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의 무리한 백스톱 요구…IB의 고민

더벨 이재영 기자 | 2011.02.22 11:25

KPS 지분 15% 2800억 규모…거래 리스크 확대

더벨|이 기사는 02월21일(10:55)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한전KPS 지분 대량매매(블록세일)와 관련 대주주인 한국전력공사의 무리한 백스톱(back-stop) 요구로 인해 국내외 증권사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실적 압박에 시달리는 증권사들은 무리한 계약인줄 알면서도 자본시장에서 차지하는 한전의 위상을 감안해 울며 겨자먹기로 참여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시장 상황을 감안하지 않는 한전의 태도가 오히려 거래의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한전의 KPS 지분 블록세일 주관사 입찰을 하루 남기고 국내외 IB들은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한전이 주관사 참여의 선제 조건으로 백스톱 계약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백스톱은 일종의 잔액인수 계약이다. 블록세일 후 매각하지 못한 주식을 주관사가 인수해야 해 그만큼 부담이 늘어난다. 일반적으로 블록세일은 단순 주선 방식으로 진행되지만 주관사 경쟁이 치열해지며 지난해부터 백스톱을 체결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시장 상황을 고려했을 때 한전의 요구는 다소 무리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한전KPS 지분은 마케팅이 쉽지 않을 것으로 평가된다. 실적 리스크가 현실화되며 주가가 최근 3개월간 30%이상 급락한데다 단기간에 주가를 끌어 올릴 마땅한 호재도 없다.

아울러 한전KPS의 현재 주가수익비율(PER)은 20배로 이미 코스피 평균보다 50%이상 높다. 지난해 예상 순이익은 1108억원, 올해 예상 순이익은 1190억원으로 성장세도 정체 국면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시장상황에선 한전KPS를 한전이 원하는 가격대에 매각할 IB는 거의 없다"며 "백스톱 계약을 맺고 블록딜에 나설 경우 적지 않은 물량을 떠안을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한전이 보유 중인 KPS 지분 15%의 전체 가치는 현 시가 기준 2800억원이다. 아직 매각 규모가 정해지진 않았지만 만약 마케팅 실패로 주관사가 떠안게 된다면 영업에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한전의 눈높이가 높다는 점도 부담이다. KPS 주가는 지난해 원자력발전 이슈를 타고 7만원대 초반까지 올랐다. 이 때 한전이 원하는 적정 매각가도 5만원 중반~6만원 중반 선으로 따라 올랐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때문에 현 수준보다 주가가 최소한 25% 이상 올라야 한전과의 원활한 매각 시점·가격 결정이 가능해질 거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전의 백스톱으로 인해 손해를 본 우리투자증권의 사례 역시 IB들을 심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지난해 블록세일을 주관했던 우리투자증권은 백스톱으로 인수한 지분 5%(225만주)의 가치가 1500억원에서 970억원으로 떨어져 30% 이상 평가 손실을 낸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미리 발을 빼는 IB도 나오고 있다. 크레디트스위스증권, JP모간증권 등 일부 외국계 IB는 KPS지분 백스톱 계약의 리스크가 지나치다고 판단, 최근 입찰을 포기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 관계자는 "3년 간 지분을 매각하지 못한 한전의 입장도 이해는 하지만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것 같다"며 "할인율을 높게 부를 수도 없는 상황에서 마케팅 실패의 책임을 모두 주관사가 부담하는 계약은 리스크가 너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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