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격대, 수비대, 총알받이…"보좌관은 슬프다"

머니투데이 이승제 기자, 양영권 기자 | 2010.12.08 11:05

"숙명이라 생각한다"…7, 8일 여야 공방전 치열

올해도 어김없이 예산안 처리를 놓고 여야가 '폭력국회'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의원들과 보좌관들이 죽을 맛이다. 각 당은 여야가 정면 충돌한 7일 의원과 보좌관들을 대상으로 동원·대기령을 발동시켰다. 애꿎은 보좌관들은 또 '돌격대', '수비대', '총알받이', '인간방패'로 나섰다.
여야간 격렬한 물리적 충돌 뒤 의원들과 보좌관들이 8일 새벽 국회 본회의장에서 새우잠을 자고 있다. ⓒ제공: 민주당 최문순 의원 트위터

한나라당 한 보좌관은 8일 "의원회관에서 보좌관들이 머리에 떡이 진 채 휑한 눈빛과 구겨진 양복을 입고 돌아다니고 있다"며 "잠을 못 자거나 제대로 씻지 못한 것보다 '또 이 모양이냐'는 자괴감이 보좌진들을 더 괴롭히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제 저녁 휴대폰으로 비상대기령이 떨어진 뒤 계속 문자가 오고 있다"며 "오늘은 전열이 흩어질까봐 10분 가격으로 실시간 중계에 가까운 문자를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한보협]회관이나 본관 본회의장 주변에 계신 보좌진은 지금 바로 의총장 앞(246호)집결해주세요 ⓒ한나라당 한 보좌관 휴대폰

민주당 한 보좌관은 "동원은 민주당 보좌진으로서 숙명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러다 시간 지나면 조용해질 것이니까 그러려니 한다"고 말했다.

그는 "어제 보좌진들은 각 방마다 2명씩 소집을 통보받았다. 처음에는 점조직으로 연락책들한테 전화 연락이 오고 그 다음부터 민주당 보좌진협의회에서 문자가 오는 형식"이라고 설명했다.
[공지]주요 방어지역담당자를 제외한 모든 당직자는 즉시 로텐더홀로 집결바랍니다! ⓒ민주당 한 보좌관 휴대폰


전날 저녁 한나라당, 민주당 의원들과 보좌관들은 곳곳에서 물리적 충돌을 빚었다. 한나라당은 예산안을 8일 본회의에서 상정하기 위한 사전절차를 강행했고 민주당 등 야당은 이를 막기 위해 결사 항전했다.

여야 지도부는 본회의장, 국회의장실, 부의장실, 국회 국토해양위 사무실 등으로 의원 및 보좌관들을 급파해 공격과 방어를 종용했다. 한나라당은 전날 오전 일찌감치 의원들에게 구두로 비상대기령을 내렸고 이를 전해들은 민주당 등 야당도 서둘러 방어태세에 돌입했다. 야당은 본회의장 진입을 통제하기 위해 로텐더홀 주변에 사무집기들로 바리케이드를 쌓았고 한나라당은 본회의장으로 연결되는 정의화 국회 부의장실을 확보해 역시 주변에 바리케이드를 쳤다.

급기야 야당은 밤 11시20분께 국회의장석과 단상을 점령했고 한나라당도 미리 확보한 부의장실 쪽 통로로 본회의장에 들어가 '탈환 전투'를 벌였다. 결국 전날 여야 초선의원들과 보좌관들은 또다시 '최전선의 병사'로 전락했다.

물리적 충돌이 격해지자 박희태 국회의장은 이날 오전 청사출입 제한조치를 내려 의원과 국회 출입기자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의 출입을 엄격 통제하기 시작했다.

한나라당 한 보좌관은 "(모시는) 의원이 육탄전 등 폭력을 혐오해 적극 나서지 않아 지도부나 주변 동료 의원들로부터 자꾸 찍히고 있어 고민스럽다"며 "대기·동원령에 따른 행동 여부를 엄격하게 출석체크하진 않지만 자주 보이지 않을 경우 확실한 '감점' 요인이 될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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