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구제금융?…유럽 '제 2 위기' 불거지나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 2011.01.11 14:05

'스페인으로 확산될까' 우려 고조…'그리스 채무재조정 불가피' 의견도 늘어나

포르투갈 구제금융설이 확산되며 유로존 국가들의 부채 위기가 다시 수면위로 불거졌다.

10일(현지시간) 포르투갈의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유로지역 최고 수준인 7.18%까지 솟아올랐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시장에 개입하며 포르투갈 국채 금리가 다시 7% 밑으로 떨어지긴 했으나 포르투갈 당국자들이 7% 금리를 감당할 수 없는 마지노선으로 밝힌 바 있기 때문에 이날 시장 움직임은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가중하기에 충분했다.

포르투갈 우려는 유로존에서 국내총생산(GDP)대비 공공부채 비율이 3번째로 높은 벨기에까지 확산됐다. 같은 날 벨기에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일대비 12bp 높은 4.24%까지 상승했다. 벨기에 국채와 독일 국채 간 스프래드는 현재 1.4%p로 유로존 '주변국' 밖에선 가장 높다.

▲유로존 주변국 10년물 국채 금리 스프래드(독일 분드와의 금리차)
자료: 톰슨-로이터, 파이낸셜타임스

유로화는 또다시 달러대비 4개월 저점으로 떨어졌다.

이날 사태는 프랑스와 독일이 유로 위기가 스페인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포르투갈 측에 구제 금융 수용을 요구했다는 독일 주간지 슈피겔의 보도로 촉발됐다.

유럽연합(EU) 측이 포르투갈과 구제금융 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루머를 공식적으로 부인했으나 시장에서는 포르투갈을 그리스, 아일랜드에 이어 다음 구제금융 대상 국가로 거론하고 있다.

포르투갈은 내년 중순까지 200억유로(270억달러)를 차환해야 하는데,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막대한 규모의 채권을 상환하기에는 국채 발행금리가 지나치게 높아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재 포르투갈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련의 상황이 아일랜드가 구제 금융을 받기 몇 달 전과 매우 흡사하다는 점도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독일이 아일랜드에 위기 확산을 막기 위해 구제금융 수용을 요구했다는 보도가 잇달아 흘러나왔고 아일랜드 정부는 지원이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으나 결국 구제 금융을 받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12일 실시되는 포르투갈 국채 입찰 결과는 포르투갈의 자금 조달 능력을 가늠 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포르투갈은 이날 3년물, 9년물 발행으로 12억5000만유로를 조달할 예정이다. 13일에는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채권 발행이 예정돼 있다.

앨런 윌데 베어링자산관리 채권·통화 대표는 "이번 주 국채 입찰과 함께 유로존 위기가 다른 중요한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며 "포르투갈은 구제 금융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 말했다.


시장에서는 포르투갈의 다음 타자로 지목되는 스페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스페인은 유로존 경제의 10%를 담당하고 있는 국가로 2% 정도인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과는 시장에 끼칠 파장 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포르투갈까지는 EU의 지원으로 해결이 가능하나, 스페인으로까지 위기가 확산될 경우 EU가 마련한 지원 규모의 한계를 벗어나게 될 것이란 의견이 현재 시장의 지배적인 분위기라고 전했다.

유로존 위기의 불씨는 포르투갈 뿐 아니라 그리스에도 남아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그리스가 지난해 5월 받은 1100억유로의 구제금융만으로는 회생이 힘들다고 보고 있다. 현재 지급불능 사태인 그리스가 5년 내 부채 조정, 즉 디폴트에 이르는 첫 국가가 될 것이란 전망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헤어컷' 등의 채무 재조정이 유일한 그리스 회생 방법이란 주장이다.

노무라의 닉 피루지 애널리스트는 "그리스는 지급 불능 상태에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한다"며 "채무 재조정을 빨리 단행할수록 위기도 빠르게 해결될 것"이라 말했다.

Icap의 돈 스미스 이코노미스트도 "그리스는 유로존 위기를 촉발시켰고 여전히 유로존의 가장 취약한 부분으로 남아있다"며 "어떤 형태로든 정부 부채 재조정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더 비관적인 전망은 채무 재조정이 그리스에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윌리암 부이터 씨티 이코노미스트는 "수 년 내 몇 개의 유로존 국가가 채무 재조정을 하게 될 것"이라 전망했다. 심지어 경제 펀더멘털적으로 채무 상환이 가능한 국가들도 유로존 우려가 확산되며 민간 투자자들이 투자자금을 일시에 회수해 디폴트에 처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포르투갈의 구제금융 지급과 그리스 디폴트가 기정사실화 되고 있는 반면 그 이상의 위기 확산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토마스 마이어 도이치뱅크 이코노미스트는 "포르투갈은 구제금융을 수용하게 되겠지만 스페인, 이탈리아, 벨기에 등 경제 펀더멘털이 포르투갈에 비해 훨씬 좋은 국가들은 자금 조달을 위한 외부의 도움을 받을 필요 없을 것"이라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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