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벨트 백지화'...충청권 민심 들끓어

머니투데이 대전=허재구 기자 | 2011.02.07 14:18

시민단체 정부출연기관 지역정치권 등도 반발 강도 높여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와 당직자들이 지난 6일 청와대 앞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충청입지 백지화 발언 규탄 대회'를 갖고 공약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세종시 수정안이 무산되자 화풀이로 과학벨트를 충청권에 안 주겠다는 것 아닌가? 이젠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본 떼를 보여줘야 한다!"

닷새간의 설 연휴가 지난 7일 국제과학비즈니벨트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충남 연기군 일대 주민들을 비롯한 대전. 충남. 북 등 충청권 주민들은 설 명절의 풍성했던 여운보다는 정부의 말 바꾸기에 화난 모습이 역력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일 신년 방송좌담회를 통해 과학벨트 충청권 입지 공약 백지화를 시사하자 세종시 수정안으로 이미 한 차례 홍역을 앓았던 이들은 "우리가 핫바지로 보이냐"며 반발심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주민 김모(충남 연기군)씨는 "구제역 확산으로 최악의 힘겨운 시기를 맞고 있는 충청지역주민들의 가슴에 숨을 쉴 수도 없을 만큼 큰 돌을 또 얹어 놓는 정부의 행태에 500만 충청인들은 끓어오르는 분노와 울분을 참을 수 없다" 며 "이는 제2의 세종시 사태, 제2의 대충청 사기극으로 세종시 수정안 사태와는 비교도할 수 없을 정도의 저항과 투쟁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성난 민심을 전했다.

지역정치권과 대덕연구단지의 정부출연연구원을 중심으로 한 과학계의 반발도 고조되고 있다.

자유선진당은 지난 6일 청와대 앞에서 이회창 대표를 비롯해 권선택 원내대표 등 250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충청입지 백지화 발언 규탄 대회'를 가졌다.

이회창 대표는 "대통령의 과학벨트에 관한 발언 내용을 듣고 이것이 과연 대한민국 대통령의 말인가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며 "대통령의 과학벨트에 대한 약속은 선관위에 제출된 공약에 나와 있다. 이런식으로 가다가는 결코 이 정권의 앞날이 평탄할 수 없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당 박병석 의원(대전 서갑)도 "당선 후에 지키지 않는 공약이 무슨 필요가 있는가?" 라고 반문한 뒤 "대통령과 여당은 지난해 세종시 수정안 부결과 지방선거 패배를 똑똑히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정부출연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주요 과학정책들이 정치 논리에 휘말리면서 본래 취지가 퇴색되는 모습은 원칙과 신뢰를 스스로 저버리는 처사" 라며 "특이 이번과 같이 대통령이 직접 공약을 뒤집는 것은 어떤 말로도 악화된 민심을 달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민단체들과 관련 자치단체들의 불만도 극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세종시 정상추진 충청권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세종시 수정안 추진 당시 (세종시의)부족한 자족기능을 보완할 핵심 정책이라며 가속기 설치 위치(남면 고정리)까지 제시해 놓고 이제와 부정하는 것은 후안무치의 행동"이라며 "대통령은 공약사기에 대해 국민 앞에 사죄하고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불만을 터트렸다.

대전참여연대 역시 "세종시 수정논란에 이어 또다시 지역민들을 자극하는 행위에 대해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 며?"지역민심과 배치되는 졸렬한 백지화음모를 지속한다면 충청권 지역민들의 정부정책을 바로잡기 위한 행동과 정권 퇴진 투쟁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전시는 이날 긴급대책회의를 갖고 과학벨트 조성 단계별 추진 전략 마련과 함께 과학기술계 공동포럼 개최 및 충청권 결의대회 등 대응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앞서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염홍철 대전시장도 대통령의 좌담회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과학벨트 충청권 입지 백지화 선언은 공정사회 구현이라는 원칙과 신뢰를 스스로 저버린 처사"라며 "500만 충청인과 충청권 3개 시.도는 결코 좌시하지 않고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세종시(행복도시)와 대덕연구단지, 오송. 오창의 BT· IT 산업단지를 광역경제권으로 발전시켜 한국판 실리콘밸리로 육성하겠다는 내용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충청권 조성 공약을 내걸었다.

이와 관련, 과학벨트의 중심 시설인 기초과학기술연구원과 중이온 가속기를 설치하기 위해 필요한 660만㎡(200만평) 이상의 부지를 수용절차 없이 저가로 공급받을 수 있는 곳은 세종시가 유리하다는 이유 등으로 세종시가 과학벨트의 거점도시로 타당하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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