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까지···' MB 궁지에 모는 '측근'들

머니투데이 진상현 변휘 기자 | 2011.02.22 14:24

장수만 등 최측근 비리 잇따라 국정 운영 '발목'

↑원세훈 국정원장.
"산을 오르는 것이 아니라 평지 릴레이라고 생각한다. 남은 2년도 몇 년처럼 일하겠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0일 취임 3주년을 맞아 출입기자들과 함께 한 오찬 자리에서 한 말이다. '레임덕(권력누수)' 걱정 하지 않고 국정에 전념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돌아가는 사정은 영 여의치가 않다. 최측근으로 불리는 인사들이 잇따라 비리나 미숙한 일처리 등으로 '구설'에 오르면서 국정 운영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원세훈 국정원장이 '사고'를 쳤다. 원 원장은 지난 16일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이 머물고 있던 롯데호텔 객실에 침입한 괴한들이 국정원 요원들로 알려지면서 사임 압력을 받고 있다. 대통령이 극진히 대접한 특사단의 객실을 정보기관이 뒤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외교 문제로 비화될 우려까지 나온다.

원 원장은 이 대통령의 서울시장 임기 4년 동안 경영기획실장, 행정1부시장 등 요직을 지내며 대통령의 '복심(腹心)'중 복심으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절대적 신임을 바탕으로 현 정부 출범과 함께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발탁된 데 이어 국정원장에까지 임명됐다. 서울시 행정부시장 시절 대중교통개편 등에서 보여준 조직 장악력과 문제해결 능력을 인정받아 국정원장에 임명됐다.

이에 앞서 지난 16일에는 이 대통령의 다른 측근인 장수만 방위사업청장이 건설현장 식당(함바) 운영권 비리와 관련해 사의를 표명했다. 검찰 소환을 눈앞에 둔 시점이었다. 장 청장은 함바 운영권 브로커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경제관료 출신인 장 청장은 2007년 대선 때부터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과 함께 '7·4·7 공약'으로 대표되는 'MB'노믹스를 설계한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 인사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조달청장을 거쳐 국방부 차관, 방위사업청장 등 요직에 잇따라 기용됐다.


이 밖에 함바집 비리와 관련, 배건기 청와대 감찰팀장이 지난 1월 사직했고, 최영 강원랜드 사장도 지난 16일 구속됐다. 배 팀장은 이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 경찰 파견으로 인연을 맺은 이후 대선 때 경호 업무를 맡았고 청와대 내부감찰을 맡았던 그림자 측근이다. 최 사장은 이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 시울시청 산업국 국장, 경영기획실 실장 등을 지냈다.

이 대통령의 친구로 최고 실세 중 한 명으로 꼽혔던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도 지난해 12월 임천공업 이수우 대표한테서 47억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됐다.

대통령 측근들의 잇따른 비리나 구설수에 청와대는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이 대통령이 남은 임기 국정에 전념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지만 현실은 딴판으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비판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국정원장 출신인 신 건 민주당 의원은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 침입사건과 관련, "코디미 영화에 속할 정도로 터무니없고 유치한 실수"라고 비판했고,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정원장의 사임을 공식 촉구했다.

여권 인사들도 비판에 가담했다. 심재철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원내대책회의에서 "우리나라 정보기관이 산업스파이를 하다가 적발됐는데, 뭐라고 할 말이 없다"며 "황당하다"고 국정원의 행태를 문제 삼았다. 홍준표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글을 올려 "국정원장은 이제 좀 물러났으면 하네요. 우리나라 정보기관의 수준이 참 부끄럽네요"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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