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문10답]구제역 루머와 진실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 2011.01.30 15:59

구제역, 황사타고 확산·인체 무해한데 고기 안먹는 이유는?

편집자주 | 구제역이 발생한지 두달이 넘었다. 매몰된 가축수가 300만 마리에 육박하면서 농가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정부가 최대 명절 설을 앞두고 귀향 자제를 요청할 정도로 사회적 파장이 커지면서 구제역을 둘러싼 각종 루머가 나돌고 있다. 구제역에 대한 궁금증을 10문10답으로 정리했다.

1. 구제역 황사타고 왔다? 바람으로 전파되나

황당한 논리지만 인터넷에서는 구제역이 황사를 타고 왔다는 이야기들이 떠돈다. 구제역의 잠복기가 통상 14일인 점을 감안하면 가능성은 거의 없다. 다만 바람에 의한 구제역 확산 가능성은 있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이하 검역원)은 지난 19일 이천시 2개 매몰처리장과 발생농장 반경 250m, 500m, 1km 지점에서 공기를 포집해 검사를 실시했지만 구제역 바이러스는 검출되지 않았다. 검역원의 결론은 "구제역 바이러스가 공기를 통해 인근 농장으로 전파될 수 있지만 방역대를 벗어나는 농장까지의 전파는 아직 확인된 바 없다"는 것이다.

2. 경북에서 발생한 구제역이 왜 경기도로 갔나?

구제역이 처음 발생한 곳은 경북 안동이다. 안동 인근으로 확산됐지만 도경계를 넘어 발생한 곳은 경남이나 충청도가 아닌 경기 양주와 연천이었다. 검역원 조사 결과, 안동에서 구제역이 확인되기 전인 11월17일 경기 파주에 있는 축분처리기계 개발업자가 이곳을 다녀갔다. 안동 양돈단지의 축분을 가져간 개발업자는 건조시킨 축분을 가지고 11월26일 인근 양돈단지를 다녀온 것이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경기도로 구제역이 전파됐다. 경북에서 경기도로 전파된 이유이자 전국 확산의 계기였다.

3. 구제역 방치는 쇠고기 팔려는 미국의 음모다? 초기에 백신 대응 안한 이유는?

구제역으로 우리 축산업계가 붕괴되면 가장 이득을 볼 곳은 쇠고기 수입을 요구하고 있는 미국이라는 논리다. 미국의 의도에 따라 백신접종이 늦었다는 얘기다. 결과적으로 백신접종이 늦었던 것은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구제역 대응 체계는 살처분 중심으로 돼 있다. 방역당국은 발생 초기에는 구제역이 이번처럼 광범위하게 확산될 것으로 예상할 수 없었고 기존의 매뉴얼에 따라 살처분 중심으로 대응했다. 하지만 구제역이 전국적으로 퍼지면서 12월23일 예방접종 실시를 결정했다. 방역당국은 앞으로 구제역에 대해 '적극적인 백신정책'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4. 구제역 인간에게도 전파될 수 있나?

가장 흔한 궁금증이다. 세계동물보건기구(OIE)가 가장 위험한 가축전염병으로 분류하고 있는 구제역은 소, 돼지, 양, 염소, 사슴 등과 같이 발굽이 둘로 갈라진 동물(우제류 동물)에게만 발생한다. 사람에게는 전염되지 않는다는 게 지금까지의 과학적 결론이다. 대한수의사회에 따르면 OIE는 "구제역은 공중보건에 위해가 없다"고 표현하고 있으며 미국 농무성도 "구제역은 인수공통전염병으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5. 인체에 해가 없다면서 왜 파묻나, 먹으면 안되나?

구제역이 사람에게 전염되지 않는다면서 돼지고기값이 치솟는 지금, 왜 먹지 않고 파묻느냐는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많다. 결론적으로 구제역에 감염된 가축이나 발생지역내에 있는 가축을 식용으로 쓸 수는 있다. 하지만 도축장으로 운반해 도축·가공·유통 과정을 거치면서 바이러스가 전파될 우려가 있다. 이 때문에 구제역이 확인된 가축은 매몰 처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6. 구제역 걸린 젖소의 우유는 괜찮나?


구제역에 걸린 젖소도 살처분된다. 따라서 구제역에 걸린 젖소의 원유는 시중에 공급되지 않는다. 발병이 확인되기 전에 짜낸 원유가 유통됐을 경우는 어떨까. 우유는 생산과정에서 섭씨 130~150℃ 수준에서 0.5~3초간 가열하는 고온살균을 거친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섭씨 50℃ 이상의 온도에서 파괴된다.

7. 구제역 걸려도 다 죽지 않는다는데 전부 살처분하나?

구제역은 치료가 불가능하다. 감염된 가축의 새끼는 50% 이상 폐사한다. 살아남는다 해도 사료효율성 및 유량 감소 등으로 생산성이 크게 저하된다. 100원 어치의 사료를 먹이면 그 이상 살이 찌거나 우유를 생산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얘기다. 특히 구제역에 걸린 가축은 지속적으로 바이러스를 배출해 인근 농장의 가축을 감염시킬 수 있기 때문에 확산 예방 차원에서도 매몰 처리해야 한다.

8. 백신 접종했는데 왜 계속 발생하나?

백신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사람이 독감예방접종을 맞았어도 독감에 걸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예방접종을 해도 항체가 형성되려면 약 2주가 소요된다. 그 전에 구제역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면 바이러스 잠복기를 고려할 경우 길게는 3~4주후에도 발병할 수 있다. 또 예방접종을 해도 100% 항체가 형성되지 않는다. 항체형성율은 접종 후 7일째 평균 76.7%, 12일째는 평균 85.7%이다.

9. 구제역 발생 농가가 150억원을 보상받았다던데 보상 기준은?

일부에서는 농가가 구제역 보상금을 받아 한꺼번에 목돈을 쥘 수 있는 게 아니냐며 농가의 도덕적 해이를 지적한다. 하지만 농가가 그만큼 투자해 왔다는 점과 짧게는 3개월, 길게는 6개월간 다시 사육을 할 수 없다는 점, 사육하더라도 원상회복까지 수년이 걸린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살처분 보상금은 시가 보상이 원칙이다. 보상금은 평가반이 경락가격, 가축 종류, 연령, 임신 여부 등을 기준으로 산정한다. 보상금은 1차로 50%(발생농가는 40%)를 지급하고 이후 감액 요인들을 점검해 나머지를 지급한다. 현재까지 최대 보상금은 39억원이었다. 농가의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신고를 지연하거나 방역을 소홀히 할 경우 최대 60%까지 감액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감액된 경우는 한차례 밖에 없었다. 감액기준에 해당하는지 확인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농림수산식품부는 감액기준의 현실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10. 매몰지 침출수가 온 마을 오염시킨다?

구제역에 걸린 가축을 매몰할 때는 땅을 파고 석회석을 뿌린 후 이중의 비닐을 깐다. 침출수는 가스 압력으로 인해 위로 나오게 돼 있으며 바이러스 검사를 거쳐 처리한다. 현재까지 침출수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된 적은 없다는 게 방역당국의 설명이다.

일부에서는 매몰된 가축들로 비닐이 찢어져 침출수가 지하로 흘러들 가능성을 제기한다. 방역당국은 매몰지 바로 옆에 지하수가 흐른다면 그럴 가능성도 있지만 매몰할 터를 파 물이 나오는 곳에는 매몰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또 과거 구제역 가축을 매몰했던 지역들을 다시 검사한 결과 침출수로 인한 지하수 오염 사례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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