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 해외 신시장 개척이 살 길"

머니투데이 정영일 기자 | 2011.02.25 07:02

[한국의 IB를 이끄는 사람들..릴레이 인터뷰④]방영민 삼성증권 IB사업본부장

편집자주 | 투자은행(IB) 업계에 또 한 번의 '빅뱅'이 예고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대형IB를 육성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밝히면서 업계에서도 글로벌IB로 성장해 나가기 위한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국내 IB의 글로벌화를 이끌 주요 증권사 IB 총 책임자들을 만나 이들의 철학과 국내 증시 IB의 현주소를 들어본다.

삼성증권 IB사업본부가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증권 IB사업본부는 전통적으로 인수합병(M&A)에 강하다. 지난해 쌍용차 매각 당시 인수자문을 맡은 세계적 투자은행 로스차일드를 도왔던 것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M&A는 한번 성공하면 '대박'을 내지만 성공확률이 낮다. 딜(Deal) 자체도 많지 않다. 유독 지난해엔 더 그랬다.
지난해 가장 큰 딜이었던 삼성생명 기업공개(IPO)에 계열사라는 이유로 참여하지 못한 것도 뼈아팠다.

방영민 삼성증권 IB사업본부장(사진)을 지난 22일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증권 사옥에서 만났다. 방 본부장의 첫 인상은 선한 선비 같았다. 그러나 "올해는 제대로 된 IB인프라(기반)을 갖추겠다"는 말로 시작된 인터뷰 중간중간에 강한 의지가 묻어났다. '와신상담(臥薪嘗膽)'이라는 사자성어가 떠올랐다.

방본부장은 우선 DCM(채권발행시장) 사업을 대폭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IB사업의 기본이라 불리는 DCM 사업을 통해 보다 '끈끈한' 기업고객 관리를 시도하겠다는 것이다. 해외에 강하다는 장점을 최대한 살려 글로벌 본드를 전담하는 팀도 별도로 둘 생각이다.

방본부장은 "발행회사와 채권투자자를 관리할 수 있도록 팀장을 포함해 3~4명 정로로 전담팀을 만들 것"이라며 "가능한 빠른 시간 내에 DCM 사업의 조직 강화를 마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에 있는 기업을 M&A하는 크로스보더(cross-boder) 딜에도 주력할 계획이다. 특히 올해는 로스차일드 외에도 미국과 일본의 투자은행들과 제휴를 추진한다. 삼성증권은 2007년 유럽계 투자은행 로스차일드와 제휴를 맺은 바 있다.

국내 IB사업의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해외에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보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쌍용차 매각 당시 로스차일드와의 맺어놨던 제휴가 제대로 힘을 발휘했다. NHN이 일본에서 라이브도어를 인수할 때도 삼성증권이 자문을 했다.

방영민 본부장은 "크로스보더 딜은 다른 회사가 쉽게 하기 힘든 영역으로 경쟁도 치열하지 않아 크로스보더 딜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며 "올해 에너지 확보 차원에서 해외유전이나 광산에 대한 M&A 등이 많을 것으로 보여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에 강했던 사업들은 한 번 더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블록딜이 그렇다. 지난해 예금보험공사의 우리금융지주 블록딜 1조1608억원 가운데 3076억원을 주관했고, 5700억원 규모의 삼성카드 계열사 지분정리 작업도 담당했다.

'국내 최강'이라고 평가받는 삼성증권 법인영업부가 있기 때문이다. 장 종료 후 짧은 시간에 모든 물량을 소화해야하는 블록딜에 든든한 후원군이다. 웬만한 물량은 국내와 해외에서 동시에 판매하는 것도 가능하다.

방 본부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시장이 좋아 기업들의 블록딜 물량이 많이 나올 것"이라며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IBK기업은행 지분도 큰 이슈가 없는 만큼 정부가 결심만 하면 블록딜을 주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삼성증권 IB사업본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또 하나의 과제는 해외기업 상장이다. 해외 현지법인의 경쟁력이 충분한 만큼 올해 뚜렷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방 전무는 내다봤다. IPO가 가시화되고 있는 중국기업도 있다고 방 전무는 밝혔다.

그는 "중국기업들 가운데 몇 개의 상장이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고 최근에는 미국 한상기업들도 왔다갔다"며 "올해 삼성증권이 IPO시키는 1호 해외기업이 나오는 것을 비롯해 2~3개 정도 해외기업이 IPO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업계 화두인 IB 대형화·글로벌화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방 본부장은 "이미 기업들의 해외진출이 활발해지고 해외에서의 IB수요도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며 "IB들이 먼저 나가서 기업을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오히려 뒤쳐져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만고만한 회사들이 인수업무를 하겠다고 하니 시장질서가 형성이 안되고 글로벌화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며 "대형회사가 출현하기 위해서는 촉매제가 필요하다. 그 역할을 정책 당국이 해야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올해 IB사업부의 목표를 물었다. 방 본부장은 "숫자가 의미가 있는 해는 아니다"며 "삼성증권 IB사업본부가 거듭나는 한해가 돼야 한다"고 답했다. 당장 수익을 내는 것에 목 맬 필요가 없고, 올해 닦아놓은 기반을 바탕으로 내년 이후를 노린다는 계획이다.

방 본부장은 "올 해는 삼성증권이 리테일 시장에서 하고 있는 것처럼 IB 시장에서도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달성할 수 있도록 준비해 나가는 한해가 될 것"이라며 "삼성증권의 차별화된 솔루션을 바탕으로 다른 증권사들이 제공하지 못하는 콘텐츠가 있는 영업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방영민 삼성증권 IB사업본부장
-1959년 서울생
-중앙대사범대부속고등학교, 서울대학교 법학과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행정학 석사
-미국밴더빌트대학교대학원 경제학 석사
-행시 25회, 재정경제원 이재국 증권보험국 예산실 등 근무
-대통령비서실 경제비서실 행정관 등
-삼성증권 경영전략담당 상무, 법인사업본부장 등
-현 삼성증권 IB사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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