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분야만 18년…걸어다니는 판례 제조기"

머니투데이 김만배,김성현 기자 | 2011.02.08 08:50

[법조계 고수를 찾아서]법무법인 율촌 김동수 변호사

↑법무법인 율촌 김동수 조세 전문 변호사 ⓒ이명근 기자
법무법인 율촌 김동수(48·사법연수원 19기) 변호사는 조세 분야에서 획기적인 판례를 여러 차례 이끌어 내 '판례 제조기'로 통한다. 주식예탁증서(DR)는 증권거래세 부과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김 변호사의 대표적 '작품'이다.

지난 2008년 8월 대법원은 한 외국계 은행의 자회사가 "63억원의 증권래세 부과 처분을 취소하라"며 서울 남대문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2004년 5월 이 은행은 말레이시아 라부안에 설립된 모 컨소시엄으로부터 국내 다른 은행의 주식예탁증서를 사들인 뒤 매매대금 전액을 지급했다. 하지만 과세당국은 주식예탁증서가 증권거래세법에서 정한 과세 대상인 '주권'에 해당한다고 보고 63억원의 세금을 부과했고 이 은행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당시 판결문에서 "증권거래세법상 주권의 정의에 관해 제2호에서는 '주권 또는 주식예탁증서'라고 규정하고 제1호에서는 '주권'이라고 규정하고 있다"며 "제1호의 주권에 주식예탁증서가 포함되지 않는 것이 문언상 명백하다"고 판시했다.

이 판결로 김 변호사는 국내 기업의 주식예탁증서 거래를 통한 자금조달의 활성화에 기여했다는 호평을 받았고 조세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구축했다.

그는 이 같은 업적을 인정받아 'Asia Law&Practice'가 주관하는 '조세분야를 대표하는 변호사(Leading Tax Lawyer)'에 2년 연속 선정되기도 했다.

◇18년 동안 '한 우물'…조세 분야의 '산 증인'

김 변호사는 주로 납세 당사자인 국내·외 기업의 거래나 상속 관련 세무를 자문해주고 소송을 대리한다.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 롯데그룹 등 국내외 유수 대기업들의 조세 관련 업무를 맡고 있다.

그는 1993년부터 18년 동안 한 우물만 판 조세 분야의 산 증인이기도 하다. 1990년대 초반 조세 분야는 회계사나 세무사만의 무대였다. 변호사로서 이 같은 미지의 영역을 개척하게 된 것은 국내 조세 분야의 대부 우창록(율촌 대표) 변호사와의 인연 덕이었다.

"군 법무관 복무 시절 우 변호사의 조세 관련 업무를 돕게 됐습니다. 그때는 변호사가 세무 업무를 한다고 하면 사람들이 잘 믿지를 않던 시절이었지요. 때문에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도 생겼던 것 같습니다. 꼼꼼하고 정밀한 제 성격과 조세 업무가 잘 맞기도 했지요."

ⓒ이명근 기자

◇처리 사건 국내 최대규모…풍부한 '임상경험' 자랑

김 변호사는 율촌에서 현재 조세기획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업종별 조세 관련 쟁점이나 사건 동향, 고객 개발을 주로 맡고 있다. 향후 어떤 세무 문제가 부가될 것인지 미리 정보를 찾고 특정 쟁점에 대한 해결 방안을 찾는 조세그룹의 브레인 역할이다.


율촌의 조세그룹은 풍부한 경험을 통해 축적한 전문성이 강점이다. 1997년 설립 이래 2000건 이상의 소송과 자문을 수행했다. 단일팀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20년 동안 세무사건만 해왔습니다. 제게 하늘 아래 새로운 사건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의사에 비유하자면 임상 경험이 그만큼 풍부하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갖가지 유형의 조세 사건이 모두 우리 그룹의 머리에 축적돼 있는 셈이지요. 어떤 사건이 들어와도 해법의 실마리를 쉽게 찾을 수 있다는 게 율촌의 강점입니다."

◇기업 경쟁력 강화 입법활동에 적극적

그는 납세자 뿐 아니라 국세청이나 기획재정부 세제실 등 과세 기관을 위한 공익활동에도 적극적이다. 국세청 과세품질혁신위원, 국세청 국제조세법규정비위원, 중부지방국세청 고문 변호사로 일하면서 국내 세법을 만들거나 개정하는 작업에 참여해왔다.

김 변호사는 국내 기업이 해외 계열사 주식을 현물 출자를 통해 해외에 지주회사 설립하는 경우 과세 특례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법 규정을 입법하는데 앞장서기도 했다.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서 투자를 받거나 해외 진출을 하는 경우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지요. 하지만 현행 세법은 이런 현상을 잘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내 기업이 경쟁력을 강화하고 효율적인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오히려 법 규정은 아직 충분하지 못합니다. 세법 규정이 제대로 정비돼야만 해외 진출에 발목이 잡히지 않겠지요. 예를 들면 외국납부세공제제도라든지 이전가격세제, 해외지주회사 관련 세제들이 좀 더 선진화돼야 합니다."

ⓒ이명근 기자

◇"어려운 세법 일반인도 접근 가능하도록 해야"

최근 그는 법학전문대학원 학생들을 위한 책을 준비 중이다. 자신이 실무 경험을 살려 사례별로 정리한 일종의 '케이스북(case book)'이다.

"지금까지 법학이 주입식 교육에만 초점이 맞춰져 왔어요. 실제 변호사 업무 수행이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입니다. 법은 법학도 뿐 아니라 일반 국민들에게 더욱 더 친근하게 다가갈 필요가 있습니다. 일반 국민 입장에서는 아직도 법은 너무나 어려워요. 초등학생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세법을 쉽게 풀어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책을 만들고 강의도 하는 게 제 꿈입니다."

그는 조세 전문 변호사를 꿈꾸는 후배 법조인들을 위한 조언도 아까지 않았다. 회계학이나 경제학, 세제학을 비롯한 특수 분야에만 정통해서는 제대로 된 업무를 수행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기초와 기본을 차근차근 다지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조세는 특수 분야에 앞서 기본적인 민사법에 기초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무엇보다 민사법을 잘 알아야 합니다. 튼튼한 집은 주춧돌이 탄탄한 것과 같은 이치이지요.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책에만 매달려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실제 사례를 많이 다뤄보는 것이 조세 전문 변호사가 되는 지름길인 셈이지요.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자질은 법조인으로서 갖춰야할 기본적 소양과 자세일 겁니다. 조세 분야는 업무 특성상 부담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집중력을 높이고 끈기 있게 일해야만 제대로 된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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