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통큰' 투자와 저커버그

머니투데이 정희경 부국장겸 산업부장 | 2011.01.19 07:35
'월드클래스 300'과 '히든 챔피언'. 전자는 지식경제부가 올해부터 10년간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중소·중견기업 300개를 육성하려는 프로젝트의 이름이다. 후자는 수출규모 1억달러 이상이고 지속적인 세계시장 지배력을 갖는 기업들로, 수출입은행이 중견기업으로 키우려는 곳이다. 명칭은 다르지만 우량 중소기업을 발굴하고 집중 지원해 한국 경제의 '허리'를 굳건히 하겠다는 취지에선 큰 차이가 없다.

중소·중견기업 육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중견기업이라 할 수 있는 곳이 전체 기업 가운데 0.2%밖에 안된다. 특히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가는 사례는 여럿 있지만, 중견기업에서 대기업으로 도약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머니투데이 주최 신년좌담회에 참석했던 지경부 국장의 언급대로 눈에 띄는 진전이 이뤄지지 못한 탓에 보다 과감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실정이다.

중견기업의 미성숙은 "세계적 소셜네트워크 기업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와 같은 젊은이가 왜 한국에서 나오지 않느냐"는 문제제기와 무관하지 않다. 중소기업이 유망한 기술을 갖고 있어도 제대로 성장할 수 없는 분위기에선 1인 창업자가 혁신적인 아이디어만으로 세계적인 기업으로 도약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정부가 중소기업을 키우겠다며 대개 내놓는 '금융 및 세제지원' 카드는 한계가 있다. 이는 정부로선 최선의 지원책일 수 있어도 수혜기업이 국내 자생력을 뛰어넘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는 데는 역부족이다. 일부에선 정부의 '당근'만 계속 받으려는 곳이 나타난다는 점을 들어 정부의 지원이 오히려 패기넘치는 중소기업인을 우물 안에 길들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런 측면에서 정부가 지난해에 이어 새해에도 '동반성장'이나 '상생'을 강조하는 것은 일종의 고육책으로 이해될 수 있다. 대기업을 견제하면 중소기업이 좀더 숨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동반성장이 기존 시장만 나눠갖는 쪽으로 흐른다면 한국 경제에 여전히 절실한 성장활력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파이'를 어떻게 나눌지만 다투는 경우 '파이'를 키우려는 의지는 약화할 수밖에 없다.


동반성장위원회의 정운찬 위원장이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동반성장은 지금 있는 것을 그냥 나눠주는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은 것은 일단 긍정적이다. 동반성장은 분배 위주의 '복지'와 달리 생산을 늘려가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기회를 공유하는 과정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대기업에서도 그런 인식을 찾기가 어려운 것은 아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이달 초 그룹 신년하례회에 참석하던 중 "상생을 20년 전부터 얘기해왔다. 이게 단순히 대기업을 위한 게 아니라 한국 경제의 근간이다. 중소기업을 돕는 것으로 거꾸로 생각하고 있는데 대기업을 돕는 일이다"라고 언급했다.

함께 성장하는, '생산적인' 기업생태계를 조성하는 데는 정부와 대기업, 중소기업 모두의 협업이 필요하겠지만 대기업의 지속적인 투자 등을 유도해 선순환 흐름을 만드는 게 우선 필요하다고 본다.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와 같은 글로벌 기업이 '통큰' 투자에 나서면 관련 중소·중견기업들이 인력과 설비, 연구·개발(R&D)을 늘리면서 양쪽 모두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 이는 추가 투자의 발판이 된다.

새해 삼성, 현대차, SK, LG 4대 그룹이 밝힌 투자규모는 전년보다 두자릿수 늘어나며 모두 86조원을 웃돌 전망이다. 투자 확대가 정부의 '압박'에 따른 것은 아닐 것이다. 대기업이 적극적으로 투자를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마련해주는 것이 실효성 높은 상생과 경제성장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번개탄 검색"…'선우은숙과 이혼' 유영재, 정신병원 긴급 입원
  2. 2 유영재 정신병원 입원에 선우은숙 '황당'…"법적 절차 그대로 진행"
  3. 3 법원장을 변호사로…조형기, 사체유기에도 '집행유예 감형' 비결
  4. 4 '개저씨' 취급 방시혁 덕에... 민희진 최소 700억 돈방석
  5. 5 "통장 사진 보내라 해서 보냈는데" 첫출근 전에 잘린 직원…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