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머징 '엑소더스' 어디까지…亞 증시 직격탄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 2011.02.12 15:57

인플레 따른 긴축 우려 촉발…'단기 악재 끝날 것' 전망도

이머징 마켓은 내리고 선진국은 오르는 전 세계 증시 비동조화가 지속되고 있다.

중국 금리인상으로 불거진 신흥국 인플레이션 우려에 이집트 사태 불안감이 더해지며 아시아 증시로부터의 이탈 조짐은 이번 주에도 이어졌다. 펀드 조사업체 EPFR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지난주(~9일) 이머징 마켓에서 30억 달러를 환매했다. 3년 내 가장 컸던 환매규모인 전주의 70억2000만 달러보단 줄었으나 유출 흐름은 여전했다.

◇中 금리인상 후폭풍에 亞 증시 급락…홍콩 4.5%↓ = 펀드 자금 이탈에 아시아 중요 증시는 직격탄을 입었다. MSCI 아시아태평양지수는 이번 주 2.56% 하락하며 지난해 8월 이후 가장 큰 하락세를 기록했다.

홍콩 증시 항셍지수 추이(2011.1~)

중국 당국이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추가 통화 긴축을 단행할 것이란 우려에 에너지 주 약세가 눈에 띄었다. 이번 주 4.52% 하락한 홍콩 증시 항셍지수에서는 중국석유(페트로차이나)가 캐나다 에너지업체 엔카나 자산매입 소식을 알린 뒤 무려 8% 급락했다.

중국 최대 원유·천연가스 탐사 개발 업체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는 7.5% 하락하며 2009년 6월 이후 가장 큰 주간하락세를 보였다. 대만 증시 가권지수는 설 연휴 직전 거래일인 지난달 28일 대비 5.8% 밀렸다.

자금 유출로 아시아 통화 가치도 하락했다. 아시아 10개 통화(엔 제외)의 달러대비 가치를 나타내는 블룸버그-JP모간 아시아 달러 지수에 따르면 아시아 통화는 이번 주 0.3% 하락했다. 원화가 2.2% 하락하며 최대 폭 떨어졌고, 싱가포르 달러와 말레이시아 링기트가 0.9% 밀렸다.

범유럽 증시 유로스톡스50 추이(2011.1~)
▲자료:블룸버그

반면 선진국 증시 펀드로는 6주 연속 자금이 순 유입됐다. 뉴욕 증시 S&P 500 지수는 중국 금리인상 여파에도 이번 주 1.39% 상승했다. 특히 지난해 최악의 한해를 보냈던 유럽 증시가 올해 들어 고개를 펴고 있다. 그리스 증시는 올 한 해 19% 상승하며 지난해 47%의 하락세와는 대조적인 국면을 그려가고 있다.

◇亞 인플레 우려에 선진 증시 저평가 매력 부각 = 아시아로부터의 '탈출'을 야기한 가장 큰 재료는 인플레이션 우려다. 이러한 우려는 중국이 춘제 연휴 마지막 날 기습 금리 인상을 단행하며 직접적으로 촉발됐다. 중국 인민은행은 9일 1년 만기 예금 및 대출 금리를 각각 0.25%포인트씩 인상, 지난해 10월 이후 3번째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중국에 앞서 인도네시아도 기준금리를 인상했으며, 전문가들은 한국, 인도, 태국 역시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란 전망하고 있다.

UBS 웰스매니지먼트 수석투자전략가 켄빈 테이는 "최근 들어 아시아-태평양 시장이 긍정적인 움직임을 보이진 않았다"며 "투자자들은 아시아 국가들에서 추가 금리 인상이 발생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키라 바노 미쓰비시UFJ의 투자 자문가는 "시장은 중국의 통화 긴축 정책이 동남아시아 국가들에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브라이언 잭슨 로얄뱅크오브캐나다 투자전략가는 "아시아 통화 가치 하락을 이끄는 것은 주식시장에서의 매도"라며 "이는 인플레를 막기 위한 긴축 정책에 대한 우려를 반영 한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자들은 금리가 높아지며 일부 기업들의 차입이 어려워질 것이라 우려하고 있고, 이러한 전망이 증시에서의 순유출과 통화 절하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UBS의 닉 넬슨 주식 투자전략가는 2가지 동력이 유럽 증시의 회복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첫 번째는 채권에서 주식으로의 전 세계적 자산배분 재편이다.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 기대가 높아지며 채권 금리가 상승(채권가격 하락), 채권에서 증시로의 이동을 가속화했다는 설명이다.

두 번째는 유럽 증시 저평가 매력이 투자자들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는 이집트 사태의 경우 결정적 요인은 아니나 이머징 유출 모멘텀으로는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亞 이탈 언제까지?…이르면 2분기 자금 흐름 바뀔 수도 = 그러나 현재의 비동조화 현상이 장기적 추세일지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이 전망은 현재의 비동조화가 발생한 원인을 무엇으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그래함 비숍 스코틀랜드왕립은행(RBS) 주식 투자전략가는 유럽 시장의 상승세가 지속가능하다고 전망했다. 밸류에이션 상승이 최근 일부 종목의 저평가에 따른 타당한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라우디아 판세리 소시에떼제네랄 유럽주식 투자전략 대표는 높은 이자율이 은행 수익창출 능력을 확대하기 때문에 금리 상승이 현재 유럽 증시 강세를 지탱하고 있는 은행주 강세를 유지시킬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필립 이셔우드 에볼루션 증권 주식 투자전략가는 최근의 글로벌 증시 비동조화 현상이 단순한 계절적 요인 때문이란 의견을 내놨다. 그는 "2~4월은 경기를 타는 업종인 자동차, 광산, 엔지니어링 기업들의 실적이 좋아지며 통상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기간"이라고 말했다.

산딥 타리안 스탠다드차타드 투자전략가는 "이번 주 신흥시장에서 유출이 지속되긴 했으나 이러한 흐름이 '엑소더스'를 의미하진 않는다"며 "거시 경제 변수들과 인플레 움직임이 누그러지면 올해 2~3분기부터는 다시 이머징 시장 자산으로 자금이 돌아올 것"이라 전망했다.

향후 몇 달 간 시장의 큰 흐름은 유로존 채권 시장 문제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유로존 취약 국가들에 대한 새로운 매커니즘 구축을 바라는 투자자들의 기대를 유럽 정치권이 어떻게 충족시키느냐에 따라 불안감이 증폭될 수도 줄어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UBS의 넬슨은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칠 요소는 유럽 정부들이 주변국 위기 문제를 어떻게 다룰지에 대한 신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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