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장판 현대건설 M&A, 해법은 없고 주장만 난무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 2010.12.04 10:15

원칙대로 하면 쉬운데, 진흙탕 싸움의 결과는 모두의 패배

한마디로 난장판이다. 난장(亂場)도 이런 난장이 없다. 진흙탕 싸움이 점입가경이다. 현대건설 매각 얘기다.

처음에는 현대그룹이 막 나간다 싶었다. 연일 이어지는 방송과 신문 광고 공세를 두고 도가 지나친 것 아니냐는 우려가 터져 나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현대차그룹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 자금의 출처가 의심스럽다며 MOU 자격을 뺏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급기야 외환은행에 맡긴 예금을 빼내 는 무력시위를 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답지 않다는 평가다.

이렇게 저돌적인 게 '현대 정신'이고, 총성 없는 전쟁터라지만 비방, 소송 등 해도 너무 한다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외환은행도 참 딱하게 됐다. 경쟁을 부추겨 매각가격을 높여 돈을 좀 더 먹어 보려다 아주 골병들게 생겼다. 자승자박인 셈이다. 시한 안에 양해각서를 맺지 않으면 소송을 당할까 두려워 007 작전하듯 MOU를 체결했다.

그런데 무시할 수 없는 고객인 현대차그룹이 눈을 부라린다. '어디 한번 해보자'며 단단히 벼르고 있다. 이참에 아예 거래를 끊겠다는 결연한 의지까지 내보이고 있다. 무엇을 피하니 무엇을 만난 셈이라고나 할까.

정책금융공사도 핏대를 높이지만, 말발이 별로 안 먹힌다. 첫 단추를 잘못 꽨 원죄가 있어서다. 처음부터 의문의 프랑스 나티시스은행 대출금 1조2000억 원의 성격에 대해 매듭지었어야 했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정해진 절차와 M&A 관행에 따라 투명하게 처리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당국도 머리 꽤나 아프다. 툭하면 당국에 조사를 요청한단다. 동양종금증권이 현대그룹에 제공한 8000억원의 풋백옵션 제공 여부와 관련해 금감원에 사실 확인을 요청하겠다고 했다(하지만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요청 자체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조사 권한 여부도 논란거리다. 재무건전성이 악화됐다면 간단하다. 얼마든 사후 검사를 할 수 있고, 반드시 해야 한다.


하지만 현대건설 M&A 건은 아직 계약 단계에 불과하다. '그래도 공적자금 투입 기업인데?' 그러기에는 개입 명분이 너무 약하다. 정책금융공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이미 개입을 하고 있다.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직접적인 개입은 곧 시장 질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행동이 될 수 있다. 선뜻 나서지 못하는 이유다. 뾰족한 수는 없는데 난장판의 부담이 모두 당국으로 돌아오고 있다.

말 그대로 '치킨게임'이다. 누구 배짱이 더 센지를 보여주려는 듯, 강공 일변도이고 양보는 찾아보기 어렵다. 현대그룹-현대차그룹, 외환은행-정책금융공사가 동서남북으로 찢어졌다. 뒷걸음치는 순간 결과가 불 보듯 뻔하니, 아무도 물러서려 하지 않는다.

방법이 없다. 현대그룹이 하루라도 빨리 의혹을 해소시켜줘야 한다. 유일한 해결책이다. 양해각서대로 성실하게 자료를 내면 그만이다. 그 전에는 한 발짝도 못나가게 돼 있다.

3일 자료를 제출했지만, 채권단은 여전히 마뜩잖다는 표정이다. 요구한 건 대출계약서인데 대출확인서가 나온 탓이다. 예상대로 현대차는 계약서가 아닌 확인서로는 안되니 현대그룹의 MOU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기된 의혹이 명쾌하게 풀릴지는 미지수다.

당사자들도 괴롭겠지만, 주주와 국민은 뒷전으로 밀린 이전투구를 지켜봐야 하는 관중들도 피곤하기는 마찬가지다. 진흙탕이 스스로 정화되면 가장 좋은 일이다. 스스로 정화되지 않을 때는 외부의 힘이 들어가고, 그러면 모두가 상처만 입는 경우가 많다는 게 역사에서 수없이 되풀이 된 사실(史實)이다.

진흙탕 싸움에서 지면 더없이 초라하다. 그렇다고 이겨도 상처뿐인 영광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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