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물가 과연 잡을까

머니투데이 정희경 부국장 겸 산업부장 | 2011.02.15 06:34
"정부가 특단의 대책이라도 내놓아야 하는 게 아닌가." 소비자물가가 요동을 치면서 이런 목소리가 부쩍 커지고 있다. 폭설과 혹한, 구제역 파동에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까지 정부의 통제범위를 벗어나는 요인들이 물가를 적잖게 끌어 올리고 있으나 서민들이 당장 하소연할 곳은 '당국' 외에는 찾기 어려운 탓이다.

대통령을 비롯해 관련 부처 장관들은 물가 잡기에 '올인' 태세다. 기름값이나 통신 요금의 원가를 들먹이고, 기업인들을 불러 모아 '자율적인 협력'을 압박하고 있는데, 이는 물가 움직임이 그만큼 심상치 않다는 방증이다. 물가 당국의 절박함은 이해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실질적인 효과가 없는 '쇼'만 한다면 자칫 부작용만 낳을 수 있다.

우선 기름값을 둘러싼 진실 공방도 이런 우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정유회사들이 과도한 마진을 챙기고 있다는 주장은 지난 97년 정부 가격 고시제가 폐지된 이후 국제 유가가 오를 때마다 제기돼 왔다. 이 논란은 정유사들에 대략적인 원가구조를 드러내도록 만든 '성과'도 올렸다. 하지만 당국은 불공정행위나 구조적인 폭리를 밝혀내지는 못한 채 최종 가격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세금을 낮추는 압박을 거꾸로 받곤 했다.

시장이 개방되고 당국의 감시망이 촘촘한 상태에서 민간 기업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이익을 챙기기는 어렵다. 이 때 정유사의 '욕심'을 더욱 억제하려면 당국이 수시로 기업 장부를 조사하는 대신 경쟁 분위기를 제고하는 게 효과적이다.

한국석유공사가 유가정보사이트(오피넷)를 운영하고, 주유소 가격표시판에 대해 정부 고시까지 둔 게 일례다. 현재 오피넷(www.opinet.co.kr)에는 휘발유와 경유 등 유종별로 정유사, 대리점, 주요소별 가격이 업데이트 되고 있어 어느 지역의 어느 주유소 가격이 가장 싼 지 곧바로 확인할 수 있다.

주유소 가격표시판의 경우 판매 물량이 많은 유종 순서대로 가격을 알리되, 표시판은 차량이 진입하는 입구에서 5m까지의 공간에 진행 방향을 바라보고 설치하도록 매우 구체적으로 규정돼 있다. 소비자들이 가격 우선으로 주유소를 찾고, 경쟁당국이 담합 여부를 꼼꼼하게 감시한다면 기름값 논쟁을 반복하는 것 이상의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다음으로 공정거래위원회가 물가 잡기에 가세하는 것 역시 신중함이 요구된다. 국내 유일의 경쟁당국인 공정위는 최근 물가와 관련해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나 물가안정을 설립목적으로 하는 한국은행에 버금가는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재계는 공정위의 '위상'이나 김동수 위원장의 '의지'가 이전과 비교된다는 점을 들어 공정위의 행보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공정위는 '칼'을 쥐고 있어 특정 품목의 가격 등을 언급하면 해당 분야에서 불공정행위 등이 파악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만일 혐의 확인 없이 '구두 엄포'만 한 것이라면 관련 기업 신뢰는 물론 '칼'의 무게도 떨어뜨릴 수 있다.

공정위가 물가 안정에 기여할 수 있어도 제1의 과제가 물가 잡기는 아닐 것이다. 김 위원장은 홈 페이지에 게시한 인사말에서 "모든 기업이 자신의 장점과 능력으로 공정한 경쟁에 참여할 수 있고, 소비자는 경쟁촉진의 결과 원하는 양질의 상품을 적정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공정위가 추구하는 이상"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정부는 물가가 이 수준이 될 때까지 정책의 실기나 실패를 하지 않았는지 먼저 되돌아 보았는지 궁금하다. 이런 성찰은 정부의 '뒤늦은' 노력이 진정성을 얻어 물가 대책이 효과를 내는데 필요한 요소라고 본다. 기업들의 '고통분담'도 그 때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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