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리카 김·한상률 잇단 귀국..사전조율 있었을까

머니투데이 진상현 기자 | 2011.02.28 09:50

기획입국설 제기..귀국 배경에 청와대도 촉각

2007년 대선 당시 뜨거운 감자였던 이른바 'BBK 사건'으로 유죄가 확정된 김경준씨의 누나 에리카 김씨가 귀국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BBK 사건'은 횡령 혐의로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른 김경준씨가 자신이 운영하던 BBK투자자문의 실소유주를 이명박 당시 후보라고 밝혀 대선 정국을 뒤흔든 사건이다.

‘그림 로비’ 등 여권 핵심부와 관련된 의혹의 중심에 있는 한상률 전 국세청장에 이어 에리카 김까지 귀국하면서 여권과의 조율을 거친 기획입국설이 제기되고 있다.

에리카 김이 이 대통령과의 개인적인 악연이 있는 만큼 청와대도 촉각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기획 입국이 아닌 에리카 김 '개인 판단'에 따른 귀국일 경우에는 새로운 의혹제기나 '폭탄 발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8일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이동열)는 김경준씨의 공범으로 기소중지한 에리카 김씨가 지난 25일 귀국함에 따라 26일과 27일 그를 소환해 조사했다.

에리카 김씨는 동생 김씨가 2000년 옵셔널벤처스코리아 대표로 재직하는 동안 회삿돈 319억원을 빼돌리는 과정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동생 김씨가 국내로 송환돼 검찰 조사를 받을 당시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머무르면서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에리카 김씨를 조만간 다시 불러 보완 조사할 예정"이라며 "김씨가 조사에 계속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앞서 김경준씨는 2001년 7∼10월 외국계 페이퍼컴퍼니를 세운 뒤 외국자본이 옵셔널벤처스의 유상증자에 참여할 것처럼 허위공시해 주가를 조작하고 이렇게 모은 회사 자금 319억 원을 BBK투자자문 투자자들에 대한 투자금 반환 등의 명목으로 빼돌린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그의 공소장에는 2007년 11월 "BBK의 실제 주인은 이명박 후보"라는 내용의 이면계약서를 위조해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도 포함됐다.


대법원은 2009년 5월 김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8년 및 벌금 100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에리카 김의 귀국을 두고 정권이 힘이 남아 있을 때 민감한 의혹들을 정리하고 가기 기획입국설도 제기된다. 때마침 △그림 로비 △직권남용 △연임 로비 △이 대통령의 차명소유 의혹이 제기됐던 '도곡동 땅' 논란 등 각종 의혹의 핵심이 되고 있는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하루 앞선 24일 입국한 것도 '기획설'에 힘을 싣는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힘 있을 때 털고 가려는 정권마무리 작업"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그의 귀국이 미국에서 BBK와 다른 사건으로 기소돼 선고받은 보호관찰 기간 3년이 만료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에리카 김이 보호관찰이 끝나면 귀국하겠다는 뜻을 전했었다"고 밝혔다.

검찰 측 설명대로 기획 입국이 아닌 에리카 김의 자진 판단에 따른 귀국일 경우에는 청와대를 비롯한 정치권에 더 강력한 '뇌관'이 될 수 있다. 에리카 김이 새로운 의혹 제기 등으로 정권과의 '딜'을 시도하거나 조율되지 않은 '폭탄성 발언'이 튀어나올 가능성도 그만큼 더 커지기 때문이다.

에리카 김은 1974년 10살 때 가족과 함께 도미한 이민 1.5세대로, 캘리포니아대(UCLA) 로스쿨 출신의 미국 변호사다. 27살 때부터 변호사를 시작해 2003년 로스앤젤레스 한인상공회의소 회장을 하는 등 미국 동포사회에서 변호사로 명성을 날렸다. 김씨와 이 대통령과의 개인적인 인연은 1994년 당시 국회의원이던 이 대통령이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한인교회를 방문했을 때 시작했다. 이 대통령은 이듬해 서울 힐튼호텔에서 열린 김씨의 자전적 에세이 '는 언제나 한국인'출판기념회에 참석, 김씨, 김씨 부모 등과 함께 케이크를 함께 자를 정도로 두터운 친분 관계를 유지했다.

2000년 선거법 위반으로 낙마한 이 대통령에게 동생 김경준씨를 소개한 사람도 애리카 김이었다. 당시 금융 사업을 통해 재기를 꿈꾸던 이 대통령은 모건스탠리 등 세계적 투자은행에서 파생상품 거래로 명성을 쌓고 있던 김경준씨와 의기투합, LKe뱅크를 설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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