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 폭로 자서전…어디까지 믿어야 하나

머니투데이 이슈팀 기자 | 2011.03.22 21:15

(종합) 신정아 자전 에세이, 실명 거론에 명예훼손 논란 일듯

신정아씨(39)의 자전적 에세이가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신씨는 정운찬 전 국무총리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언론사 기자 등을 실명으로 거론해 논란이 일고 있다.

◆자서전 기념회에서 '센세이션'

2007년 예일대 박사학위 위조,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의 스캔들 등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신씨가 이날 정오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자전에세이 '4001' 출판 기념회를 가졌다.

신 씨는 "이 책은 2007년 7월 16일 뉴욕에 도착한 날부터 최근까지 근 4년에 걸쳐 써왔던 일기를 일부 편집한 것"이라며 책을 낸 소회를 밝혔다.

변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의 관계를 비롯해 정운찬 전 총리, 노무현 전 대통령 등의 배후설 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자리에서 신 씨는 "이 책은 2007년 7월 16일 뉴욕에 도착한 날부터 최근까지 근 4년에 걸쳐 써왔던 일기를 일부 편집한 것"이라며 책을 낸 소회와 함께 변 전 청와대 정책실장, 예일대 박사학위 수여과정, 문화일보 '누드사진' 등과 관련된 속내를 털어놨다.

책 제목 '4001'은 1년6개월간 복역할 당시의 수인번호. 신 씨는 "올 4월이면 출감한 지 2년이 되지만 아직까지 '4001번'으로 사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오늘이 '4001번'과 헤어지는 날이라고 생각해 책 제목도 이렇게 붙였다"고 했다.

예일대 박사학위 수여에 대해 신 씨는 당연히 내 잘못이라고 시인하면서도 "내가 직접 위조를 하고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다. 이것이 내가 섭섭한 점"이라고 했다. 자신 역시 학위브로커에게 속아 진짜 박사학위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었다는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신 씨는 오는 5월 자신의 학위를 놓고 동국대와 예일대의 소송이 마무리된다며 학력 위조와 관련된 이야기는 재판이 마무리되면 더 많은 사실이 알려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당시 세간의 관심사였던 변 전 정책실장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다소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했다.

신 씨는 책에 이 부분을 실을 것인지 말 것인지 심사숙고 했다 면서도 이 내용을 감춘다는 건 이제 와서 너무 구차스럽다고 했다. 또 변 전 실장과 자신을 놓고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바람직하지 못한 인연, 아주 슬프게 흘러가버린 인연"이라며 "두 사람 모두에게 새 출발하는 데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당시 문화일보가 게재한 누드사진과 관련해 퍼진 '성로비'의혹에 대해서는 "나를 가장 힘들게 하고 수치스럽게 한 것 중 하나"라며 고통을 토로하기도 했다.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스캔들에다 학력 위조 사건 등으로 2007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신정아 씨(39)가 22일 정오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자전에세이 '4001'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간담회를 갖고 있다(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학사, 박사 모두 '대행자'가 있었다?

신씨가 책과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학위취득 과정을 해명했지만, 배후설에 대한 설명이 여전히 의심스럽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4001'에서 신 씨는 학위 위조와 관련 "나는 그때까지 내가 받은 예일대 박사학위에 대해 추호도 의심을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혼자 힘으로 논문을 써서 박사학위를 받은 것은 아니었지만 몇 년간 학비를 내고 리포트도 성실히 제출했으며, 논문자격시험(종합시험) 통과는 물론 논문디펜스(논문 내용에 대해 비판하고 방어하는 절차)까지 치렀다고 주장했다.

신 씨는 자신의 논문을 맡아주었던 린다 트레이시가 이 모든 일의 배후에 있다고 했다.

트레이시는 신 씨가 1997년 예일대 박사과정 입학허가서를 받을 때 도움을 줬을 뿐 아니라 2000년 예일대에 다시 지원 서류를 넣을 때부터 논문디펜스까지 모든 과정을 대신해줬다는 것이다. 신 씨는 1996년 9월 캔자스 주립대학교에 있을 때 자신의 친구 제임스 로리스가 트레이시를 소개해줬다고 했다.

신 씨에 따르면 로리스는 신 씨가 캔자스 대학교에 다니던 시절 그의 학점이수를 대신해주고, 졸업장도 대신 받아준 인물이다.

그는 로리스에 대해 "수학 수업을 듣다가 만난 친구로, 처음에는 한두 번 내 숙제를 도와주던 것이 나중에는 아예 '신정아'가 되어 학점 이수를 도맡아 해줬다"고 서술했다. 또 마지막 두어 학기 동안 제임스가 대리출석에다 공부를 대신해준 보담으로 상당한 돈을 지불했다고 밝혔다.

또 "대강당에서 수백 명이 듣는 일반 강의들은 제임스가 나눠서 학점을 받아줬지만 소규모로 진행되는 미술학과 실기수업들은 내가 직접 학점을 이수했다"며 "어디서부터 일이 잘못된 건지 지금도 알 수가 없다"고 했다.


