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찾은 손정의, 절박하고 통렬한 외침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 2011.03.25 06:25

지진 직후 활발한 구호활동…참혹상 보다못해 직접 행동 나서

"어제는 후쿠시마원전과 가까운 대피소를 방문했습니다. 각 현이 책임지고 원전에서 멀리 떨어진 공설주택에 주민을 1년간 머물게 해야 합니다."(23일)

"야채와 수돗물이 방사능에 오염될 위험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원전 피난민의 위험이 커지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것입니까. 가능한 빨리 먼 곳으로 대피시켜야 합니다."(24일)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3·11 대지진과 원전사고 피해지역까지 방문하며 트위터를 통해 정부에 성실하고 신속한 대책을 촉구했다. '1년간 공설주택으로 대피'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피난민들의 안전'을 조목조목 지적하는 그의 글에는 답답함과 절박함이 배어있다. 정부에 따가운 지적은 삼가는 일본 재계문화를 감안하면 그의 외침이 주는 울림은 크다는 지적이다.

자수성가로 일본 최고 갑부에 오른 손 회장이 지진과 관련해 트윗을 한 것은 지진 발생 당일인 11일. 그는 이날 "소프트뱅크 사용자에게 1주일간 문자사용을 무료로 해주겠다"고 밝혔다. 지진이 발생한 직후 친지의 안부를 확인하는 문자메시지 사용이 폭증해 요금 부담만이라도 덜어주자는 취지였다.

다음날에는 "피해지역에 비상식량으로 라면 1만5000개를 보내겠다"고 했고, 13일에는 "절전을 위해 네온광고를 자제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16일부터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성금을 모으기 시작했고, 피해현장의 자원봉사자들에게 2만대의 휴대폰을 무상으로 빌려줬다. '기업인'으로서 할 수 있는, 발빠른 지원이었다.

이 사이 후쿠시마원전 사고로 방사능이 유출돼 피폭자가 늘어났고 직접적인 지진 피해지역인 미야기현 해변에는 수백 구의 시채가 무방비 상태로 떠다녔다. 전력부족으로 화장장이 멈춰 수천 구의 시체가 썩어들어갔다. 매일 강도를 더해가는 참혹상을 보며 손 회장의 고민도 깊어졌다.

그는 19일 "미야기현 지사에게 아직도 수많은 시신이 수습되지 못했다는 끔찍한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고 20일 "나는 겁쟁이"라며 직접 피해지역 구호에 뛰어들지 못하는 스스로를 질책하기도 했다.


반면 일본정부는 더딘 대응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일본 자위대는 6기의 원자로 중 4기가 폭발하고 나머지 2기는 온도가 급상승하는 징후가 포착된 뒤에야 사고수습에 투입됐다. 원전 인근 20㎞ 이내 주민들에게만 대피령을 내린 것을 두고도 논란이 일었다.

결국 손 회장은 22일 직접 피해지역인 후쿠시마를 찾았다. 그가 본 현장은 전해들은 것보다 참혹했고, 세계 3위 경제국의 면모가 무색할 정도였다. 지역 관공서 창고에 구호품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데도 이재민들은 음식과 모포 부족으로 배고픔과 추위에 떨고 있었다. 약품이 없어 노인 사망자도 늘어갔다. 자동차 기름이 없어 외부 물자를 피난소에 보급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이웃 친지들이 모두 사망해 장례식조차 엄두를 못내는 사례도 나타났다.

손 회장은 이런 현장을 확인한 후 한 명의 시민 자격으로 입을 열기 시작했다. "재해복구에 전념해야 하기 때문에 지방선거를 1년간 연기해야 합니다." "후쿠시마원전에서 피난 온 아이에게 교과서가 배포되지 않는 이유는 바보 같은 법률 때문입니다."

그는 22일 후쿠시마 지자체 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피난민들의 일자리와 집단이주비용을 1년간 보증하겠다는 뜻도 전달했다. 애초 "정부와 지자체가 직접 나서야 할 일의 계기를 제공한 것뿐"이라고 한 손 회장의 노력에 정부도 뒤늦게 화답하고 있다.

일본정부는 도호쿠지역의 지방선거를 최대한(6개월) 연기하기로 결정했고, 손 회장이 고아문제를 지적한 다음날인 23일에는 사고지역의 고아현황을 파악하도록 지시했다. 그의 트위터 팔로워는 92만7000여명으로 대지진 이후 크게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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