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제네릭(복제약) 영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국내 제약사들이 다국적제약사의 의약품 판매대행을 늘리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상품매출은 자체 생산제품에 비해 이익률이 낮아 제약사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15일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연매출 2000억원 이상 15개 상장사의 상품매출 규모는 1조5949억원으로 전년도 1조3884억원에 비해 14.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매출에서 상품매출이 차지하는 비율도 2009년 23.4%에서 지난해 25.6%로 2.2%포인트 증가했다.
매출 중 상품매출비율이 가장 높은 제약사는 제일약품으로 지난해 상품매출 비중은 53.6%였다. 이는 전년도 상품매출비율 52.2%보다 1.4%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제일약품은 화이자와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완제품을 주로 가져다 팔고 있다. 때문에 제일약품의 영업이익률은 상위 제약사보다 낮은 편이다. 제일약품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411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은 9.5%였다. 매출 상위 15개 제약사들은 평균 영업이익률은 11.6% 수준이다.
유한양행의 지난해 상품매출비율은 45.9%로 전년도 41.5%보다 4.4%포인트 증가했다. 정부의 리베이트 규제가 강화된 이후 유한양행은 제네릭을 통한 성장보다는 다국적제약사와의 공동판매를 강화해 왔다. 지난해 초 UCB와 공동판매 계약을 체결하고 공동판매로 약 32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는 유한양행 상품매출의 비중이 더 높아질 전망이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말 베링거잉겔하임과 고혈압복합제 '트윈스타'를 발매해 지난해 약 4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트윈스타는 원외처방액 증가 추이를 살펴볼 때 올해 350억원 정도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올해 3분기 길리어드사의 에이즈치료제 트루바다와 B형간염치료제 비리어드를 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제일약품과 유한양행 이외에 상품매출비율이 높은 제약사는 한독약품(상품매출비율 36.9%), 녹십자(34.8%), 보령제약(33.2%) 등이 있다.
상품매출이 증가추세에 있는 것은 국내 제약사들의 장기 성장성에는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김나연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도입의약품은 자체개발 의약품보다 마진율이 낮기 때문에 외형성장은 가능하겠지만 지속적인 수익성 개선에는 부담이 될 것"이라며 "성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M&A(인수·합병)나 신약 개발 등 새로운 동력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유한양행의 경우 상품매출 확대 전략이 긍정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정보라 대신증권 연구원은 "유한양행이 기존 영업조직을 활용해 영업을 하기 때문에 고정비용이 크게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라며 "오리지널의약품을 주로 도입하고 있어 영업이익 훼손없이 매출 성장이 가능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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