캔자스 대학교 학사 학위와 예일 대학교 박사 학위가 가짜로 밝혀진 것에 대한 변명이 놀랍도록 일치하는 것이다. 졸업장을 받은 것에 양심의 가책이 없다면 거짓말이지만 자신도 많은 시간을 들여 공부를 직접 했기 때문에 괜찮다고 생각했다는 해명 역시 동일하다.

신 씨는 책을 통해 큐레이터 생활 당시 한 일간지 기자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신정아 "밤마다 불러낸 정운찬, 도덕관념 제로"

신씨는 정운찬 전 총리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정 전 총리는 나를 밤마다 불러낸, 도덕관념 제로인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책에 따르면 신씨가 정 전 총리를 만난 것은 2005년 초 여름, 당시 서울대 총장이던 정 전 총리가 서울대 미술관 개관을 앞두고였다. 신씨는 '갤러리 인' 양인 사장 소개로 정 총장을 만났다. 이날 이후 전 총리는 신씨에게 수시로 연락했다는 게 신씨의 주장이다.

신씨는 "정 전 총리는 나를 단순히 일 때문에 만난 게 아니라 일을 핑계로 날 만나려 했다"며 "그는 늘 밤 10시가 다 된 시간에 나를 불렀다"고 밝혔다. 이어 "내가 보기엔 겉으로만 고상할 뿐 도덕관념은 제로였다"고 덧붙였다.

또 "계속 거절하는 게 죄송해 낮에 만나자 해도 바쁘다며 밤늦게 술자리로 불렀다"며 "주로 팔레스호텔의 바에서 만났는데, 안주 겸 식사를 시켜놓고 자문하는 동안 슬쩍 내 어깨나 팔을 건드렸다"고 밝혔다. 책에 따르면 신씨는 화장실에 간다며 자리를 빠져나오려 했지만 정 전 총리가 핸드백을 잡으며 못가게 했다고.

신씨는 "정 전 총리와 사적으로 공적으로 더 얽히는 게 싫어, 서울대 교수직과 미술관장 제의도 거절했다"며 "그런 만남은 똥아저씨만으로도 충분했다"고 전했다.

한편 2007년 신정아 사건 논란 당시 정 전 총리는 "서울대 채용 시스템을 아는 사람이라면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신정아를 만나본 일은 있지만 서울대 교수직과 미술관장직을 제의한 적은 없다"고 해명한 바 있다.

◆노무현·김우중 칭찬세례, 신정아 어디까지 진실?

신씨의 자전에세이를 두고 "어디까지 믿어야 하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가장 큰 논란은 신씨 자신에 대한 묘사나 설명이 '칭찬일색'이라는 것이다.

신씨는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어린 친구가 묘하게 사람을 끄는 데가 있다"며 "말을 참 잘한다"라고 칭찬했다 밝혔다. 또 "더 큰 일을 위해 세상에 나서보지 않겠냐"고 권했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이후에도 노 전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나 기자회견 할 때마다 자신의 의견을 물었다며, 말하는 것이 또박또박하다며 대변인을 해 봐도 좋을 것 같다고 했다고 한다.

또 2000년 프랑스 휴가 중 만난 김우중 회장과의 일화도 다뤘다. 이 책에서 "김 회장은 나의 매력을 세상을 움직이는 데 활용하라고 했다"며 "듣기 좋으라고 하는 소리가 아니라 똑똑하고 당찬 매력이 숨어있는 아가씨라더라"고 전했다. 당시 신씨는 "당황스러워 그저 '땡큐(Thank you)'라며 넘긴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스캔들에다 학력 위조 사건 등으로 2007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신정아 씨(39)가 22일 정오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자전에세이 '4001'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간담회를 갖고 있다(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노무현 소개해준 '외할머니' 대체 누구?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관계에 자신의 외조모가 깊은 연관이 됐다는 내용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신 씨는 노 전 대통령과의 인연에 대해 "외할머니로부터 나를 눈여겨봐달라는 말씀을 들은 노 대통령이 갑자기 나를 보자고 하셨다"고 했다. 자신의 외조모가 노 전 대통령에게 세상사람들이 모르는 똘똘한 손녀딸이 있으니 한번 지켜봐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신 씨의 책에 따르면 그의 외조모는 재야운동을 했던 외조부와 결혼하지 않은 채 신 씨의 어머니를 낳았다. 어머니가 먼 친척댁에 맡겨지는 바람에 한동안 외갓집과의 왕래가 끊겼다 성인이 되서 외조모와 관계를 회복했다고 했다.

하지만 자신의 외조모가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노 전 대통령과 인연이 있는지는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보물이 와르르' 서울 한복판서 감탄…400살 건물 뜯어보니[르포]
  2. 2 '공황 탓 뺑소니' 김호중…두달전 "야한 생각으로 공황장애 극복"
  3. 3 김호중 팬클럽 기부금 거절당했다…"곤혹스러워, 50만원 반환"
  4. 4 "술집 갔지만 술 안 마셨다"는 김호중… 김상혁·권상우·지나 '재조명'
  5. 5 생활고 호소하던 김호중… 트롯 전향 4년만 '3억대 벤틀리' 뺑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