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먹을 것을 갖고 부자와 가난한 사람을 나눠야 하는지 모르겠다."(허광태 서울시의회 의장)
격려사를 전하기 위해 먼저 나선 오 시장이 포문을 열었다. 그는 러시아 속담을 인용해 "공짜 치즈는 쥐덫 위에만 있다"며 "복지가 필요 없는 사람(부유층)에게까지 혜택이 돌아가면 도덕적 해이가 일어난다"고 지적했다.
또 "사회복지협의회 직원들은 복지 혜택이 누구한테 가는지 눈을 부릅뜨고 지켜봐야 한다"며 "누가 공짜로 무엇을 준다고 할 땐 의심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목소리가 조금 커진 것을 느꼈는지 곧바로 "새해 첫 인사인데 하다 보니 조금 강한 어조로 이야기하게 됐다"며 머쓱하게 웃어보였다.
앞서 오 시장은 지난 10일 서울시의회에 '전면적 무상급식'에 대한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 실시를 제안했다. 시의회가 이를 받아들여주지 않을 경우 서명운동을 통해서라도 관철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민 중 투표권자의 5% 이상(41만8000명)이 서명, 요구하면 시의회 동의 없이 주민투표가 가능하다.
그는 "요즘 무상급식이 이슈가 돼 큰 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전제한 뒤 "시장직을 걸고 주민투표를 제안했다"며 "시민들에게 포퓰리즘에 대한 심판을 받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허 의장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축사를 하는 마이크를 잡자마자 "오 시장이 복지를 갖고 너무 길게 말을 했다"고 꼬집은 뒤 "오 시장의 말을 들으며 우리의 복지 시각이 왜 이리 다른가 생각하게 된다"며 "왜 먹을 것을 갖고 부자와 가난한 사람을 나눠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맞받아쳤다.
아울러 "무상급식을 하면 마치 서울시 예산이 몽땅 들어가는 것처럼 주장하는 건 적절치 않다"며 "오늘이 의회와 시의 갈등을 풀기 위한 시작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행사 말미에 오 시장과 허 의장은 함께 '복지! 서울!'을 건배사로 외쳤지만, 뚜렷한 대조를 보인 물색(오 시장)과 빨간색(허 의장) 넥타이처럼, 어색한 분위기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실제 오 시장과 허 의장은 조만간 공개적인 자리에서 전면전을 벌인다. 오는 16일 오전에 방송되는 KBS 1TV '일요진단'에서 무상급식 문제와 관련해 15분씩 연달아 의견을 제시하는 릴레이토론이 예정돼있기 때문이다.
한편 오 시장은 이날 오후 서울 영등포동에 위치한 '서울시립 영등포 보현의집' 노숙인 쉼터에서 노숙인 및 쉼터 관계자 등 100여명과 만나 '노숙인들이 말하는 '희망과 꿈'을 주제로 100분간 현장 대화를 진행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번 행사는 노숙인과 함께 하는 첫 현장대화"라며 "노숙인 쉼터에 거주하는 생활 속 문제점과 쉼터 종사자들의 애로사항 등을 듣고 노숙인 자립과 자활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마련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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