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공업 벗고 기성복 이어 맞춤복 투자 전성시대

머니투데이 임상연 기자 | 2011.02.15 08:32

[한국 증시는 지금 '랩 혁명']1-①랩 어카운트, 맞춤형 서비스로 증시 패러다임 변화

편집자주 | 일임형 맞춤 자산관리서비스인 랩어카운트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금융시장의 판도가 급변하고 있다. 기존 직접투자와 간접투자(펀드)로 양분된 투자 패러다임은 금융전문가를 통한 일임투자로 바뀌고 있고, 이에 따라 증시향방은 물론 업계 판도까지 달라지고 있다. 이 같은 랩어카운트發 금융시장 변화에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랩어카운트로 개인 자산관리서비스가 활성화될 것이란 기대가 있는 반면 단기실적과 자금쏠림 등 미성숙한 시장상황으로 인한 피해도 우려된다. 이에 머니투데이는 국내와 해외 취재를 통해 국내 랩어카운트 시장 현황과 파급효과, 문제점, 발전방향 등을 짚어보는 장을 마련했다.

김규생(39)씨는 지난해 5월 금융위기로 속 썩이던 펀드가 3년여 만에 원금을 회복하자 자문형랩으로 갈아탔다.

최근엔 원금은 물론 수익까지 모두 자문형랩에 재투자한 상태다. "실시간으로 수익률은 물론 어떻게 운용되는지 까지 훤히 볼 수 있어 믿음이 가더군요."

일대일 맞춤형 자산관리서비스인 일임형 랩어카운트(Wrap account) 시장이 자문형랩 바람을 타고 본격적인 성장기에 접어들었다. 증권사가 투자자문사의 자문을 받아 고객 돈을 운용하는 자문형랩은 최근 1년간 6조원이 넘는 시중자금을 끌어 모으며 랩어카운트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랩어카운트, 자문형랩으로 꽃 피다

랩어카운트가 국내에 처음 도입된 것은 지난 2003년 10월. 당시 주식랩, 펀드랩 등이 다양한 상품이 잇따라 출시됐지만 주식 직접투자와 펀드 그늘에 가려 제대로 빛을 보지 못했다.

실제 랩어카운트 시장규모는 2005년말 5조원, 2007년말 10조원을 넘어섰지만 이후 성장이 정체되면서 2008년말 11조원에 그쳤다. 이마저도 실질적인 자산운용보다는 머니마켓랩(MMW), CMA형랩 등 주식 직접투자나 펀드 투자 대기자금이 거의 전부였다. 같은 기간 펀드 시장이 200조원 이상 폭발적으로 성장한 것을 감안하면 거의 정체 수준과 다름없다.

제자리걸음하던 랩어카운트가 본격적으로 시장의 관심을 끈 것은 2009년 자문형랩이 출시되면서부터다. 당시 삼성증권, 우리투자증권 등 대형증권사들은 금융위기로 주요 수익원인 펀드가 급격히 침체되자 대안으로 자문형랩을 공격적으로 선보였다.

일부 대형주에 집중 투자하는 자문형랩이 증시 회복기와 맞물려 잇따라 단기 고수익을 올리자 시중자금은 빠르게 몰려들었다. 금융투자협회 및 증권업계에 따르면 2009년말 1조원이 채 안됐던 자문형랩은 작년말 5조2411억원으로 5배 이상 성장했고, 올 들어 1월말 현재 7조5000원으로 불과 한 달 사이 43% 가량 급성장했다.

자문형랩의 인기 덕에 랩어카운트 시장규모는 2009년 이후 2년 만에 11조원에서 35조원(2010년말 기준)으로 급팽창했다. 또 고객 수는 46만8477명에서 69만7951명으로, 계좌 수는 51만9208개에서 78만1080개로 각각 40%, 50% 급증했다.


◇"7조가 1000조 주무른다"

자문형랩의 급성장은 증시 판도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외국인과 기관이 주도하던 증시가 자문형랩으로 기관화된 개미들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 랩어카운트는 펀드와 달리 증권사와 고객간 일대일 계약에 의해 운용되기 때문에 주문도 투자자 개인의 명의로 이뤄진다.

실례로 지난 1월14일 코스피는 장중 외국인들의 매도세로 14포인트 가량 하락했지만 개인들이 자문형랩을 통해 이를 받아내면서 상승 반전해 2100선을 돌파했다. 인플레 우려 등으로 외국인이 대거 주식을 내다팔고 있는 최근에도 자문형랩에는 꾸준히 자금이 유입되면서 추가하락을 방어하고 있다.


이승우 대우증권 연구원은 "지난 1월 증시가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도에도 불구하고 2100선을 넘어서며 역사적 최고치를 기록한 것은 자문형랩 영향이 크다"고 밝혔다.

김주형 동양종금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과거 개인은 코스피보다는 코스닥 중심으로, 대형주보다는 중소형주 위주로 투자하면서 증시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지만, 대형주 위주로 빠른 순환매와 압축투자하는 자문형랩으로 인해 증시 영향력이 커졌다"고 말했다. 자문형 랩이 주로 투자한 코스피200 종목들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높아 시장흐름을 주도하고 있다는 얘기다.

박건영 브레인투자자문 대표는 "보다 유연하고 안정적인 자문형 랩 운영을 통해 개인도 시장의 주도 세력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투자 패러다임 변화...쏠림 부작용도

자문형랩이 각광받는 것은 단순히 단기 고수익 기대감 때문만은 아니다. 고수익을 추구하는 주식 직접투자와 투자전문가를 통한 안정적인 수익 추구라는 펀드의 장점이 결합된 결과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랩어카운트는 불특정 다수의 자금을 모아 투자하는 펀드와 달리 증권사와 고객간 일대일 계약에 의해 개별적으로 운용되는 것이 특징이다. 이에 따라 실시간으로 수익률과 운용내역 조회가 가능한 것은 물론 경우에 따라선 투자자가 운용지시까지 내릴 수 있는 등 고객의 수요를 최대한 반영해 운용된다.

채승훈 금투협 팀장은 "자문형랩 등 랩어카운트로의 시중자금 이동은 트렌드 변화라고 봐야 한다"며 "가내수공업(주식 직접투자)이 기성복(펀드)으로 발전하고, 나아가 맞춤복(랩어카운트)으로 이어진 것처럼 시장의 수요에 따라 랩어카운트가 부각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랩어카운트가 자문형랩 위주로 단기 급성장하는 현상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지나친 자금 쏠림으로 적지 않은 비용을 치러야 했던 펀드시장의 전철을 밝을 수도 있다는 우려다.

이미 이 같은 징조는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자문형랩 업계 2위인 한국창의투자자문은 최근 증시 하락으로 수익률이 부진해지자 투자자들에게 '사과 e 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이기헌 하이투자증권 상무는 "랩어카운트가 개인 맞춤 자산관리서비스로 제대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업계는 물론 투자자들도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보다 더 신경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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