 전임 수장들처럼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
 
국내 금융산업의 발전이나 경쟁력 차원에서도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M&A는 유의미하다. 외환은행을 HSBC나 ANZ은행 등에 파는 것보다 훨씬 낫다. 글로벌 경쟁력 강화가 최우선 과제인 국내 은행산업을 감안하면 할 수만 있다면 외환은행을 외국계에 넘기는 것은 피하는 게 좋다. 또 기업은행 산업은행 같은 국책은행을 제외할 때 '하나+외환'과 신한 우리 국민은행이 대등하게 경쟁하는 '4강체제'가 비교적 이상적이다.
 
이제 남은 건 법리상의 문제다. 금융위가 복수의 법무법인에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과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에 대해 법률자문을 의뢰한 만큼 곧 결과가 나오겠지만 법조계의 대체적인 판단은 대법원의 파기환송에도 불구하고 대주주 적격성도, 인수 승인도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최고의 거장과 이류의 차이는 거장은 모든 일에서 결론을 내릴 때 확신을 갖고 단안을 내리는 반면 이류들은 조바심을 내면서 절제된 평정심으로 바다에 뛰어들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스스로 말했듯이 전임자들처럼 도망치지 말고, 회피하지도 말고 단안을 내려줄 것을 촉구한다. 그게 김석동 위원장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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